디카 일기

순비기나무 꽃의 향기

김창집 2014. 8. 20. 00:27

 

오늘 비가 가끔씩 흩뿌리는 가운데

‘KCTV 김창집의 新 탐라순력도’ 상모리편 2 촬영을 위해

집으로 밭으로 벌판으로 헤맸습니다.

 

일제강점기 도민들의 수난사에 이어

일본의 패망과 후유증,

해방 공간과 4.3의 아픔,

부대 창설부터 한국전쟁까지

비극의 역사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한 중공군포로수용소에 공급했던 커다란 연못,

그 물가에 진한 향기의 이 순비기 꽃이 피었습니다.

거친 해풍과 메마른 모래밭에서도 잘 자라는 강인함은

모슬포 사람들을 닮았습니다.

   

 

♧ 들꽃을 바라보다가 - 김시천

 

  들녘에 나가 들꽃을 보았습니다 노을 지는 들녘에 나가 들꽃을 바라보다가 부끄러워서 그만 고개 숙였습니다 말없이 피었다 지면서 조용히 하루를 거두는 들꽃들을 바라보다가 그만 말 할 수 없이 부끄러워져서 얼굴 붉혔습니다 무릎 꿇고 그냥 이대로 한 송이 들꽃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도 그냥 한 송이 들꽃이면 어떻겠느냐고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가 나도 그렇게, 저녁노을처럼 말하고 싶었습니다

 

 

 

♧ 들꽃 - 나태주

 

언제적 잊어먹은

은가락지냐.

누가 빠트리고 간

옛 얘기들이냐.

 

물낯인 양 고요 고요론 어둠 속에

까마득히 잠들었거나

어쩌면 보오야니 눈을 터서

내게 오는 너.

 

널 위해서라면

천둥 속같이 찢긴 가슴

다시 한 번 불붙는 노을이 되마.

길 잃고 울음 우는 짐승이 되마.

 

앞니 다 삭아내리도록

알사탕 사먹던

어린 날의 그 숱한 동전닢들,

 

함빡 내린 이슬에 모두 살아와

그만 새하얀 꽃이 되어

내 앞에 모였네.  

 

 

 

♧ 들꽃처럼 - 배은미

 

들꽃처럼

낮게낮게 가자

청초한 아름다움으로

내 삶을 위로했듯

그대에게 나는 작은 들꽃으로

드리우고 싶다.

항상 지키지 못한 약속처럼

그대 곁에 머무르지 못한 게

늘 커다란 짐이였는데

혹여

다시 태어나면

나는 그대에게

아주 작은 의미라도 좋으니

그대곁을 지키는

키 작은 들꽃으로

드리우고 싶다.

 

 

 

 

♧ 들꽃의 노래 - 김경숙

    -달개비

 

후미진 깊은 산 속

척박한 바위틈에

누가 너를 보냈을까

 

찾는 이 없어

외로움에 내민 손

마다 마디 파랗게

피멍이 들었구나

 

한해 살다 갈지언정

바위를 다독이며

밤마다 꿈속에서

별을 보듬었을까

 

내 민 손끝마다

별이 총총 박혀

파르르 떨고 있는

푸른 고백이여

 

 

 

♧ 들꽃 웃음 - 이훈식

 

모양도 빛깔도 없는

그리움을 안고

소리없이 찾아 왔다

남겨질 흔적 지우다 보면

 

숲속

나무가지 사이로 찾아든

햇살위로

저만치 앞서 간

발걸음이보이고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당신에 이름으로 핀

들꽃 웃음이 가득합니다

 

살아 있을 동안에

이땅에

남겨 두고 싶은 이야기가

 

당신에게만

오직 당신에게만

 

끝까지 숨겨지는

단 한마디의 시어이고 싶습니다

울음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