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무수천 계곡의 장관

김창집 2014. 8. 30. 00:17

 

어제는 광령리 촬영을 위해 갔는데

무수천의 아름다움을 만나

눈의 호사를 누렸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장어가 올라오고

참게가 살았다는 곳.

비가 와서 그렇다고는 하나

병풍을 두른 것 같은

암벽 사이에 펼쳐진 절경이라니.

 

그 옛날 내 아이들이 어렸을 적

무수천 간다고 데리고 갔던 곳과는 달리

진짜 근심을 잊을 만한 곳이었다. 

 

 

△ 딸아, 지리산에서 사랑을 보았노라 말하자 - 안수동

 

백무동의 새벽을 깬 너의 비명은

이틀 밤 사흘 낮을 몽실몽실 피고 진

변덕 많은 지리산 구름이었다

 

편하고 쉬운 길은 순식간이었고

헐떡이며 올라선 끝은 내리막의 시작이었지만

미끄러지며 내려간 비탈에서 또 하나의

언덕을 오르게 한 것은 희망이었지

 

고사목들만 선 황량한 고원에서

무리진 흑조의 날갯짓을 보았고

생각마저 표백된 흑백의 동영상 속에서

시리도록 푸른 산죽의 함성도 들었다

 

길고 긴 능선 연이은 우듬지마다

흥건히 고인 땀과 탄식은 상고대로 다시 필 테고

바람막 없는 벽소령의 칼바람의 행간에

그대로 얼어있을 눈물마저도

그리움의 풍광이 되는 날

 

지리산에서

우리는 사랑을 보았노라 말하자, 딸아

  

 

 산은 말한다 - 박덕중

 

은 말한다.

낮은 곳에 뿌리 뻗어라

맑은 물소리, 새 소리 들으며

낮은 곳에 살아라.

하늘과 가까이 만나러

저녁별과 가까이 만나러

산비탈 기어 오른 나무들을 보라

심한 바람 속에 울고

뿌리조차 뽑힌다.

 

산은 말한다.

조용히 살아라

칼바람 소리도 귓가에 흘리고

뿌리로만 조용히 살아라

천둥이 내려치든

억수가 내려치든

불빛 칼날소리 받아치지 말고

조용히 뿌리로만 살아라.

 

산은 말한다.

그렇게 낮게 조용히 살다가

죽거든 내 품에 묻히거라

내 품 안에 잠들며

나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리라.

언젠가 나의 자궁 안에서

너는 다시 山有花로 태어날 테니.

   

 

△ 산이 좋아 - 박태강

 

찬바람 모진 폭풍에도

덤덤하게 버티시는 모습에

넓은 마음과 인내심을 배우며

 

수많은 사람과 동물이 오르내려도

항상 웃으면서 보살피는 모습에

자상함과 사랑을 배우며

 

높은 봉우리 밑 깊은 골짜기에

생명력인 물이고인 모습에

자연의 조화와 삶의 지혜를 배우며

 

한발 한발 힘든 걸음으로

숨이 목에 차 힘들어도

정상에 올라 보는 기쁨으로

말없는 당신의 위엄을 배우며

 

수만년을 참아 오면서

위대하고 선한사람들의 모습과 행동

악한 사람들의 모습과 행동을 보아 왔건만

말없이 그들 족적만 간직한 채

말없는 당신에게서 신의를 배우며

 

봄이 오면 꽃과 잎을

여름이 오면 무성한 잎으로 녹음을

가을이 오면 영원한 종족을 위한 열매를

겨울이 오면 거추장스러운 치장을 거두고

잠을 즐기는 모습에서

삶의순환을 배웁니다.

 

그래서 당신이 좋아

당신을 찾습니다  

 

 

△ 그대는 이제 우리의 산이 되었네 - 권경업

 

침엽수 청청한 푸르름으로 남아

그리움에 몸서리치며

울먹이는 우리들

언제나 따뜻함으로 맞는

그대는 우리의 산이 되었네

 

끓어오르는 분노도

불같은 사랑도

주체할 수 없는 설움도

맑디맑은 백두대간의 새벽안개로

가볍게 다독거려주는

그대는 이제 우리의 산이 되었네    

 

 

△ 산으로 오게나 - 권오은

 

계속 올라오게나!

사람들아, 산으로 오게나

 

수많은 사람들, 내 몸 밟고 간다해도

나 아무런 말 하지 않겠네

 

옅은 지혜[知慧] 힘 빌어

내 허리 자르고, 도려낸 인간들의 소행 숨기려

손 떨며 오르는 담쟁이 보고 싶지도 않는가

 

산 올라, 화해[和解]의 이치 깨닫고

계곡물 내려 흐름에 겸손의 진리 알려거든

조건 없이, 산으로 오게나!

  

 

△ 들에서 산으로 - 강진규

 

들에서는

후련함이 없어

우리 산으로 간다

 

들에서는 손짓뿐이나

산에서는 마음으로

그 깊은 속마음을 알린다

 

들에서는 무료하여

가만히 웃으려해도

웃을 꺼리가 없다

 

울고 싶은 사람들 있다면

산에 가서 울어야 한다

거기 산의 큰 숨소리

깊은 소리가 숨어 있다

사랑이 숨어 있다

우리들 내일이 숨어 있다

 

멋적게 부르는 노래는

들에서나 하는 것

가슴에 와 닿는 외침은

산에 가서 하는 것

 

손바닥을 다 펼쳤으나 아쉬워

보여줄 것이 없어 허전할 때

그 때 깊게 숨 쉴 수 있는 곳

그 곳 산으로 우리 모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