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 시집‘꽃들의 수사’
김영란 처녀시집
'꽃들의 수사'가 나왔다.
시인 김영란은
1965년 제주 애월 하귀 출생.
제주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
2004년 제주 MBC여성백일장 대상 수상.
2010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월장원.
2011년 중앙일보 시조백일장 월장원.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조부문에 당선.
2013년 서울문화재단 예술창작지원사업에서 창작지원금을 받음.
한국작가회의, 제주작가회의 회원.
21세기시조 동인.
♧ 꽃들의 수사修辭
분홍빛
한 자락이
날아가 길이 되듯
텅 빈 하늘 한쪽
휘파람새로
와서 울 듯
한 生이
까맣게 익어
톡톡 튀는
저것 봐,
♧ 제주수선화
한림 초록 바다에
내리는 봄눈 위에
제 땅에서 유배당한
차가운 햇살 아래
아무도 지우지 못한
한짓빛 저 은유여
바닥도 숨기지 마라
저 맑은 눈빛 앞에
한 생애 품은 뜻이
포승줄에 묶여 가도
육십 년 물무늬 지는
그리움에 떠는 꽃.
♧ 벚꽃 - 김영란
칠흑 같은 밤에만
귓속말로 핀다던
목마른 사월하늘엔
멸치 풍년
꽃 풍년
내 사랑 애월 앞바다
봄나들이 중이다
♧ 장다리꽃
일요일 아침햇살은
막 헹군 국수 가락
한 그릇 멸치장국에
고단한 몸 풀고는
춘삼월 계란고명을
살며시 와
얹었네
♧ 꽃향유
나이 마흔
넘기고 보니
맨 얼굴이 미안타
두꺼워진 낯짝하며
감언이설 입술하며……
꽃분홍 립스틱으로
날 숨기고
싶은
날,
♧ 고근산 제비꽃
꽃들의 감언이설에
무릎 꿇고
말았네
고근산 계단 틈에
홀로 핀
제비꽃
“햇볕
좀
가리지 마시오!”
서슬 퍼런
저
눈빛
♧ 나팔꽃
은촛대 생일케익
알록달록 촛불을 켜는
어쩌면
내 영혼의
눈이 부신 팡파르
꽃초롱
하늘계단에
송이
송이
오
르
는
♧ 자주달개비
흔들리면 먼 보랏빛
생수 같은 오월 아침
바람 속에
생각 속에
숨겨둔 그리움이
이 사랑 어쩌면 좋아
돛을 달고
오는
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