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사유를 가르친다
어제는 여러 행사를 위해 오름과 4.3평화기념관,
납읍 금산 공원을 차례로 돌아다녔다.
절물오름에서의 그 푸르름과 숲을 헤집는 바람소리,
4.3평화공원 아비규환의 전시동굴에서 나와
맞은 시원한 하늘과 흰구름의 자유.
그리고 내 유년의 숲 납읍금산공원에서의 행사 중
고향사람들처럼 편안한 지인들과의 소주 한 잔.
그게 끝나고 벌판으로 나섰을 때
붉게 빛나는 석양이 나의 지친 심신을 어루만진다.
평범한 일상에서 나에게 힘을 주고
더욱 부추기는 자연과의 만남은
언제나 감동이다.
♧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그 우물은 퍼내면 퍼낼수록
마르지 않고,
나누어 마시면 마실수록
단맛이 난다.
사랑은 가난할수록 좋다.
사랑은 풍부하거나 화려하면
빛을 잃는다.
겉으로 보아 가난한 사람은 속으로는
알찬 수확을 거두고 있는 것이다.
너무 화려한 쪽으로 가려다
헤어진 사랑을 본다.
너무 풍요로운 미래로 가려다
갈라진 사랑을 본다.
내용은 풍요롭게,
포장은 검소해야 오래가는 사랑이다.
♧ 석양 성찰 - 정윤목
가슴 베인 듯 아파올 때 사랑에 대하여 생각합니다. 떠올리기만 하여도 핑그르르 도는 눈물 더불어 고요한 성찰에 들 때 그대가 선연히 떠오릅니다 ‘기쁘게 살아드려야지’ 되내이는 말 못내 그리움에 답하는 고백입니다 하루를 살 때 차오르는 밀물과 만월을 기억합니다 잊은 적 없어 대만족인 기쁨에 대하여 한없는 미소로 반향하여 응답하오니 그대는 기쁨의 기도입니다 어여삐 들어주시는 기도입니다 머리칼이 하얀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시는 들음입니다 하여, 나는 날이면 날마다 그대를 사랑하기로 합니다 풀물 든 그리움으로 부르고자 합니다 그 어느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마음을 지니고자 신의 세상에 더욱 몰입하길 소원하며 살아갑니다
한 날의 근심은 지나간 공약수이며 다가올 근심도 그러한지라 죽기살기로 사랑하고자 합니다 눈물이 웃음이 되는 고요한 사색에 들 때마다 거듭 거듭 사랑하기로 합니다 태어난 이후 떠난 이후 그 모든 영원함에 대하여 무상의 그리움으로 조각하는 것은 오직 모를 그대이며 역시 모를 사랑인지라 앎을 완전히 포기하고 살아가는 간난의 바보가 되기로 합니다
♧ 석양 1 - 심종은
낱낱이
쫄아드는 해 그림자
선상(線上)에 마음을 누이면
먹물 담은 어둠이
가슴 에울을 적셔 온다.
한 폭의 그림으로
던져두는
보라! 저 화염 다발을.....
한복판에 마음 실리면
가슴은
타오르는 정열이 된다.
홍건하게
가을 풍향이 빚어내는
황금 이삭들.....
벌판으로
줄줄이 나들이할 때
석양은
한 조각 풍경화
영원한 꿈 보라를
잉태한다.
♧ 여름을 위한 송가 - (宵火)고은영
눈물 머금은 별빛들은 뭉클하고
여리디 여린 잎들이 바람에 소스라치는 순간
밤이 새도록 나무들은 아픈 가슴으로 노래를 부른다
누구로부터 배운 의례적인 몸짓일까
아니다 누구로부터 배우지 않아도 나무들은
확고한 의지로 자유와 다양한 문양의 삶을 그리고 있다
각자 제 몫만큼 흔들리고
끊임없는 생리통을 앓으며 성장하는 것
제 뿌리를 지키고 단단한 뼈대로 서서
저 흘러가는 어둠에 잠언 같은
별들의 눈물을 모아 생명으로 생명으로
8월을 유영하는 손길들의 떨림
날이 새면 매미와 풀벌레 가락이
그리고 여름을 위한 모든 음표들이
뜨겁게 뜨겁게 결실을 향해 발돋움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