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절경을 따라서
독도에 다녀온 이튿날인 9월 20일 토요일
아침부터 울릉도 관광 1코스를 달렸다.
물론 3년 전에 일별한 코스인데
다시 보아도 멋있다.
차는 내 마음대로 멈춰주지 않고
해안도로 곡예 운전을 즐기는데
앞에 앉은 나 또한
차창 너머 풍경을 잡는 걸 즐겼다.
지난번에 올랐던 성인봉 빼고
그래도 하루에 돌만한 곳을 다 갔는데,
5시에 강릉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4시까지 건진 것은 요 정도뿐이었다.
♧ 울릉도 - 김동주
뭍에서 보고 듣고 담아온 것
다 버리라고
울렁울렁
쏟아지는 삶의 회색빛 멀미
어쩌면 우린 우두커니 서있는 테트라포트 행렬보다
더 목매인 기다림을 찾는지 모른다
다 버려서라도
찾아야 될 게 무엇인지
여객선에 탑승한 사람은 눈 감고 침묵한다
460만 년 전
동도와 서도가 한 몸에서 떨어진 후
죽도록 보고파
죽도록 사랑해
죽도인 울릉도를 낳았는지
제 몸 녹여
화산의 뜨거운 눈물로 솟아난
성인봉은 바다를 더듬어
저의 아비어미 독도의 하루를 귀에 적는다
200만년을 기다림으로 버텨온
200만년을 사랑으로 살아온
삼봉도 역사를 파도가 한장씩 넘긴다
사랑이란 이토록 누군가를 위하여
저의 뼈를 녹여내는 거라고
기다림이란 이토록 누군가를 향하여
눈물을 단단히 굳히는 거라고
명이나물, 둘레길 화산석, 등대, 나리분지,
섬에서 먹고 보고 듣고 담아온 것
모두 녹아 파도로 출렁거린다
울릉도는
우리에게 저 길다란 침묵의 테트라포트 행렬보다
더 무거운 기다림을 배우라 속삭인다
뭍의 섬, 아파트에서도
가슴은 온통 죽도의 綠音진 눈물로
여전히 울렁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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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트라포트: 해안가 파도를 막기위해 설치된 수십톤의 4발 시멘트덩어리
* 삼봉도: 서도, 동도, 울릉도를 합하여 부르는 명칭
♧ 울릉도의 술안주 - 김영호
밤새 발가벗고 자던 달이
새벽 안개 속에
버선을 찾아 신고 있네.
온밤 달을 품었던 소나무
홑적삼을 주어 걸치고
파도소리로 해장을 하는데
바람이 막 갈아놓은 물고랑에서
갈매기들 팔팔 뛰는 햇살을 찍어
소나무의 안주를 낚고 있네.
나의 안주를 낚고 있네.
♧ 섬이라면 무슨 섬? - 나태주
섬이라면 무슨 섬?
겨울에도 가고 싶은
울릉도,
지지난 해던가
사박사박 색시눈 녹으면서
동백꽃 피는 소리
들으러 가리.
섬이라면 무슨 섬?
겨울에도 얼지 않는
제주도,
크게 뜬 채
아무 것도 보지 않는 하느님의 눈
크게 열린 채
아무 것도 듣지 않는 하느님의 귀
만나러 가리.
♧ 울릉도 남쪽의 해변도로 - 박희진
오늘 한낮의 행군은 끔찍했다?
허리는 천근이고 숨은 턱에 닿고?
최린이 만들어준 오동나무 지팡이
아니었던들 꼼짝도 못했으리?
태하에서 구암까지 가파른 고갯길이
굽이굽이 구불구불 S字 모양의 연속인데
뜻밖에 닿은 구원의 손길,
트럭에 편승하여 간신히 넘었거니?
이젠 살았구나? 홀가분한 기분으로
지금은 해변도로 걷고 있다?
해질 무렵의 광활한 겨울 바다,
닿을듯 말듯 검은 새 한 마리 날고 있다?
그것은 가마우지, 긴 부리 끝 갈고리로
물고기 잡아먹는 잠수의 명수,
그는 도무지 외롭지도 않은 듯
홀로 검푸른 수면을 무심히 누비고 있다?
그렇다 수시로 심심해하고 외로움 타는 것은
인간들만의 물거품 같은 사치가 아니더냐?
나라 경제도 암담하다는데, 거품은 빼내고
저 바다가마우지 부지런을 배워야지?
그러자 새삼 압도해오는 기슭의 검은 절벽,
구멍 숭숭 뚫린 粗面岩조면암 玄武岩현무암의
갖가지 형상들이 시선을 빼앗누나?
사자인가, 염소인가, 또는 거북인가?
미상불 투구다운 투구바위 보아라?
신라 이사부에게 항복을 결심한
우산국 우해왕이 벗어놓은 것이
지금의 우람한 투구바위 되었다네?
한편으론 광활한 겨울 바다 바라보며
턱에 닿아있는 永遠을 생각하고,
한편으론 해변의 만물상 살피면서
역사의 기복과 현실을 생각하고?
♧ 구름 속에 내가 떠 있다 - 김길남
구름 속에 내가 떠 있다
칼날처럼 깎인 성인봉 능선 상에
바람 소리 벗 삼아
살아가는 나무들은
모두가 낯 설은 표적 뿐인데
우유 빛 구름들은
사쁜 가쁜 춤을 추고
멀리 하늘과 맞 닿은 바다는
무슨 빛을 발하는지
분간 키 어렵구나
뽀얀 구름
아니 안개인지도 몰라
그들은 내 시야를 가리우고
바람은 내 눈에 표적을 남기면서
젊음의 생동처럼 바삐도 달아나고
꿈결 그려보던 울릉도는
오직 구름과 바람과
하늘과 맞닿은 바다 빛은
정녕 푸른 건가 하얀 건가
심숭삼숭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