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금꿩의다리를 보며

김창집 2014. 10. 2. 00:21

 

 

금꿩의다리를 보면

희안하게 이름이 맞아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오름 어느 조그만 바위 그늘을 의지하여 피는

조그만 연잎꿩의다리도 예쁘지만,

이 녀석은 커다란데도 그 꽃받침의 앙증맞음이

노란색 꽃술을 금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여간에

카메라 든 사람을 오래 붙잡는 재주가 있다.

 

 

금꿩의다리는

미나리아재빗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높이 70~100cm 정도 자라고,

전체에 털이 없고 줄기는 곧게 선다.

잎은 어긋나며,

7~8월에 담자색 꽃이

줄기 끝이나 잎겨드랑이에 피는데 꽃잎은 없다.

강원, 경기, 평북과 일본에 분포한다

   

 

♧ 금꿩의다리 - 김승기

 

날지 못하는 새, 금꿩은

대신 세상을 자줏빛 다리로 걷는 법을 알아

길쭉한 다리 어기적어기적 걸음을 옮길 때마다

넘어질까 퍼덕퍼덕 날개 펼치면

이파리 너울너울 푸르렀다 희었다 춤을 춘다는데,

검은표범나비 제비부전나비 줄래줄래 따라와 꽃 핀다 꿀 흐른다 소리치며 매달리고

검은머리노랑배멧새 검은등알락할미새 울음소리도 덩달아 뛰어내려와 날개 위에서 팔딱팔딱 뒤웅박질을 한다는데,

뼈와 살과 피부까지도 금색인 금꿩이라서

금빛 눈동자로 세상을 바라본다는데,

울음도 금빛이어서

보이는 모든 것이 무지개빛 황홀한 기쁨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웃음과 환호성뿐이라는데,

웃음소리 울음소리 떨어진 자리마다엔 자줏빛 줄기로 쭉쭉 키 늘이며 꽃술 노랗게 꽃이 핀다는데,

그래서 뜨거운 여름날도 숲속은 언제나 시원하게 맑아

더위에 지친 영혼 식히려 너도나도 모여든다는데,

그 날갯죽지 품이 어찌나 그리 넓은지,

이건 모두

독을 약으로 발효시킬 줄 아는

어린잎 자줏빛 줄기를 꿈꾸는 천성 착한 너의

깃털 하나하나에서 뿜어내는

애틋한 마음,

꽃은 그렇게 피는 것이라네.

   

 

♧ 금꿩의다리 - 소양 김길자

 

산새들이 즐겨 노래하는

수목원에서

야리야리한 자줏빛다리가진

그녀를 만났다

 

누가 키웠을까

헌칠한 키에

다섯 폭 치마 힘껏 펼쳐 들고

꽃망울 터트리는 그 자태

 

고요가 흐르는 숲속에

보랏빛 꽃잎에 노랑꽃술로

아니,

노랑꽃술이 꽃술 아닌 꽃으로

자신을 지키며 피는 것을

바람은 알았을까

  

 

♧ 금꿩의다리 - 김윤현

 

뿌리는 뿌리가 할 일하여 금꿩의다리를 키운다

잎은 잎이 할 일하여 금꿩의다리를 푸르게 한다

줄기는 줄기가 할 일하여 하여 금꿩의다리를 세운다

꽃은 꽃이 할 일하여 금꿩의다리를 빛낸다

 

금꿩의다리는 꿩이 지나간 줄도 몰랐나 보다

 

꽃송이마다 금빛 좌망(坐忘) 주렁주렁하다

   

 

♧ 황금빛 요한 스트라우스 - 김윤자

  -오스트리아 문학기행

 

도나우 강의 지류가

정문에서부터 흐르는 녹색지대

한때는 왕실 전용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외인의 출입이 자유로운

비엔나 시립 공원에

바이올린을 어깨와 목 사이에 올리고

푸른 다뉴브 강의 물결, 그 잔잔한 선율을

낭만의 손놀림으로 연주하는

황금빛 불멸의 영혼

시간을 돌리는 꽃시계는, 분명

정방향으로 돌아가는데

그는 여전히 정지된 시간의 품속에서

생시와 동일한 평화로운 모습

사람은 가고 없는데

예술은 살아서 타오르는 맥으로

역사를 이어가고

아직도 세계인의 가슴에는 다뉴브 강의 왈츠가

쉼없이 흐르고 있으니

황금빛 요한 스트라우스의 심오한 선율 하나가

지구를 예쁜 끈으로 동그랗게 묶고 있다.

   

 

♧ 황금빛 아침 - (宵火)고은영

 

아침을 보았니 그 색이 어떠했는지.

황홀한 색 눈부신 색이었지

기다려도 네가 오지 않는 날은

섭섭함이 쌓여 울고 싶었지.

 

모퉁이 돌아올 때

햇살 가득 그 집 유리창에

거울처럼 속내를 훤히 비친 가을이

알몸으로 황홀하게 웃고 있더라.

어찌되었든

그 비밀을 살짝 보고 오너라

새벽을 깨우면서 계절을 기억하는

시간의 깊은 언어를 배우고

아픔은 묻어 두고 슬픔도 다 버리고

그리고 내게 오너라

 

네가 오는 날

내 방에는 눈부시게 찬란한

황금빛 아침을 들여 놓으마

   

 

 금빛 그리움 은빛 추억 - 김정호

 

우우

휘웅 휘웅

갈대 무리들의

소박한 춤판이

무채색의 이승을 끌어내린다

 

물결이 스쳐간 자리는

달빛에 젖으면

은빛 추억

햇살을 받으면

금빛 그리움 만들어

 

철새가 둥지를

털어낸 자국마다

솜털같은 바람에도

꿈결인 듯

그리움에 사무쳐

서걱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