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의 잔 고기들
울릉도 천부마을 해안가
앞바다에 많은 예산을 들여 만든 해중 전망대.
우리나라 최초로 바다 속을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들었다.
울릉군에서 총 사업비 200억 원 규모의
천부해양관광단지 조성사업의 하나로
2009년 사업을 시작하여 지난 7월 1일에 개방했다.
내년 6월 30일까지 1년간 무료개방을 한다.
높이 22.2m, 둘레 20m의 콘크리트구조물이 서 있어
100m 길이의 인도교를 따라 바다 속에 있는 전망대를 따라 가보니
수면에서 12m 아래 수중에 설치되어 있었다.
엘리베이터는 전력을 아끼느라 가동하지 않아
슬슬 계단을 돌아 내려가 본 즉
전망수경 20개가 설치돼 있다고 했고,
유리로 된 전망창이 10개 나 있는데,
먹이 주머니가 달려 있고
수쿠버 다이버가 와서 먹이를 매다니
고기들이 이렇게 몰려다닌다.
아직 해초들은 제대로 자라지 못했고
고기들도 방어나 전갱이 새끼, 자리돔
그리고 용치놀래기가 노닐고 있었다.
♧ 푸른 물고기의 꿈 - 이영균
내 꿈은 쏴 밀려가고 쏴 밀려간다
태어난 곳의 저 먼 태반 속
등 푸른 물고기가 되어
푸른 파도가 부르는 넓은 바다로
숨겨두었던 날렵한 몸매엔
등지느러미가 돋아나와
꼬리지느러미로 유연히 물살을 가르며
깊고 깊은 태고의 본연으로 돌아간다
입술이 부풀어 올라 숨이 막혀 올 때쯤
아가미가 생겨나면
태초였을 푸르디푸른 꿈속
희열의 블랙홀로 빨려듦이 한없다
내 꿈은 언제나 그 바다에서
허물을 훌훌 벗어버린 아이처럼
푸른 물빛 비늘을 달고
푸르디푸른 물고기가 되곤 한다
♧ 그물 벗어난 은빛 물고기 - 김윤자
어부는 날마다 깊은 물에 그물을 치는데
치어는 작아서 나가고, 성어는 날쌔서 나가고
어부는 다시 넓고 촘촘한 그물을 짜는데
망둥이까지 걸리도록, 새나가지 못하도록
그물 밑으로, 옆으로 용케 새나가는 저 물고기.
아무리 넓은 그물을 던져도, 촘촘한 그물을 던져도
몇 마리쯤 빠져나가는 고기가 있음을 어부는 안다.
세월은 끝없는 그물
내가 한발 나가면 두발 앞서 나가 가로막는 그물.
어부는 이미 날 놓아주었는데 발목을 잡는 그물.
맴을 그리던 범주, 벗어나기 힘든 그 한계 수역
촘촘하고 넓은 그물 안에서
수학자의 이지로 함수그래프를 그리며
날마다 그물을 민다.
영근 비늘을 꿈꾸며, 큰 지느러미의 유영을 꿈꾸며
더 넓은 강으로, 더 깊은 바다로.
그물도 비껴가는 심연의 바다에서
내 영혼 살찌워
산호 숲 밝히는 은빛 물고기가 되리라.
♧ 물고기 - 이성복
내 아주 가까운 곳에 당신을 보았고 당신 계셨던 자리 에 누워도 보았습니다 한기가 들 정도로 하늘이 푸르고 간혹 이어지는 숨소리도 푸르렀습니다
내 마지막에 당신이 나를 누이실 자리를 이따금 생각 해봅니다 목말라 이른 아침 깨어났을 때 문득 사라진 금빛 물고기들이 간 곳을,
혹은 너무 고통스럽고 경황이없어 미처 몸 숨기지 못하고 떠오르던 물고기들, 우리의 금빛 물고기들이 간 곳을...
♧ 웃는 물고기 - 김형술
물고기들이 물어뜯어 부드럽게 풀린 물의 힘살이 얼굴에 와 닿는다 눈을 감으면 귀를 휘감는 먼 울음소리, 바다 속 물풀을 흔드는 건 파도가 아니다. 정적을 부르는 울음, 눈물이 없는 마른 울음들
바람에 깎인 달의 파편들이 떨어진다 물 속에 수천의 달을 옮겨놓는 건 바람의 힘이다. 물고기. 아름다운 달의 후손들은 제 몸 가득 달을 매달아 스스로 반짝인다. 물 속 갚은 정적을 깨뜨리지 않는 푸른빛의 비늘들. 조그마한 달의 아이들이 꿈결처럼 물 속을 떠다니고
물속의 울음들은 모두 투명하다. 제가 가진 크기만큼 제가 가진 이력만큼 울음들은 모두 지느러미를 달고 있다. 뿔을 가진 울음, 꽃으로 핀 울음, 독을 지닌 채 숨어있는 울음.
물고기는 운명을 가지지 않는다. 제가 만난 물의 흐름만을 영역으로 가질 뿐, 물고기는 노래하지 않는다. 물고기는 웃지 않는다. 오직 한 번 물 밖으로 나왔을 때만 하, 하, 입을 벌려 혼신을 다하여, 파ㆍ안ㆍ대ㆍ소, 제 삶의 끝을 스스로 자축할 뿐.
바다에 몸을 담그고 가만히 눈을 뜬다. 그 많던 빛들, 울음들을 삼킨 검푸른 어둠이 미동도 없이 몸에 와 얹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