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을 다시 오르다
♧ 2014년 11월 8일 토요일 맑음
작년 5월초에 다녀온 대둔산엘 다시가게 되었다.
섬에 사는 사람으로서 뭍에 있는 산을 오른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어서
기회가 될 때마다 다니다 보면
남들이 좋아하는 시기가 아닐 때도 있고
갔던 곳을 다시 가게 되는 일도 많다.
하지만 어쩌랴.
산은 누구와 언제, 어떤 목적으로 가느냐에 따라
얼굴을 달리 하고 충분히 새롭다.
이번에도 단풍 시기를 놓치고 약간은
뒷북치는 식으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내가 하는 일이 있고 그 일이 끝나고도
다른 스케줄이 없어야 가능한 일이 아니던가.
우리 오름해설사 3기 일행 18명은 설레는 마음으로
아침 8시 45분에 국립제주공항에 집결하여 탑승 수속을 밟은 뒤
9시 45분에 제주공항을 출발했다.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여 창 너머로 보이는 것은 구름뿐
비 날씨가 된다는 예보 때문에 접는 우산까지 챙겼다.
그런데 우리 3기는 비를 걷고 다닌다는 징크스만 믿고
10시 45분에 청주공항에 내리니,
아닌 게 아니라 비 날씨는 아니다.
우리가 전세버스를 타고 공항을 벗어나는 순간
청풍명월의 고장답게 산은 온갖 색으로 치장되어
없는 색이 없을 정도로 찬란하게 빛난다.
날씨만 가을답게 쾌청했더라면
차창 너머로라도 정말 좋은 그림 많이 얻었을 것인데
마음속에만 차곡차곡 눌러 담았다.
왜 대한민국을 금수강산이라 하는지
여실히 증명해준 차량 여행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대둔산 입구는
버스를 세울 곳이 없다고 들어오지 말라고
교통정리 하는 아저씨가 손을 홰홰 졌는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단풍이 끝내주는 거리
넘쳐나는 인파들 사이로 음식점을 찾아가
대충 요기를 끝내고 2시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대둔산 초입에 들어섰다.
얼른 쫓아가 케이블카 상황을 보았더니
3시 35분 것을 판매하는 중이란다.
돌아와 이를 전하니
그냥 걸어 올라가잔다.
길은 오가는 사람으로 가득하고
주변 단풍은 또 현란하게 우리를 매혹시킨다.
대둔산(大芚山)은 충남 논산시와 금산군
그리고 전북 완주군에 걸쳐있는 산으로
호서 지방과 호남 지방을 구분한다.
대둔산은 해발 878m의 최고봉인 마천대,
낙조대, 월성고지, 매봉, 철모, 깃대봉 등이 있고,
구름다리와 케이블카 시설을 해놓았다.
금강 구름다리를 건너면 약수정이 나오고
다시 삼선줄다리를 타면 왕관바위로 간다.
낙조대와 금강폭포, 동심바위, 금강계곡,
삼선약수터, 옥계동 등이 절경을 이룬다고 나와 있다.
우리처럼 늦게 단풍 구경 나온 사람들과 몸을 부딪치면서
올라갈수록 단풍은 줄어들고 낙엽진 나무들이 늘어간다.
아무려면 어쩌랴.
동심정 휴게소에서 한 통에 만원하는 막걸리와
5천 원짜리 어묵을 안주로 한 사발씩 하여
힘을 보충하고 금강구름다리와 삼선계단을 타고
마천대 정상에 오르다.
지난 번 6기와 왔을 때는 5월이라
사람들이 덜 몰려 케이블카를 타고 올랐다가
그냥 그 길을 되돌아 걸어서 내려갔는데,
이번에는 그냥 걸어올라 용문골로 내려가게 되었다.
전혀 새로운 기분과 새로운 느낌으로
산을 느끼고 만끽하면서
용문굴을 지나 전망대에 올라 사방을 구경하고는
내리는 길이 가파라 다리에 부담은 갔지만
여섯 시간 정도의 산행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렇듯
힘이 들면 든 만큼 성취의 기쁨도 큰 법,
좋은 날씨에 보람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이 기회를 빌어 같이 여행했던 3기 여러분들께 감사드린다.
♧ 대둔산 - 제산 김 대식
보라
백두에서 뻗어 오던 산맥이
노령산맥으로 뻗어 내리다
이곳 논산 완주에서
두 얼굴 두 색깔로 한껏 멋을 부린다.
완주에선
웅장한 기암들의 비경을 뽐내더니
논산에선
구름바다에 작은 산봉우리들이
다도해의 잔물결을 펼친다.
이렇게 두 얼굴로
다른 멋을 풍기며
병풍같이 둘러쳐진 기암들은
저마다의 위용을 자랑하며 우람하게 서있다.
금강문 지나서
아찔한 구름다리로 건너고
하늘로 솟아오르는 철 계단 위로
오르는 그 멋 그 쓰릴
삼선바위 용문굴
마천대 칠성봉 장군봉
펼쳐지는 기암들의 파노라마
산은 굽이굽이
구름위에 파도를 이루고
발갛게 물들인 낙조대의 일몰
산위에는 또 하나의 바다가 있다.
이곳엔 산위에 다도해가 있다.
♧ 대둔산大屯山, 가을 - 이길원
강물이 흐르듯
계곡溪谷마다 가득
안개가 흐르는 새벽
山위에서도
안개처럼 상혼商魂이 번진다
산허리 베어 내 만든
케이블 카
구름다리
철계단이 山길 막고
함진애비 흉내낸다
그래도 낙조산장落照山莊 막걸리는
소주에 길들여진 입술에
향수鄕愁처럼 달라붙고
술잔엔 낙엽落葉진 가지
그리고 구름이 돈다
♧ 대둔산에서 - 槿岩 유응교
대둔산 자락에
비껴 앉은
정자에서
넷이 마주 앉아
동동주를 따르는데
구름인 듯
안개인 듯
배어드는 어둠 속에
동양화 펼쳐있네.
화필을 들고
서성이는
부질없는 화가여
예 와서
술이나 한 잔 하세
참으로 좋을시고
동양화 예 있네.
앞으론 둥그스럼
솟은 듯 누웠는 듯
한 많은 여인네가
안개 속에 속절없고
아릿한 자태를
보이다 말다 하네.
어허
참으로 묘한 지고
속세에 잊은 여인
예 와서 다시 찾네
동동주 남았는가.
한 잔 더 부어주게
♧ 대둔산 - 하성용
그림자로 서있는
산은
쪽빛 하늘을 그리워하고
안개 사이로
올망졸망한 산들이
발아래 누워
아침 햇살을 열면
천지를 가르는 함성소리에
그리움으로 가득 찬 여명은
잎새 끝에서 반짝이고
끝없이 이어지는
돌계단 나무터널 속에서
소슬바람은
흐르는 땀을 잠재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