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겨울꽃, 팔손이

김창집 2014. 12. 18. 00:08

 

오늘 같은 날 ‘겨울꽃’ 하면

눈꽃을 상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아침에 어깨를 잔뜩 움추린 채

차 타러 가는데

휘날리는 눈속에 피어 있는 꽃

바로 팔손이었다.

 

아마도 아열대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 시기에 피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고

참 딱하다고 여겨진다.

 

그래도 열심히 꽃을 피우고

봄이 되면 까만 열매를 맺을 것이다.

   

 

♧ 겨울 들꽃 - 오보영

 

네 모습이

내내

 

머릿속을 맴돈다

 

청초한 얼굴로

 

눈 쌓인 들녘

양지바른 모퉁이에

살포시

겸연쩍은 표정 다소곳한 자태로 곱게 피어올라 있는

네가

 

너무 아름답고 대견스러워

 

가슴속 깊게 새겨진 너의 잔상이

좀처럼

지워지지가않는다

 

 

♧ 겨울꽃 - 박종영

 

산 오르는 길

허튼 바람에 싸락눈 내리다 말다,

눈 위에 여럿이 지나간

산새 발자국이 시리다

 

눈가에 싸락눈 한 개 툭,

차가운 느낌으로 내려앉는다

스르륵 녹아내려

마음 안에 서러운 강으로 흐른다

 

눈발은 그치지 않고

기쁨으로 찾아갈 첫봄의 길목에는

덜덜 떠는 망개나무 붉은 열매가 안쓰럽고

 

아직 떼 묻지 않은 첫새벽을

싱싱한 초록의 웃음으로 씻어내는 겨울꽃,

아침 햇살을 잘게 부수며 으스댄다

   

 

♧ 겨울꽃 - 권영민

 

계절 끝

시린 바람 이고

눈꽃을 피우는가

 

샘물되어 흐르던

너의 연가

데리고간 눈바람 속

 

눈물 접어두려는

애틋한 심경

 

황량한 들길에 서서

먼 하늘 바라보다가

 

어두운 터널을 뚫고

여명을 불태우는

계단을 오르며

 

아픔을 사르는

애끊는 정절이여!

   

 

♧ 겨울, 들꽃인들 어떠랴 - 장성희

 

온몸을 떨면서

지상으로 피운 꽃잎

단지 그늘에 피었다 하여

봄 향내 일지 않았다 하여

돌아서서

시린 잎새를 뚝뚝 떨구느니

씨방 안에 남모르는 종기 돋느니

우리 이 겨울 속에서

빈 들을 젖어 흐르는

작은 눈꽃이면 어떠랴

손목 차가운 열매에

심장을 데히느니

조금씩 덜 차오르는 속눈물로

가라앉히는 파도로

끝내 간직한 봄의 불씨로

우리 멀리 돌아 흐르는

깊은 강물이면 어떠랴

   

 

♧ 겨울꽃 - 강신갑

 

이 혹한에 꽃이 보고 싶다.

봄이 오면 겨울에 피는

꽃나무를 심으리라.

 

하얀 눈도 꽁꽁 언 살을 에는 추위

마음 녹이는

고결한 꽃이 보고 싶다.

 

엄동설한에

다스운 향기 흩날리는

청정의 꽃

 

봄이 오면

동장군에도 지순한 송이 드러내는

아름다운 꽃나무를 심으리라.

   

 

♧ 겨울 꽃 - 박정순

 

겨울 꽃으로만 피어나야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다

머무르지 않고

취하지 않고

걸어가는 생이 어디 있으랴

 

겨울에 피는 꽃이어야만

따스함을 알 수 있다

바람 불지 않고

비 내리지 않는

길이 어디 있으랴

 

거센 물결 이는 강가에 외로이 서 있는

겨울 꽃나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사이

은빛 보석의 햇빛가루가

내 맘 속에 들어오면

어디쯤에 자리를 내어주랴?

 

겨울꽃이어야만이

그리움을 안다

봄날이 없이

여름날도 없이

결실 맺는 가을이 어디 있으랴

언덕 길 없이

굽어진 길없이

걸어가는 생이 어디 있으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