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엄마'와 사랑의 열매
크리스마스이브인 어젯밤
다큐멘터리 ‘천상의 엄마’를 보았다.
올해는 그 하나만으로도 성탄절의 선물로 충분하다.
…부산시 암남동에 자리한 마리아수녀회.
그곳에는 수도자의 삶을 살아가는 80여명의 수녀들이 있다.
그러나 그녀들에게 붙여진 이름은 ‘수도자’가 아니라 ‘엄마’다.
그녀들이 키우는 600명의 아이들 때문이다.
생후 1개월이 된 아기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18살 아이까지….
그 아이들은 수녀들을 ‘엄마’라 부른다.
80명의 수녀들과 600명의 아이들이 만들어가는 울고 웃는 일상.
유치부 수녀들은 회색수도복을 휘날리며 틈만 나면 아이들과 뛰어 논다.
수녀 한명과 보육사 한명이 돌보는 아이들은 평균 10명. 그
러다보니 씻기고 입히고 먹이느라 하루 종일 쉴 틈이 없다.
아이들은 이런 수녀를 ‘엄마’라고 부른다.
엄마 수녀도 자신들이 불리는 호칭 ‘엄마’를 사랑한다.
보통 아이들이 그런 것처럼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좀 달라진다.
방 좀 치우라고 야단을 쳤더니 퉁명스러운 대꾸를 하는가 하면
창틀 위에 올라앉는 위험한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사춘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과 방황이 시작되는 나이,
수녀원에서 태어나 자라는 아이들의 방황은 깊다.
그 결핍과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온전히 수녀님의 몫.
마리아수녀회 역사 50년.
그렇게 수녀들의 품에서 자라 사회로 나간 아이들이
12,000명이 넘는다.
♧ 성탄절의 기도 - 진장춘
주여 지난 날 헛되이 보낸 성탄절을 용서하시고
올해는 성탄의 의미를 바로 새기게 하소서.
왕궁이 아닌 누추한 말구유에 임하신 까닭을 알게 하소서.
가난한 목동의 인사를 먼저 받으신 의미를 깨닫게 하소서.
인류의 죄를 십자가로 보속하기 위해
가장 낮고 누추한 곳으로 오신 예수님
영광이 아닌 가난과 고통을 받으러 오신 예수님
저도 당신과 함께 낮은 곳으로 임하게 하소서.
헛된 욕망을 비우고
가난한 마음이 되어
아기 예수님 모실
정결한 말구유 하나 마련하게 하소서.
비움과 나눔과 겸허한 마음으로
기쁘게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게 하소서.
어려운 이웃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게 하소서.
오소서 아기 예수님!
내 마음에 오소서.
간절히 비오니 예수님을 닮아가게 하소서.
♧ 성탄절 - 류종호
신의 뜻은
얼마나 심오한 것이길래
인간의 하찮은 그리움만
숯검정 되게 하는가
머리 위에서 지상을 굽어보며
은총을 뿌리는 십자가들아
부활의 뜻은
얼마나 오묘한 것이길래
성탄의 기쁨만 넘치라느냐
여전히 칼끝 같은 세상
찬양의 목소리는 드높은데
신의 침묵하는 뜻을 모르겠구나
순전히 이를 가는 세상
캐롤송은 행복하게 울려퍼지는데
고뇌에 찬 얼굴들 소주를 붓고
부활의 뜻 위에 소주를 붓고
휘청휘청 사라지는 뜻을 모르겠구나
신의 뜻은
얼마나 심오한 것이길래
이 땅에 아기 예수만 보내는지
세상아 모르겠구나.
♧ 크리스마스 기도 - 박인걸
가난한 이들의 이웃으로
갇힌 자들의 자유자로
눈 어두운 자들의 광명으로
억눌린 자들을 풀어주려고
하늘에서 내려오신 예수여
증오가 가득한 이 땅에
용서와 화해가 가득하게 하시고
살기가 가득한 눈에
사랑이 빛이 고이게 하소서
오만과 편견이 난무한 땅에
겸손과 이해를 주시고
갈등과 분열의 사회에
치유와 회복을 내려 주소서
기이한 능력과
탁월한 깨우침으로
초월적 권위와
자애로운 아버지로
평화로운 왕으로 오신이여
우리를 도우소서.
우리를 치유 하소서
우리를 구원하소서.
영원히 함께하여 주소서
♧ 크리스마스 선물 - (宵火)고은영
막 감동의 하이얀 장미 한 무더기가
수줍은 가슴에 미소로 안기더라
겨울의 벌판
서러운 내 형편에
그것은 따뜻한 빛으로 다가온 황홀경
떨리는 촉수들이
동짓달 위에 일제히 일어서고
싱싱한 것들로부터 전이되는 행복
갑자기 뭉툭한 어떤 것의 전율
목이 멘다
아, 사랑은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
평생을 가도 지워지지 않을
화인 하나
가슴 아리게 와 박힌다
♧ 크리스마스에 드리는 기도 - 김의중
올 크리스마스엔
창가에 촛불하나 켜 놓으렵니다.
타는 촛불로, 밤새워
시간의 의미를 헤아려보며
메마른 가슴 외로운 눈물로 적시어
작은 소망의 기도를 드리렵니다.
용서하소서!
내가 가졌던 탐욕을…
남에 대해 편협하며, 이기적이며
마땅히 해야할 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태만함까지....
다른 무엇보다 진실하지 못했음을....
마음을 열고
새로운 눈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녹색의 작은 별
우리가 사는 아름다운세계
이 땅에 사는 누구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을 소유하게 하소서.
기아와 질병과 전쟁이 없는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세상....
크리스마스에 오신 이의 마음처럼
녹아내리는 이 촛불이
소망의 빛이 되어
우리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 크리스마스 캐럴 - 오양심
가시밭길이다
동서남쪽이 사라지고 북쪽만 보인다, 홀로 된 별
하나가 나보다 먼저 화석이 된 눈동자로 땅을 내
려다 본다, 세상을 떼어 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가 없다
바람은 허허로운 등짝을 때리고, 기세꺾인 별빛도
그림자처럼 희미하다, 빛바랜 꽃잎의 수를 세다가
잠을 자고 싶다, 밤이 낮이 되고, 밤낮이 환해져서
어스름 달밤이 되어도 좋다는걸 이제 알았다, 캄캄
한 잠을 자고 싶다
대낮에도, 해저녁에도, 한 밤중에도, 새벽에도, 지상
에서 모든 것들이 들림을 당하는 날에도, 속박에서
벗어나는 개벽의 날에도, 마침내 이 땅이 적색에서
백색으로 거성이 되는 날에도, 내가 잠만 자다가 환
장을 한 날에도, 종지부를 찍는 날에도, 캄캄한 것들
이 아는 체를 하는 날에도
눈물을 부추기는 비바람 속에서 내가 막막하다가, 제
정신이 번쩍 든다, 하늘에서 밧줄 하나 내 몸속에
들어온다, 지상으로 나 있는 가시밭길을 지나면
하늘로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