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갑오년을 보내면서

김창집 2014. 12. 31. 11:01

     * 별도봉에서 도두봉 위로 떨어지는 해

 

2014년 365일은 속절없이 흘러

더 물러설 곳 없는 날을 맞았다.

뒤돌아보니

뭘 했는지 막막하기만 하다.

 

한 것이라고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때

가고 싶은 곳을 돌아봐야 한다고,

4월에 미국과 캐나다 동북부지역 나들이

5월에 뱀사골에서 천황봉을 거쳐 치밭목에서 내리는 지리산 종주

7월에 오름오름회와 태백산과 청량산 등반

9월에 탐문회와 울릉도 독도 탐방

11월에 오름3기와 함께 대둔산과 계룡산 등반

또 11월에 오름8기 졸업여행으로 금정산과 갈맷길 걷기….

되돌아보니

이리저리 돌아다니긴 많이 했구나.

 

그 외

오름길라잡이 과정 제8기 강좌를 무사히 수료시켰고

국립제주박물관에서 해마다 하는 교양강좌 수강,

제민일보에 ‘제주어 전설’ 연재,

제주KCTV에 ‘김창집의 신 탐라순력도’ 출연 진행,

제주어보전회에서 하는 제주어 강좌의 강의,

오름 교육교재 계발 과정 집필 참여,

그리고 각종지지와 발간물 글쓰기,

탐문회와 월1회 지역답사,

주말 오름 오르기,

여기저기 강의 등등등….

 

생각해 보면

정년퇴임 5년차는 그렇게 바쁘게 보낸 셈이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따라줘서

그 많은 행사를 무사히 치르고

거기다 좋아하는 술까지 곁들였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자신을 위한 글쓰기와

이웃을 제대로 돌아보지 못한 채

어영부영 보낸 것이 후회스럽다.

내년에는 건강을 위해 술을 덜 마실 것과

제일 중요한 이 과제들을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해본다.

 

  * 별도봉에서 사라봉 낙조

 

 이 해를 보내며 - 김규동

 

기러기떼는 무사히 도착했는지

아직 가고 있는지

아무도 없는 그 깊은 밤하늘을

형제들은 아직도 걷고 있는지

가고 있는지

별빛은 흘러 강이 되고 눈물이 되는데

날개는 밤을 견딜 만한지

하룻밤 사이에 무너져 버린

아름다운 꿈들은

정다운 추억 속에만 남아

불러 보는 노래도 우리 것이 아닌데

시간은 우리 곁을 떠난다

누구들일까 가고 오는 저 그림자는

과연 누구들일까

사랑한다는 약속인 것같이

믿어달라는 하소연과도 같이

짖궂은 바람이

도시의 벽에 매어달리는데

휘적거리는 빈손 저으며

이 해가 저무는데

형제들은 무사이 가고 있는지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쓸쓸한 가슴들은 아직도 가고 있는지

허전한 길에

씁쓸한 뉘우침은 남아

안타까운 목마름의 불빛은 남아

스산하여라 화려하여라.

 

  * 집 지붕 위에서 제주시가지 위

 

♧ 한 해를 보내며 - 박인걸

 

쏜 살이 지나가듯

전깃줄에 바람이 스치듯

덧없는 세월을 타고

전류처럼 흐르는 시간 들

 

나이 오십에는 오십 킬로

육십에는 육십 킬로

칠십에는 칠십 킬로 속도로

세월이 겁난다던 친구여!

 

앞만 보고 살았던 세월도

아등바등 살았던 세월도

지금 와 생각하니

부질없는 일들 이었어

사랑만이 삶을 행복하게 하고

용서가 마음에 평안을

진실은 부끄러움이 없게 하니

새해에는 더욱 바르게 사세.

 

  * 북촌에서 다려도 일몰

 

♧ 한해를 보내며 - 손옥경

 

정말 다사다난한

나날들이였다.

 

어쩌다가 숨 쉬며 다가선 지구의

한켠에 서서

 

하늘과 땅 그리고 바람을 본다

사계절마다 바람은 제 모양 내려고

아우성이다

 

어수선한 바람은

양심을 마비시켜

지하철 참사를 불러와 경악과 분노를 뿌리고

 

바람은 마녀가 되어 전국을

할퀴고 갔다. 그는 매미란 마녀

 

마지막 찢겨져나간

달력의 무기력한 모습이

한 장의 낙엽이 되어 뒹구는 여의도 앞마당

 

그래도 찬란한 태양은 변함없이

동녘 남산 위로 떠오르고.

 

  * 남원 큰엉에서 섶섬과 제지기오름

 

♧ 한해를 보내며 - 반칠환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발을 씻는 사람들아

그 여름의 뙤약볕과 큰물과

바람을 모두 건넜느냐

휩쓸고 몰아치던 그 길

무릎걸음으로 걸어온 이들 한두 사람뿐이랴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이마를 훔치는 사람들아

올해도 세상의 한쪽에 빛이 드는 동안

세상의 다른 쪽에는 그늘이 드리웠더냐

여기서 빛이 드는 동안 세상의 다른 쪽에는 그늘이 드리웠더냐

여기서 벚꽃이 피는 동안, 저기서 목숨 지는 소리를 들었느냐

어떤 이는 사랑을 잃고 울며, 어떤 이는 사람을 잃고 울더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땀을 닦는 사람들아

그 더운 땀방울로 하여

어떤 이는 열매를 얻고

어떤 이는 줄기를 얻었지만

어떤 이는 그저 땀방울뿐이더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눈시울 붉은 사람들아

느리게 이울고 있는 태양의 어깨를 보았느냐

세상을 다 비춘 다음

제 동공에 넘치는 눈물로

저를 씻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한해의 노을이 내리는 저녁 강가에서

돌아보는 사람들아

올해도 잠깐의 평화와 긴 불화가 깃들었더냐

그러나 살아서 평화, 살아서 불화

저 강물들은 어떤 평화에도 오래 쉬지 않고

어떤 불화에도 저를 다 내어주지는 않나니

 

한해의 노을을 밟고 돌아오는 사람들아

내일은 또 새가 울고, 꽃들은 피리라

비바람 몰아치고 파도는 높으리라

그러나 살아서 꽃, 살아서 파도

우리 모두 오늘에 온 것처럼 내일에 또 닿을 것이니

사람들이여, 새 길을 가기 위해 오늘 모든 길을 멈추자

 

  * 별도봉에서 도두봉

 

♧ 내일의 태양 - 이지영

 

모두 물러갔습니다

서산마루에 뉘엿거리는 해를 붙들고

한해를 돌아다보며

또 한해를 내어다보는 시간

 

삶의 기록을 말아 쥐고

촛불 타오르는 앞에 서면

가슴 찔리는 아픔을 어떡합니까

 

구멍뚫린 가슴으로

돌아와 앉는 자리

쫒기는 이는 오늘 황혼

오늘 구름뿐이다

 

해선에 떠오를 내일의 태양에

숨 가쁜 출발의 설레임을 안고

조용히 축배의 손을 올립니다

오늘 같지 않을

내일을 위하여.

 

    * 남원 큰엉 해안

 

♧ 마음의 정원 - 손병흥

 

한해를 보내는 아쉬움 가득한 깊은 밤

외로운 겨울나무처럼 소박한 모습으로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는 겸손한 마음

새로운 꿈 열정 따스한 정 그려보는 날

스스로를 태워 빛 발하는 촛불의 의미

순수하면서도 정 많고 사람 냄새 나는

작고 큰일마저 앞장서는 자세 지니고자

조용히 돌이켜 참회하는 명상의 시간

도대체 한 순간 헛됨도 없는 삶이 무엇인지

올바른 마음가짐 능동적 변화조차 익히지 못한 채

단지 수용하고 적응만 하며 살아왔던 지난날들이

내심 현재의 삶에 안주하는 크나큰 방해물인 것임을

가슴 가득히 한아름 후회스러움만 맴도는 이 순간

내면의 목소리 귀 기울여보는 새 각오 다지는 밤

씁쓸한 마음자리에다 작은 희망하나 심어보고자

한걸음씩 충실하게 나아가는 고달픈 인생살이

손볼 것 많은 제 자신 다시금 인식하는 마음의 산책.

 

 * 다랑쉬에서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