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물질은 겨울에도 멈추지 않는다

김창집 2015. 2. 1. 07:29

 

 

 

2015년 1월 30일 금요일.

바깥 기온은 10도 전후를 넘나들었고

하늬바람 옷깃을 여미게 하는데도

우리 잠녀 삼촌들 물질은 막을 수 없었다

 

어제 안덕면 화순에 ‘신 탐라순력도’ 촬영가서

오후에 앞바다에 물질하고 있는 잠녀 삼촌들을 마중했다.

구쟁기(뿔소라) 2~30kg, 전복, 홍해삼, 물꾸럭(문어)을 따고

추운 기색 없이 나온 삼춘들….

 

화순 잠녀 삼촌들의 후한 인심은

대한 추위를 녹이고도 남았다.

 

비록 옛날 같은 불턱은 아니지만

기분을 내느라고

불턱에 불을 피워 구워낸 소라꼬치,

그리고 아직은 부드러운 홍해삼은

눈 수술 열이틀만에

소주를 마시게 만들었다.

 

화순 잠녀 삼촌들 고마워요.

방송에 이쁘게 나온 모습 보세요. 

 

 

 

♧ 해녀 - 강정식

 

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밖인 그 가장자리

천년을 가라앉아 기다리고 있는

바위 문 두드려 본다

과거와 지금 사이에서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물밑과

기다리는 이 없는

날들 사이를 들락이면서

눌러 참았던

목쉰 날숨 소리만 길게

대답 없는 바다를 부른다

갈매기를 부른다

 

차가운 물살

그녀를 끌어안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