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제주시조 제22호와 광대나물꽃

김창집 2015. 2. 21. 21:55

 

♧ 탐라산수국 - 손영희

 

네 거처를 찾아가는 나는 파랑나비

 

무심을 되새김하는 소잔등에 얹힌 나비

 

안개는 분화구에서 전설처럼 피어오르고

 

네 들숨 내 날숨으로 하늘 그물 엮어서

 

목동아, 우리 지극한 사랑이 될양이면

 

저기 저 쏟아놓은 별 지금 막 승천중이니

 

 

♧ 해금 - 김남규

 

또 다른 살 속으로

파고드는 맨살이다

마찰과 마모 사이

켜는 것과 켜지는 것

몸속에

갇힌 폭풍을

서로에게

겨눈다

 

어둠이 활을 안고

뒤쫓는 우리의 밤

끝에서 끝으로

눈물 없이 울어도

밑줄로

음 높이는 위로들

꽃잠으로

흩어진다

   

 

♧ 수화手花 - 김영주

 

두 모녀 전철 안에서 이야기꽃을 피운다

 

소리 없어 더 눈부신

상처 어르는 저 손의 말

 

꽃잎을 다 떨어뜨리고

숨 돌리는

손가락

   

 

♧ 겨울 한라산 - 이용상

 

인적 없는 세상 같아

창문을 살짝 열면

 

눈 내리는 한라산을

활공하는 검은 새

 

천지간

비워둔 마음을

물결치게 하고 있다

 

왼종일 방에 갇혀

텔레비전 마냥 본다

 

폭설에 산도 숲도

동양화로 나앉고

 

한라산

갈까마귀가

풍경 속으로 사라진다

 

 

♧ 산수국 - 김향진

 

장마철 산수국 피면

마음은 산 향한다

 

가뭄 끝에 오는 단비

주름진 잎 펴지고

 

헛꽃에 시간까지 내줘

불쑥 눈물 흘린다

   

 

♧ 겨울 억새 - 김연미

 

적자 계산 메꾸기 위해

머리숱 다 빠져버린

 

십오 도쯤 고개 숙인

억새들이 서 있다.

 

북서풍 목소리 높이며

먼 들판을 깨울 때

 

고위직 소나무들

슬금슬금 붉어지는

 

방제선도 뚫려버린

적자생존의 저 들판

 

침묵의 느낌표들이

다수결로 서 있다.

   

 

♧ 집게 1 - 강애심

 

어떤 바다 어떤 인연인지 저 사수포구는

비행기 뜨고 지고, 집 한 채 꿈 뜨고 지고

활주로 이탈한 파도 집어등을 켜든다.

 

포구 돌틈 사이 내 손에 쥐어진 인연

꼼지락 꼼지락대는 집게발 게들레기

밤사이 잠 못잔 아이 발가락 꼼지락대듯

 

아들이 돌려보낸 집게를 반겨맞아

선천성 심장병으로 출렁이던 저 바다도

이윽고 빚을 갚은 듯 다시 뜨는 수평선

   

 

 섬 산수국 - 한희정

 

어젯밤 사락사락 예까지 내린 별이

 

접이우산 펴기도 전에 소낙비를 맞았네

 

나무꾼 그 눈빛 같은 푸른 옷이 젖었네

 

사람찾기 사이트도 나무꾼 행적 몰라

 

올레꾼 눈맞춤에 행여 따라 나설까만

 

소금끼 눈물 꼭 찍는 저기, 저 꽃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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