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오늘부터 벚꽃 축제인데

김창집 2015. 3. 27. 07:11

 

오늘부터 제주왕벚꽃 축제여서

벚꽃이 제대로 피었나

어제 여기저기 돌아다녀 보니까

그리 시원치는 않았다.

 

오후 늦게 집앞 소공원에 가서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며

나무 둥치에 먼저 핀 꽃을 찾아

최대한의 벚꽃 분위기를 내봤다.

 

해마다

언제는 너무 이르고

언제는 너무 늦어 주 장소에

밤에 얼음을 갖다 놓는 등

아무리 첨단 과학이 발달해도

그거 하나 못 맞추고 있다.

 

어떻든 이번에 좀 이르지만

잘 넘어 가야 할 텐데….

 

하기야 적당히 핀 걸 보면서라도

축제 분위기만 내면 되는 것 아닌가?

 

 

♧ 벚꽃 축제 - 박인혜

 

겨우네

비밀스레 숨어있던

그들이 환하게 피어났다

 

벚꽃 세상을 만들었다

 

벚꽃을 닮은 사람들이 다가오자

벚꽃은 꽃잎을 날리며 환영해준다

 

벚꽃의 세상이다

 

벚꽃아래 옹기종이 모여앉아 점심을 먹는다

벚꽃 같은 사랑을 피고자 하는 연인들이 모여 든다

벚꽃 닮은 강아지가 뛰어 다닌다

벚꽃과 함께 아이들이 웃는다

 

벚꽃세상의 사람들이

벚꽃아래에서

벚꽃처럼 즐거워한다

벚꽃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의 마음은

벚꽃처럼 아름답다

 

 

♧ 벚꽃 유감 - 최원정

 

보름도 견디지 못하고

산화되는 야속한 생이

풍장으로

길 위에 스러진다

 

싸락눈 흩날리어

뼛속까지 오한 들 듯

속절없이 스러진다

이 환한 봄날에

 

벚나무 길을 지나쳐

병원으로 가야 하는데

여리디 여린

수많은 꽃시신들을

어쩌나,

어찌 밟아야 하나

   

 

♧ 벚꽃 - 素養 김길자

 

햇살 한 가닥 휘어잡고

봄을 열며

들녘에서 외롭게 피던 날

 

슬픈 미소 보내며

향기로 그림자 찾아

살랑대며 애무하는 바람아

 

표정 지운 꽃들마다

설움 삭이다

눈송이처럼 떨어져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웠던

연한 핑크빛

한 아름 담아 보낸다

그리움이 머문 꽃잎 속으로  

 

 

♧ 벚꽃, 바람부는 날의 고독 - 김윤자

 

연분홍 꽃등 알알이 불 켜들고

그렇게 봄을 밝히셨거든

가시는 걸음은 고요해야지요.

 

바람이 꽃잎을 휘몰아 간다고

목숨이 다 한 것은 아니지요.

꽃 진 자리 아물고 나면

작은 날개 돋아날테고

푸른 기도로 솟아 오르면

열린 하늘, 비원의 숲은

그리 멀지 않을 것입니다.

 

깨알같은 글씨로 쌓아올린

탑길을 따라가다 보면

해거름 널브러진 슬픈 길목에서도

꿈꾸어 노래하시던 청산을 만나실테고

겁없이 불어오던 비탈 바람 잠재울

솔수펑이는 있겠지요.

 

여기까지만 견디시면 됩니다.

어머니

 

 

 

♧ 벚꽃을 보며 - 강진규

 

내가 앓다 버린 신열의 모서리마다

생의 즐비한 가벼운 노래

오늘은 해종일 눈이 부시다

 

생이 닿지 않는 곳이 있다면 끝끝내

내 생은 부풀어 더욱 가득해지리라

질긴 몸서리마다 꿈이 되어

내 한생 질곡을 환히 밝히려드는가

 

오는 봄을 즐겨 곱게 폈다가

가는 철없는 내 사랑

스스럼없이 부서져 흩어진다

날개마저 달고 싶지 않은 세상으로

오늘은 울음의 길을 펑펑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