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벚꽃으로 여는 4월

김창집 2015. 4. 1. 11:15

 

엊저녁

3월 마지막 밤 벚꽃이 너무 고와

집 앞 소공원에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그리고

오늘, 4월의 달력을 걸어 놓고

새로운 각오를 다진다.

 

잔인한 달 4월,

제주에서는 4.3의 아픔이

67주년이 되는데도 영 가시지 않는다.

 

산하는 이렇게 꽃으로 덮이는데

아직도 꽃샘바람으로 아픈 사람이 많다.

   

 

♧ 4월에 피는 그리움 - (宵火)고은영

 

아무리 사월이 잔인하다 하여도

미친 듯 걸어온 세월에

이 계절의 의미는 사랑이라 칭하리

푸른 물오르는 나무 잎새 사이로 바람은 미소 짓고

아무리 사는 게 고달파도 연녹색의 향연 속에

지금도 나는 당신의 순결한 신부가 되고 싶어라

 

땡볕 같은 인생이 슬픈 염불로 나부끼다가

계절의 노래만큼 꽃등에 타는 그리움

목마른 그대 앞에서 미세한 숨결로

수줍은 나의 영혼을 열고

시든 꽃일 수밖에 없는

첫 것의 아름다운 처녀를 회복하고

자박자벅 싱그러운 이름의 초록으로

떨리는 가슴을 피워

그대의 모든 사랑을 훔치고 싶어라

   

 

♧ 4월 - 정다혜

 

척박한 영혼을 깨우며

어둠을 밝히는 불빛으로

네가 오는구나

 

하얀 꽃송이마다

순결한 기도문이 열리고

새들이 놓고 간 노래마다

격정의 꽃은 또 피어오른다

 

봄바람 느끼한 손짓에

화냥기를 주체 못한 앞산 진달래는

상기된 몸으로 일제히 일어나고

 

그리운 마음 살며시

그에게 들키고 싶은 날

진달래 붉은 울음

저문 3월을 건넌다

   

 

♧ 4월 - 목필균

 

벚나무 바라보다

뜨거워라

흐드러진 꽃잎에

눈을 다친다

저 여린 향기로도

독한 겨울을 견뎠는데

까짓 그리움 하나

삼키지 못할까

봄비 내려

싸늘하게 식은 체온

비벼대던 꽃잎

하르르 떨구어져도

무한대로 흐르는 꽃소식

으슬으슬 열 감기가

가지마다 열꽃을 피워댄다

   

 

 4월의 영혼 앞에 - 장수남

 

그 어느 해 4월

하늘과 땅이 피 빛으로 물들었다

독재의 거함을 침몰시킨

젊은 학도들이여

 

그 날의 함성

기억 속에 멀어 질 것인가

36년의 민족의 비극

동쪽바다 우리 땅 독도는 왜

잠자는 가

 

백발의 반세기 표류하는

민주정치

오늘의 부패 너는 용서하겠는 가

 

4월의 영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고 반성하자

그날의 피눈물을 기억하고 내 땅

독도를 포옹하고 사랑하자

 

 

♧ 4월의 거리에 서면 - 노태웅

 

벗이여

체념의 행렬 깨우던 이 거리에

4월이 오거든

 

마음에서 멀어진 그날의 함성

우리 모두의 바램 다시 한번 기억해다오

 

창밖 향나무

당신을 위해

몸을 태워 향기 날릴 때

항거했던 아픈 가슴

영원한 울림 그날을 기억해다오

 

벗이여

웃음으로 가득한 이 거리

다시 4월이 오거든

그때 많은 꿈 묻어둔 거리를 거닐며

어제의 함성에 귀 기울여다오

4월의 거리에 서면.

 

 

♧ 4월 - 윤진희

 

 발그레한 분홍빛 뺨, 촉각 곤두세운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걸었다

 너를 아는 눈짓들이 다가오면 입가의 양꼬리를 살짝 올리고

 벚꽃처럼 너는 그리 웃었다

 다만 본 건 달빛이었다. 웃는다, 운다, 텅빈 눈으로

 어둔 밤, 사랑할 것이 없고 그래서 그리워할 것이 없고 더는 잊을 것이 없는 너의 텅빈 눈은 숨기 좋았다

 그런 즘, 새까만 밤이 온몸을 부르르 떨던 그 즈음에

 존재 모를 바람이 불어 벚꽃이 흩어지고 꼭 그처럼 네가 스러져갔다 운다 온몸을 흔들고서 바람이 흔들어 오는 거라고, 아니해도 될 변명을 늘어놓으며 설움에 복받쳐 우는 네 뺨 위로 눈물인지 벚꽃인지 어쩌면 둘다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살점일는지 모를 것이 떨어져간다

 

 나는 네 뺨이 왜 그리 발그레한지 그때 알았다

 갖 살에서 떠온 샘물처럼 피눈물 뒤섞이던 4월의 어느 밤, 벚꽃처럼 너는 그리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