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나들이

옥룡설산과 인상여강

김창집 2015. 4. 21. 13:22

 * 여강에는 오래된 고성이 있어 그 안에서 여러 가지 축제를 하고 밤이면 불야성을 이룬다.

 

* 리장(麗江)은 가로수가 잘 정비되고 맑고 깨끗한 도시였다.

 

* 리장 시내에서 처음으로 보이는 옥룡설산의 모습.

 

* 인상여강 공연장 입구

 

*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

 

* 우리가 입장한 굴 같은 곳

 

* 입구  벽에 새겨진 나시족의 동파문

 

♧ 중국 청두(成都)로 가는 길

 

  2015년 4월 15일 수요일 맑음.

 오후 8시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중국 남서쪽 중심부에 자리한 청두(成都)로 가는 비행기에서 오랜만에 가는 중국행에 마음이 설렌다. ‘여행은 다리가 떨릴 때 떠나려 말고, 가슴이 떨릴 때 떠나라.’라는 말을 상기하며, 이번 여행 중에 있을 3~4천m급 고지에서 고산병을 버텨낼 수 있을지 조금은 부담도 된다. * 다음부터 나오는 사진은 '옥룡설산'과 '인상여강' 공연 모습이다.

 

 

  ‘중국을 여행하려면 최소한 10회 이상 나누어 가야 한다.’는 나만의 지론으론 ‘꽤 오랜만에 가는구나.’ 하고 생각해 보니, 2011년 6월 23일부터 26일까지 백두산 종주를 위하여 갔던 것이 마지막이었으니, 4년밖에 안 되긴 했다. 탐문회 행사로 따지면 2009년 여름 심양을 통하여 백산으로 백두산 서파에 다녀왔으니까, 6년만에 나들이 하는 셈이다.

 

  ‘청두(成都)’라면 고등학교 때 두시언해를 배우며 처음 들었던 곳이다. 그 뒤에 고등학교 국어 선생이 되어 그걸 가르치면서 수도 없이 언급했던 데를 간다. 두보(杜甫)가 피난지에서 썼던 오언절구 ‘귀안(歸雁)’의 배경으로 나오는데, 다시 그 시를 떠올려 본다. “봄에 와 있는 만 리의 나그네는/ 언제 난이 그쳐 돌아가려뇨./ 강성(江城)의 기러기/ 높이 떠 바로 북으로 돌아감에 애를 끊노라.” 피난지에서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를 보면서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잘 드러나 있는 시다.

 

 

  사천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는 삼국시대 촉나라의 수도였고, 당나라의 시인 이백(李白)과 두보(杜甫)가 머물던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청두솽류국제공항이 있어 항공교통의 중심지로 인구가 1,427만 명(2012)이 살고 있는데, 충칭, 상해, 북경에 이어 네 번째로 큰 도시로 발전했다.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다른 곳의 침략을 안 받았고, 중국 국민당이 중국 본토에서 최후까지 점유했던 도시이기도 하다.

 

 

  중국과 1시간의 차가 있기 때문에 현지시간 밤 11시에 도착했으니, 4시간 걸린 셈이다. 밤이기 때문에 공항을 통과하는데 그리 많은 시간 허비하지 않고 쉽게 나와 늦은 밤에 이동했는데도 큰 도시답지 않게 정돈이 잘 되고 가로수도 어울린다. 버스로 약 40분의 시간을 소요해서 가주호텔(4성급)로 가서 짐을 풀었다. 아침에 바로 리장(麗江)으로 이동할 것이기 때문에 바로 잠자리로 들었다.

 

 

♧ 배낭여행의 성지 리장(麗江)

 

  2015년 4월 16일 목요일 맑음.

  아침에 일어나 호텔식으로 식사를 하고 나와 보니,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시계(視界)가 뿌옇다. ‘안개의 도시’라 하던데, 사실이지 그게 아니다. 아마도 분지형태인 큰 도시여서 매연과 안개가 얼려 잘 없어지지 않는가 보다. 그래도 잘 정리된 길과 가로수를 따라 다시 공항으로 가서 비행기를 타고 리장(麗江)으로 간다.

 

 

  09:45분에 출발하여 11:05분에 도착했으니, 1시간 반을 남서쪽으로 날아온 셈이다. 공항에 내려 바로 점심을 먹고, 인상가무쇼를 봐야 하기 때문에 무척 바쁘다. 우리가 전날 묵었던 곳은 사천성이었는데, 오늘 도착한 곳은 윈난성(雲南省)의 해발 2,400m에 위치한 고원도시로 티베트의 나시족 문화의 중심지이다. 이제야 관광 붐이 일면서 현대식 건물이 지어지고 도시가 바로 섰기 때문에 가로수가 제대로 심어지고 깨끗하다.

 

 

  공항이 건설되면서 차마고도나 샹그릴라를 보기 위해 수많은 여행객이 몰려들어 한 2~30일 동안 여행하는 곳이다. 우리가 가는 곳에선 위룽쉐산(玉龍雪山)을 배경으로 민속쇼인 ‘인상여강(印象麗江)’이란 가무를 보여준다. 위룽쉐산은 풍경구인데, 리장 시내에서 35km 거리에 있다. 처음 나섰을 때는 설산의 꼭대기만 보이다가, 얼마 안가 전체 모습이 보였고, 그 설산을 따라 계속 달려간다.

 

 

  이 위룽쉐산은 해발 5,596m로 만년설로 뒤덮여 있으며, 소수민족인 나시족들이 신봉하는 동파교 성지이다. 이곳 해발 3,050m에 환상의 무대를 설치하고, 아름다운 테마가 있는 ‘인상여강’쇼를 펼치는데, ‘붉은 수수밭’과 베이징올림픽 공개행사 감독으로 유명한 장예모와 왕조가, 번요 세 감독이 연출하고, 500여 명의 소수민족 주민과 100필의 말이 출연하는 대형 야외무대 공연이다.

 

 

♧ ‘인상여강’ 민속 쇼

 

  아무래도 ‘인상여강(印象麗江)’이란 쇼를 기획하게 된 것은 관광수입을 조금이라도 소수민족인 주민들에게 돌려주기 위한 것 같다. 이 주변에 사는 여러 소수민족 주민들의 민속무용을 모아 하나의 스토리로 보여주며, 주민들은 시간 배역에 맞춰 일을 하다가도 달려와 출연을 하게 된다. 가이드의 말로는 수입은 그리 많지 않은 편이어서 공연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마시는 술값 정도란다.

 

 

  나시족의 동파문(東巴文)이라는 상형문자가 새겨진 굴 같은 입구로 들어가면서 ‘印象麗江’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흰색(붉은색도 있었음) 모자를 골라 들어가 보니, 반원형 커다란 관람석 맞은편으로 공연장과 무대 위에 갈지자(之) 형태로 오르는 통로를 만들어 공연하고 있다. 이미 공연은 시작되어 고유민속 복장을 한 출연자들이 몰려 나와 노래를 부르며, 박자에 맞춰 행진 같은 춤을 추고 있다. 이 공연은 옥룡설산과 함께 한 소수민족의 삶과 애환, 그리고 신앙 등을 나타낸 쇼이다.

 

 

  양쪽에 비춰지는 해설로는 ‘우리는 농민, 빛나는 존재, 우리는 이 작품에 마음을 바쳤습니다.’라는 뜻이라고 했다. 총 5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마방(馬房)’으로 100여 명의 남자들이 나와 차마고도로 출발하며 차나 약초를 싣고 떠나가는 모습을 춤으로 보여주며, 2부는 길을 가다 지치고 힘들고 가족이 생각나면 호탕하게 벌리는 술판의 모습을 그럴 듯하게 연기한다.

 

 

  3부는 ‘천상인간’으로 지상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 죽음의 길을 떠나는 남녀를 가족들이 못 가게 말리는 장면이다. 저 설산(雪山)의 끝에 샹글리아라는 이상향이 있어 한때 부모의 반대에 부딪친 청춘남녀들이 설상에서 자살하는 일이 많아 입산을 통제하기도 했다 한다. 4부는 ‘타도조합’으로 청춘남녀가 춤을 추며 자신의 짝을 찾는 내용이고, 5부는 ‘북춤으로 지내는 제사’인데, 출연자들이 더러 관객석 쪽으로 뛰어들어 같이 춤추며 흥을 돋우고 나서, 기도의식으로 관중과 함께 소원을 빌면서 끝이 난다.

 

 

  가끔씩 갈지자 무대에서는 출연자들이 오가는 모습이나 교역하러 가는 모습, 바구니 끼고 일터로 가는 모습이 재현된다. 길 위로 말을 탄 원주민들이 오가기도 한다. 무대 한 쪽을 통나무로 장식하여 분위기를 내었으며, 무엇보다 거대한 옥룡설산을 무대로 엄청난 인원이 등장한다는 데서 모두가 놀란다. 여러 민족이 모이다 보니, 입은 의상이나 악기 또한 다채롭다.

 

 

  출연자만 방대한 것이 아니다. 반원의 관람석에 앉아 있는 사람들 또한 다채롭다. 가이드의 깃발아래 앉아 있거나 말이 통하는 중국인들이나 자막을 열심히 보는 외국인들, 흡사 인종의 전시장이다. 1시간 진행되는 전문 배우 못지않은 출연자들의 절도 있고 힘이 넘치는 연기가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스케일이 큰 중국대륙에서만 불 수 있는 좋은 공연을 보았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일행들을 챙기며 가이드가 일러준 대로 오른쪽 문을 통하여 밖으로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