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불볕더위를 견디는 더덕 꽃

김창집 2015. 8. 5. 07:17

 

오늘도 낮 최고 35°C의 폭염이

맹위를 떨칠 것으로 예보되었다.

 

요즘은 문이란 문은 다 열어젖히고

그냥 집안에 눌러 있어도

몸이 제대로 반응을 못해

밀린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주말까지도 달라질 기색이 없는 날씨,

이런 날씨의 땡볕 밑에서

이렇게 피어 향기를 풍기고 있는 더덕 꽃,

그런데 언제부터 피었는지 조금은 색이 바랬다.

 

 

♧ 산 더덕 - 윤용기

 

운무 자욱한 산허리에

찾아 헤매고 헤매다가

한참이나 지나서 그놈을 찾았다.

얼마 만인가

20여 년 전의 군 시절 이후

아련한 시간이 흘러 까마득히 잊었다.

산 더덕의 잎을 뜯어 내음을 맡고

크지 않지만 몇 놈을 캤다.

그것을 발견한 순간

그 순간 잠깐 숨이 멎었다.

진실 된 삶의 희열을 맛보았다.

진한 더덕 내음을 맡으며

땀과 범벅이 된 모습에서

또 다른 삶의 갈급 함을 엿보았다.

유명산 산자락에 보슬비가 오락가락

하 세월의 마음을 베풀고 왔다.

   

 

♧ 더덕꽃 - 김승기

 

지난여름은

너로 하여 행복했어

 

보고 싶어도

산을 오를 수 없는 그리움

뒤란에 심었더니

 

곁에 놓아둔 미쁜 정

밤낮없이 키 늘이며

내 안을 엿보던 향기

 

무거운 팔다리 시큰거리는 장마철

우중충한 창을 열고 들어와

은은한 빛으로 등을 켜고

아픈 마음 헹구어 주던

향긋한 종소리

얼마나 싱그러웠는지 몰라

 

이제 가을하늘

가벼워진 몸 다시 무거워질까

내년의 장마철 생각하며

까맣게 씨까지 맺어주는 사랑

눈물 나는데

 

행복했던 지난여름

무엇으로 보답할까

 

굳어진 팔다리로

그대 없는

겨울은 또 어떻게 건너야 하나

 

봄을 꿈꾸며

갈색으로 마르는 줄기

바라보기만 할 뿐

네게 줄 것이 아무것도 없구나

 

 

♧ 산마루 - 이양우(鯉洋雨)

저 길은 해와 달이 넘고

비바람 등을 탄 영혼이 넘는다.

 

짝 잃은 노루 울다 지친 그루터기

구름도 오락가락 서성이는 것은

잃은 정 못 다 푼 상채기때문일까,

 

산바람 오솔 길을

휘돌아 나서면

뼈 삭은 고목

왕바위 가슴팍에 일그러진 아지랑이,

 

장텃재 서낭길로

함초롬 피어 웃는

산더덕 치마폭 사이로

우거진 잡초길,

 

 

♧ 철원에서 - 장진숙

 

물소리 바람소리 뻐꾸기소리

서늘한 전원 교향곡인 외진 계곡

너른 바위 위에서의 한나절

산 더덕 캐어 씹으니 삶의

쓴맛을 모르는 자 상종하지 말라던

오래 소식 없는 옛 친구 생각나고

쓴맛 뒤의 달작 삽싸름한 맛과 향에 취해

나를 옭아매던 속세의 시간들

물가에 훠이훠이 풀어놓았지

긴 세월 목숨 있는 것 모두 터질 듯

긴장하고 살아온 기질 탓일까

나무도 키 큰 나무는 좀체 보이지 않고

키 작은 잡목 숲만 제멋대로 얼크러져

환하디 환한

서울에서 두 시간 남짓,

그러나 한없이 멀리 외돌아진 곳

바위틈에서 나와 헤엄치는 개구리

양 볼에 옆구리에 긴장으로

새빨간 무장하고 군복도 차려 입은

녹색 바탕 검은 얼룩무늬 유난히 선명해

군기 바짝 든 백골부대 신병 같은데

고요하기가 원시의 딴 세상인 듯 적막한 땅

싱싱한 은빛 지느러미 튕기며 어우러진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에 절로 깊어져

나, 그만 보라빛 금강초롱으로

고개 숙여 피고 싶었다

 

 

♧ 꿈에 그리던 시심의 고향 - 김귀녀

 

경산 골짜기 모골엔

산더덕 향기가 물씬 풍기는 정다운 사람들

거기 그대로 있었다

빨간 산딸기나무

어느 새 내 키를 넘어서고

꽃망울 틔우는 복사꽃향기는 맥반석 실개울 소리로 다시 들려왔고

영혼 속 한 송이 꽃이 되었다

 

우리는 떠나왔건만

철마다 시시때때로 산사랑 발길이 있어

작은 폭포도

웅덩이 속, 구름도

처음 그때처럼 늘 변함이 없었다

 

산비둘기 울음들으며

산을 내려왔을 때

굴뚝 연기 속으로 노을은 사라지고

산그늘이 덮혔었다

 

오늘 문득 ,봄 냉이 하얀 뿌리 속으로

살금살금 도둑처럼 고향이 오고 있었던가

여섯 해 그리움이 한꺼번에 일어섰다

반가워라,

꿈에 그리던 시심의 고향  

 

 

♧ 함월산에는 - 제산 김대식

 

함월산 아늑한 곳

신라고찰 기림사가 자리하고

법당에는 손이 많은 부처가 있다.

선무도로 유명한 골굴사가 있고

골굴사는 신기하게 굴로 된 사찰이다.

기림사 들머리엔 도자기 굽는 곳

솜씨는 없지만

도자기 하나 빗어 이름자 새겨두고

구워질 날 기다린다.

함월산에 오르면

멀리 동해가 보이고

토함산이 보이고 운제산이 보인다.

운제산에서 함월산 거쳐 토함산등정이면 꼬박 하룻길

함월산엔 더덕과 산나물이 지천으로 많이 있다.

이리저리 헤매다 길 잃으면 산속의 하룻밤

더덕 캐다 해지는 줄 몰라

어두운 길 헤맬 때가 있다.

함월산엔 등산로가 없어 수풀 헤치며 가야 한다.

함월산엔 청설모가 길 안내 한다.

함월산엔 여름에도 낙엽 수북이 쌓인 숲길을 걸을 수 있다.

골짜기엔 사람이 산 흔적

지금은 멧돼지가 주인 되어 잠을 자고 간다.

함월산엔 너구리가 새끼를 데리고 제 맘대로 쏘다닌다.

함월산엔 아기자기한 산새들이 노래하며 산다.

함월산엔 노루도 토끼도 제 맘대로 다니다

홀로 가는 산객 놀라게 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