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가 연화못의 연꽃
어제 애월리 돌빌리지로
탐문회 워크숍 가면서
시간을 맞추느라 들른 연화못
올해는 꽃이 예전만 못하리라던
걱정을 지우고
만개해 있는 연꽃.
바람이 조금 세어 흔들렸지만
몇 송이 찍은 것을 올려본다.
저 연꽃을 보면서
삶을 생각하는
하루가 되기를….
♧ 연꽃을 보며 - 이영춘
천지에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바람소리 물소리 멧새소리
그 소리만 들으리라
천지에 입 하나는
사시사철 빗장으로 걸어 매고
고갯짓으로 말하리라
좋은 것도 끄덕끄덕
싫은 것도 끄덕끄덕
끄덕이는 여운속에 언젠가는
마알간 하늘이 내 눈속에 들어와
곱게 누우면
내 눈은 하늘이 되어
바다가 되어
귀 닫아도 들을 수 있는
눈 감아도 볼 수 있는
부처같은 그런 사람 되면
내 온 살과 영혼은
꽃이 되리라
연꽃이 되리라
♧ 연꽃 앞에서 - 김덕성
진흙탕 속인데
어찌 이런 순결한 꽃이 필 수 있을까
뿌리 내린
진흙탕 수렁에서 자라면서도 물들지 않은
한 송이
고결한 숨결
향기로움으로
목을 길게 뻗으며 드러낸 청순한 얼굴
곧 터질 것 같은 봉오리
순결한 향기에
내 가슴이 설레고
자욱한 물안개 덮인 수면 위에
둥실둥실 떠있는
귀염둥이 연꽃
고귀하고 진한 향에 취해 넋을 잃은 바람도
멈춰서고
나도 멈춰서고
나는 진흙탕 영혼을 말끔히 씻는다
♧ 연꽃의 미소 - 동호 조남명
진흙 속 몸에
혼탁한 것 다 포용하는
깊은 속이 들어 있어
저런 꽃을 피워낸다
소담스런 둥근 연잎 짓고
순결한 힘으로 밀어 올린 꽃대위엔
말간 분홍빛 황홀한 선화禪花의 미소
그 속에 부처님이 앉아있다
누가 흐린 세상이라고
탓하고만 있나
진흙탕에서
순수함을 건져내어
선한 모습 세상에 내놓는
이 꽃도 있잖은가
연꽃은
찾아오는 사람마다
씨앗 한줌씩
빈 가슴을 여미며 넣어준다
연꽃처럼 살다보면
마음도 연잎만큼 둥글어진다며
♧ 연꽃에 바람이 머물 때 - 조철형
푸른 앞치마 넓고 고운 네 가슴에
살며시 안겨 본다
애잔한 숨결이 가슴을 헤집고 들어온다
은은한 이 향기 천 년의 그리움이련가
머나먼 길 홀로 유랑하다
이제야 네게로 오롯이 돌아온 쓸쓸하고 지친 바람을
다정한 손길로 꼭 안아주며
곱디고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너는
정녕, 바람의 가슴도 온전히 베어 가는 신비의 꽃이다
지고지순한 사랑이어라.
♧ 연꽃 - 김승기
떨어져야 하느니라
절망의 아득한 절벽 끝에서
시궁창에 뒹굴지라도
주저없이 온몸을 던져야 하느니라
눈 시린 선홍빛 순결만으로
어찌 쉽게 꽃 피우리라 생각하겠느냐
뭇사람의 비웃음도 받아야 하느니라
비난 어린 손가락질쯤이야
어이 못 참아내겠느냐
더럽혀질 대로 더럽혀져
한 세월을 그렇게 살아야 하느니라
천년을 기다려 하루를 산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뻘밭 진흙 속을 사랑해서
시궁창이 오히려 따뜻해질 때
길게 깊은 뿌리를 뻗어야 하느니라
그렇게 또 한 세월을 기다려
넓은 잎 가득히
이슬을 담아낼 수 있는
윤기 나는 綠빛으로 태어난 뒤에야
발갛게 촛불 되어 타올라야 하느니라
♧ 연꽃 - 반기룡
돈오의 꽃이여
수줍은 새악시 얼굴이로구나
분홍빛으로 단장하고
잎사귀 호위받으며
아름답게 피어있구나
돈오의 꽃이여
진흙 속에 뿌리내리고 있을지라도
이전투구란
사바세계에서만 싱싱한 단어일 뿐
그곳에서는 얼씬도 못하는구나
꽃봉오리마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느낌표와 물음표가 교차하다가
마침표로 끝내기가 아쉬워
쉼표를 찍으며 잠시 쉰 후
말줄임표로 묵언정진하다가
처염상정
화개현실이란 의미를 깨닫고 가는구나
돈오의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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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오(頓悟)일순간에 깨우침을 얻는 것. 깊고 묘한 교리를 듣고 단박에 깨닫는 것
*처염상정(處染想淨)더러운 곳에 머물더라도 깨끗한 생각만을 한다는 의미
*화개현실(華開顯實) 꽃과 열매가 동시에 열린다 하여 인과율을 보여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