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 넘어 대한으로 가는 길
‘대한이 소한이네 집에 가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실감 안나는 오훕니다.
그래 지금 현재 기온은 10도를 넘어서고 있어
바람만 없다면 소한 맛이 안 나겠죠.
하지만 요즘은 지레 춥다고 판단하고
몸을 오그리고 다니진 않는지,
군대시절 영하 20도 넘는 강원도지역에서
혹한기 훈련 받던 추억하면
생각하기 나름이라 여겨집니다.
오름에 다닌 후부터
추위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주말만 되면 눈밭으로 나가는데
요즘 눈이 없어 심심합니다.
사진 보며
기분이라도 내십시다.
♧ 소한에게 - 권오범
생일 하루만으로는 체면 안 서는 듯
안날 뒷날
한 사날 씩 싸잡아
여봐란듯이 오들거리도록 치루는 허례허식
까닭 없거들랑 봄 처녀 징검돌 건너듯
사부랑삽작 건너뛰지
핑계마저 꾸어왔는지
기어이 힘 빼 문 소갈머리
이름값 하려니
어쩔 수 없다 치자
허나 서슬 퍼런 그대 입김으로 인해
주눅 들어버린 세상은 어쩌란 말이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그대 고집 영 못마땅하니
어지간하면 하루빨리 성깔 접을 수는 없겠는가
스트레스 참다 참다
혈전증 도져 실신해버린 수도라도 살리게
♧ 소한(小寒) - 김안로
까치 한 마리 수양매(垂楊梅)* 위에 올랐네.
진득하게 앉아있지도 못하면서
깐중하기* 이를 데 없는 저 새는
요리조리 무었을 기웃거리는가.
맨 살로, 크게 한 번 휘어서
바닥까지 늘어뜨린 매실가지는
또 무엇을 찾는가. 雪寒에
둘 다, 엉덩이 붙여놓고 무었을 하는가.
---
*수양매(垂楊梅): 수양느릅과 더불어 접을 붙인 接梅, 接느릅인데
가지가 거꾸로만 길게 자람, 중국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있었는데
실과가 좋아 요즘엔 우리나라 지방 곳곳 매실농장에도 많이 재배함.
*깐중하다: 경상도 등지에 주로 쓰는 사투리인데, 干淨(ganjing-中語)에서 온 듯함.
♧ 소한(小寒)을 생각한다 - 이수영
작은 고추가 맵다는…
생각나니?
살얼음의 무늬가 잘 잡혀야
얼어붙는 강
가장자리로부터 서서히 피돌기를 끊고
중심은 맨 나중에 꽁꽁 마무리한다
열은 열끼리 뭉치는 법… 너 아니?
극한이어도 어느 틈바귀에선
슬며시 얼음땅 들추고 일어서는
생명의 부드러움
기실 얼음장도 뜯어보면
열의 집합체인 것을
바람의 그 잔혹한
입소문에
훌훌 물의 옷을 벗어던지는
이 겨울
이 대책 없는 여자를…
알기나 해?
♧ 소한(小寒) 아침 - 권경업
-치밭목에서
어이추워 어이추워
등 시려 잠이 깬다
마당귀 길을 튼 민씨
버너 위 설설 끓는 찻물 누굴 기다리나
할머니 옛 이야기 같은 함박눈
밤새 한뼘이나 소록대어
중봉비알 어디 쯤
우지끈 설해목(雪害木) 넘어지는 소리
이태 지나 소식 없는 얼굴, 못다한 사랑 이별들
동살 잡히는 창에 허연 성에꽃으로 피고
♧ 소한 - 김경윤
들기러기 찬 하늘로 날아 오른다
청보리밭에선 아이들이 가오리연을 날리고 있다
저 건너 들녘에는 쥐불을 놓았는지
불꽃이 구렁이 혀처럼 논둑길 휘잡아 간다
꿩덫을 놓고 온다는 친구를 만나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당숙모의 부고가 왔다
먼 산 봉우리에 어제 내린 눈빛이 희고
발길은 마을 쪽을 향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