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소한 넘어 대한으로 가는 길

김창집 2016. 1. 7. 13:16

 

‘대한이 소한이네 집에 가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실감 안나는 오훕니다.

 

그래 지금 현재 기온은 10도를 넘어서고 있어

바람만 없다면 소한 맛이 안 나겠죠.

 

하지만 요즘은 지레 춥다고 판단하고

몸을 오그리고 다니진 않는지,

군대시절 영하 20도 넘는 강원도지역에서

혹한기 훈련 받던 추억하면

생각하기 나름이라 여겨집니다.

 

오름에 다닌 후부터

추위가 별 거 아니라는 생각에

주말만 되면 눈밭으로 나가는데

요즘 눈이 없어 심심합니다.

 

사진 보며

기분이라도 내십시다.

 

 

 

♧ 소한에게 - 권오범

 

생일 하루만으로는 체면 안 서는 듯

안날 뒷날

한 사날 씩 싸잡아

여봐란듯이 오들거리도록 치루는 허례허식

 

까닭 없거들랑 봄 처녀 징검돌 건너듯

사부랑삽작 건너뛰지

핑계마저 꾸어왔는지

기어이 힘 빼 문 소갈머리

 

이름값 하려니

어쩔 수 없다 치자

허나 서슬 퍼런 그대 입김으로 인해

주눅 들어버린 세상은 어쩌란 말이냐

 

아무짝에도 쓸데없는 그대 고집 영 못마땅하니

어지간하면 하루빨리 성깔 접을 수는 없겠는가

스트레스 참다 참다

혈전증 도져 실신해버린 수도라도 살리게

 

 

♧ 소한(小寒) - 김안로

 

까치 한 마리 수양매(垂楊梅)* 위에 올랐네.

진득하게 앉아있지도 못하면서

깐중하기* 이를 데 없는 저 새는

요리조리 무었을 기웃거리는가.

맨 살로, 크게 한 번 휘어서

바닥까지 늘어뜨린 매실가지는

또 무엇을 찾는가. 雪寒에

둘 다, 엉덩이 붙여놓고 무었을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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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매(垂楊梅): 수양느릅과 더불어 접을 붙인 接梅, 接느릅인데

가지가 거꾸로만 길게 자람, 중국의 가로수로 흔히 볼 수있었는데

실과가 좋아 요즘엔 우리나라 지방 곳곳 매실농장에도 많이 재배함.

*깐중하다: 경상도 등지에 주로 쓰는 사투리인데, 干淨(ganjing-中語)에서 온 듯함.

 

 

♧ 소한(小寒)을 생각한다 - 이수영

 

작은 고추가 맵다는…

생각나니?

살얼음의 무늬가 잘 잡혀야

얼어붙는 강

가장자리로부터 서서히 피돌기를 끊고

중심은 맨 나중에 꽁꽁 마무리한다

 

열은 열끼리 뭉치는 법… 너 아니?

극한이어도 어느 틈바귀에선

슬며시 얼음땅 들추고 일어서는

생명의 부드러움

기실 얼음장도 뜯어보면

열의 집합체인 것을

 

바람의 그 잔혹한

입소문에

훌훌 물의 옷을 벗어던지는

이 겨울

이 대책 없는 여자를…

알기나 해?  

 

 

♧ 소한(小寒) 아침 - 권경업

   -치밭목에서

 

어이추워 어이추워

등 시려 잠이 깬다

 

마당귀 길을 튼 민씨

버너 위 설설 끓는 찻물 누굴 기다리나

 

할머니 옛 이야기 같은 함박눈

밤새 한뼘이나 소록대어

중봉비알 어디 쯤

우지끈 설해목(雪害木) 넘어지는 소리

 

이태 지나 소식 없는 얼굴, 못다한 사랑 이별들

동살 잡히는 창에 허연 성에꽃으로 피고

 

 

♧ 소한 - 김경윤

 

들기러기 찬 하늘로 날아 오른다

청보리밭에선 아이들이 가오리연을 날리고 있다

저 건너 들녘에는 쥐불을 놓았는지

불꽃이 구렁이 혀처럼 논둑길 휘잡아 간다

 

꿩덫을 놓고 온다는 친구를 만나

안부를 묻고 돌아오는 길에

당숙모의 부고가 왔다

 

먼 산 봉우리에 어제 내린 눈빛이 희고

발길은 마을 쪽을 향해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