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로 여는 아침
엊저녁은 작가회의 총회가 있어
오랜만에 만나는 문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얘기를 나누었다.
얘기 중 봄꽃 소식을 묻길래
얼음새꽃인 복수초나
일찍 피는 변산바람꽃,
겨울을 나는 개불알풀, 별꽃,
그리고 이 광대나물 꽃 등을 소개했다.
말이 난 김에
아직 찍어오지 못했지만
앨범을 들춰 광대나물 꽃으로 아침을 연다.
광대나물은 꿀풀과에 속한 두해살이풀로
높이는 10~30cm 정도이고,
줄기는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 여러 개 올라온다.
4~5월에 적자색의 꽃이 잎겨드랑이에 돌려난 것처럼 핀다.
통증을 멈추게 하거나 위궤양을 치료하는 데 이용된다.
우리나라, 중국, 일본, 북아메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 광대나물 - 김승기
오늘 이 꽃이 피면
내일은 저 꽃 지겠지
외줄 타는 일생
언제 떨어질까
조마조마 조바심 일다가도
구경꾼 모여들면
하늘로 치솟을 때마다 피어나는 신바람
붉디붉게 맺히는 꽃송이
걸팡진 놀음판이었지
꿈으로 남은 건가
멀어진 아득한 세월
이젠 누가 나물이라고 먹어주겠는가
한바탕 신명나게 놀았으면
새로 피는 꽃을 위해
서 있던 자리 물려주어야겠지
명예로울 것도 없지만
서러울 것도 없지
목숨으로 사는 생명이여
어느 것 하나 모두
하늘에서 내려다보며 지휘하는 그분의
각본에 따라 울고 웃는
광대놀음판의 연극배우인 것을
♧ 첫 봄나물 - 고재종
얼어붙었던 흙이 풀리는 이월 중순
양지바른 비탈언덕에 눈뜨는 생명 있다
아직도 메마른 잔디 사이로
하얀색 조그만 꽃을 피운 냉이와
다닥다닥 노란색 꽃을 피운 꽃다지와
자주색 동그란 꽃을 층층이 매단 광대나물
저 작은 봄나물들이 첫봄으로 푸르다
저 작은 것들이 지난 가을 싹을 틔워
몇 장의 작은 잎으로 땅에 찰싹 붙어
그 모진 삭풍의 겨울을 살아 넘기고
저렇듯 제일 먼저 봄볕을 끌어 모은다
저렇듯 제일 먼저 봄처녀 설레게 한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 그 크기 워낙 작지
세상의 하 많은 것들이 제 큰 키를 꺾여도
작아서 큰 노여움으로 겨울을 딛고
이 땅의 첫봄을 가져오는 위대함의 뿌리.
♧ 지금은 봄과 연애 중 - 오순화
그 길 지나다 스쳐버린 너
그 길 지나다 주저앉은 나
옹알옹알 제비꽃과 연애에 빠졌다
그 길 지나다 바람향기
그 길 지나다 꽃향기
흔들흔들 광대나물 사랑에 빠졌다
바람언덕에 바람꽃 피고
앵초 자주고름 풀어 님인 양 유혹하고
이슬 베고 누운 괭이눈이 연애질한다고…….
아지랑이 지천에 내리면
산벚나무 꽃비 되고
팥배나무 꽃눈내리는 그 길가
여린 별꽃 같은 사랑
소곤소곤 봄이 자란다
봄날이 가더라
♧ 광대 춤 - 최영희
거리 장터 광대들이 춤을 춘다
오늘은 너도 광대 나도 광대
얼굴에 그려진 얼룩진 인생살이
허허- 너털웃음, 그 속에 눈물이 흐른다
들~썩 들~썩 슬픈 어깨
얼-쑤!- 모두모두 춤을 춘다
한바탕 돌아간다
저 멈추지 않는 생(生)의 몸짓이여!
우리네 누군가의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저렇게
춤을 추다 가셨다지
아- 여름날 칸나보다 붉은 가슴 가슴들
어쩌자 저토록 뜨겁단 말인가?
덩~실 덩~실 춤을 추는 광대의
흘러내리는 바지 사이
달랑달랑 엽전 몇 잎,
우리네 인생이 웃는다 운다, 얼-쑤!
이것이 한바탕 사람 사는 세상이라지.
♧ 어릿광대 - 美香 김은경
무대 위에 서면
얼굴의 짙은 분장
가슴 속 상흔은 감춘 채
온갖 재주, 춤을 추며
슬픈 웃음 보여주는 너
겉은 웃고 있지만
가슴에 각인된 생채기로
고독한 삶
어쩌면, 너의 모습은
아픔 하나쯤 묻고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결코, 쉽지만은 않은
긴장된 외줄타기
휘청대는 삶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