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대길과 복수초
♧ 입춘대길과 복수초
오늘은 입춘(立春).
제주에서도 복수초가 피었다고
사진이 올라왔다.
내일이면 오름에 가서 만날
복수초를 기다리며 좋아하는 시와 함께
작년 입춘에 찍은 사진을 미리 올려 본다.
어제는 입춘굿 전야제에 갔는데
활발한 사람들의 모습에서
이미 봄이 와 있음을 느꼈다.
오늘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들께
‘입춘대길(立春大吉)’ 하길 기원해본다.
♧ 한라복수초 - 양전형
딱히,
겨우내 그 비바리 기다린 건 아니다
언뜻 그녀 생각
봄을 들입다 치올리는 그 생각에
몹쓸 것
냉가슴 앓으며 눌러삭힐 일이지
가만가만 기어나와
쪼르르 둘러앉아 피고 말았네
꽃말은 슬픈 추억 다른 이름 얼음새꽃
사람아,
난 모르겠네
동토에 핀 이 내 가슴
♧ 입춘대길(立春大吉) - 靑山 손병흥
기나긴 겨울날 기승부리던 추위마저
몰아치던 북풍한설조차 점차 누그러져
조금씩 찾아드는 봄 향긋한 유혹 전령사
달래 냉이 쑥 두릅 봄 미나리 미각 떠올려
봄이 시작됨을 자축하는 마음 가득하도록
한 해 무사태평 농사 풍년 다시금 기원하는
그래도 아직은 조금 쌀쌀하기만 하는 입춘 날
먹 갈아 정성스레 입춘첩 써서 대문에 붙여놓은 채
이제 새로이 입춘을 맞아 올 한해 크게 길할 것임과
온 집안 가득 따스한 기운 돌아 경사가 많을 것임을
24절기 중 첫 번째 새 기분으로 반가이 맞이하는 날
이내 터질 듯한 꽃망울 가득히 따스한 봄 향기 담아
한결 부드럽고 따스한 기운 온기 향기 가득해지도록
자연의 이치 순응해 살아가는 평범한 일상 우리네 삶
버선발로 봄 마중 서두르기엔 좀 이른 봄이 오는 길목.
♧ 2월에는 - 이향아
마른 풀섶에 귀를 대고
소식을 듣고 싶다
빈 들판 질러서
마중을 가고 싶다
해는 쉬엄쉬엄
은빛 비늘을 털고
강물 소리는 아직 칼끝처럼 시리다
맘 붙일 곳은 없고
이별만 잦아
이마에 입춘대길
써 붙이고서
놋쇠 징 두드리며
떠돌고 싶다
봄이여, 아직 어려 걷지 못하나
백리 밖에 휘장 치고
엿보고 있나
양지바른 미나리꽝
낮은 하늘에
가오리연 띄워서
기다리고 싶다
아지랑이처럼 나도 떠서
흐르고 싶다
♧ 복수초 - 김승기
겨울을 지내는 동안
가슴 속에 지긋이 눌러 품고 있던
지구의 불덩이
그 솟구치는 힘을
천천히 얼음 녹이며
노랗게 꽃으로 피웠구나
봄을 제일 먼저 가져다주는
너는
해맑은 눈동자를 지닌
아가의 얼굴처럼
방긋 웃고 있구나
毒을 가슴에 끌어안아
약으로 발효시킬 줄 아는
사랑 또한 가지고 있구나
너를 바라보고 있으면
고달픈 내 영혼이 벌떡 일어나
두 팔 벌려 커다랗게 원을 그리며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불춤을 추게 하는구나
그래, 그렇지
우리 모두 누구든지
어깨를 함께하여
우주를 한 아름 끌어안고
이 땅의 모든 것에 생명을 불어넣는
福춤을 추자꾸나
너와 나
메마른 가슴밭을 파랗게 적시는
사랑춤을 추자꾸나
봄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인내를 깨물어 온
고독한 복수초를 위하여
♧ 복수초 - 喜也 이희숙
까르르 웃음 터진
암팡진 저 계집 좀 봐
무슨 말을 하려다
꼭 다문 입술처럼
겨우내 동안거에 들더니
어머니 젖무덤 같은
보드라운 대지의 피부를
겁도 없이 들썩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