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김순선의 봄꽃시편

김창집 2016. 3. 3. 08:43

 

♧ 때죽나무 종 되어

 

사려니 숲 황톳길에

때죽나무 가지마다 꽃향기 만발해

숲을 적시네

 

사려니 숲 황톳길에

간밤에 내려온 하얀 별무리들

눈이 부셔 차마 밟지 못하네

 

나, 때죽나무 은은한 종이 되어

진동하는 여름을 살겠네

꿀벌의 주파수 붕붕거리며

사려니, 사려니, 살겠네  

 

 

♧ 산딸나무

 

바람 한 점 없어

고유가로 추락했나

작고 귀여운 바람개비,

선한 눈을 가진 산딸나무 한 송이

 

산책로 계단에서 나를 붙드네

쉬었다 가시라고

허리 한 번 펴시라고

 

그 향기로운

생수 한 모금

 

 

♧ 수선화

 

사라봉 오르는 사람들 발자국 소리에

새벽부터 부지런 떨었나

강낭콩 꼬투리에 알통 만들 듯

볼록볼록

소한, 대한 견디며 배불러 오던 날

입춘 예정일을 앞두고

양수가 터지고

끙,

아랫도리에 힘주어

온몸으로 꽃봉오리 밀어올렸나

 

혼절하듯 꽃향기에 취해

사라봉 타오르는

봄빛

사람들,

 

 

♧ 목련이 피고 지고

 

철새 무리지어 날아온 듯

목련이 피었다

 

머나먼 여정을 위하여

잠시, 몸 추스르는 착지

 

보았는가

스쳤는가

 

명지바람 휘휘 손을 흔들어

겨울철새 시베리아를 향해 날아오르듯

 

저 절절한 회향

   

 

♧ 저, 빗소리에

 

만약,

꽃이 한 번 피고 영영 질 줄 모른다면

그때도 아름답게 보일까

 

길가나 로터리에 잘 가꾸어 놓은 꽃도

때론,

제복을 입은 마네킹 같이

성형 가면을 쓴 웃음이

낯설 때도 있는데

 

오늘따라

오름 어느 자락에 없는 듯 피어 있던

작은 들꽃 한 송이

자꾸 눈에 아른거린다

다듬지 않아서

쉽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더 그립고 애틋한

가슴을 두드리는

저, 빗소리에

어딘가에서는 꽃 한 송이 피어나고

어깨를 들썩이는 울음 같은

저, 빗소리에

어딘가에서는 꽃 한 송이 지고 있겠지

 

꽃은 질 때 더 아름다워야 하리

황홀한 사랑도 저물 때가 있듯이

누군가의 가슴에

더 애틋한 그리움으로

고여 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