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정예실 첫시집의 시들

김창집 2016. 5. 20. 06:17


제주한라대학교 정예실 교수님이

첫 시집 ‘제주의 밤은 깊어가고’를 냈다.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때로는 한라산을 보고 오름을 오르고 올레길을 걸으며

혹은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他地를 다녀오며

일탈逸脫에서 느끼는 감흥을

비망록에 적은 것을 모아두었는데,

이 중에서 제주인이라는 긍지와 함께

시상詩想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정예실 교수님은

문학예술’ 신인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문학예술가협회 정회원,

제주도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 차귀도에서

 

어느 섬이든 전설 하나쯤 달고 산다

 

차귀도

그 둘레에 손 잡힐 듯

떠 있는 죽도 ‧ 지실이섬 ‧ 와도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섬

그 속에서 자란 시누대

돌가시나무

곰솔

돈나무를 비롯한 자잘한 나무

해풍에 고루 퍼진

도깨비고비와 여기서 자생하는 해녀콩

아직 비린내를 감추고

오늘도 하늘바라기 한다

 

사람 살지 않아도

참돔 ‧ 돌돔 ‧ 혹돔 ‧ 벤자리 ‧ 자바리

제 세상 만난 듯

유영을 멈추지 않는다

 

제주섬에서 큰 인물난다 하여

지맥 수맥 끊고

되놈 지나갈 때

한라산신 노하여

길을 막았다는 섬

 

이제 어엿한 이름 가지고

본섬을 이고 살아가는

차귀도 지실이섬에서 보는 제주 불빛

    

  

♧ 한라산 눈바람

 

날 저물고 눈 내리자

기울어진 비탈길

무색의 하늘 끝으로

한라산 눈바람

소리 없이 다가온다

저 제주도 앞바다이거나

만산이 제 모습 그대로 풀어져 나가면서

다시 세상의 아침을 만들었다

눈바람 지나면

곧 더 큰 봄

내 곁에 잠들겠지

시린 손

온돌방에 넣고 있는데

아직도 저만치서 손짓하는 봄  

    

 

♧ 연꽃 1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

연화좌蓮華坐에 받친 임의 자취

연꽃대 올릴 때

꽃과 씨방 함께 올라온 연대蓮臺

그 광경

두 눈으로 보면서

무한자비도 생각했고

아침이슬가지도 거부하는 몸짓

세상사 인연 일순간 다 밝혔네

진구렁에 살아도

고고한 꽃을 내었으니

천상의 이름이어라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잠청潛聽의 덕

연꽃에 이는 여름 햇살을 받아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