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예실 첫시집의 시들
제주한라대학교 정예실 교수님이
첫 시집 ‘제주의 밤은 깊어가고’를 냈다.
‘아무렇게나 흘러가는 구름을 보면서
때로는 한라산을 보고 오름을 오르고 올레길을 걸으며
혹은 가까운 일본을 비롯한 他地를 다녀오며
일탈逸脫에서 느끼는 감흥을
비망록에 적은 것을 모아두었는데,
이 중에서 제주인이라는 긍지와 함께
시상詩想을 찾아내었다.’고 한다.
정예실 교수님은
‘문학예술’ 신인작가상을 수상하였으며,
한국문학예술가협회 정회원,
제주도문인협회 회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 차귀도에서
어느 섬이든 전설 하나쯤 달고 산다
차귀도
그 둘레에 손 잡힐 듯
떠 있는 죽도 ‧ 지실이섬 ‧ 와도
그리고 크고 작은 바위섬
그 속에서 자란 시누대
돌가시나무
곰솔
돈나무를 비롯한 자잘한 나무
해풍에 고루 퍼진
도깨비고비와 여기서 자생하는 해녀콩
아직 비린내를 감추고
오늘도 하늘바라기 한다
사람 살지 않아도
참돔 ‧ 돌돔 ‧ 혹돔 ‧ 벤자리 ‧ 자바리
제 세상 만난 듯
유영을 멈추지 않는다
제주섬에서 큰 인물난다 하여
지맥 수맥 끊고
되놈 지나갈 때
한라산신 노하여
길을 막았다는 섬
이제 어엿한 이름 가지고
본섬을 이고 살아가는
차귀도 지실이섬에서 보는 제주 불빛
♧ 한라산 눈바람
날 저물고 눈 내리자
기울어진 비탈길
무색의 하늘 끝으로
한라산 눈바람
소리 없이 다가온다
저 제주도 앞바다이거나
만산이 제 모습 그대로 풀어져 나가면서
다시 세상의 아침을 만들었다
눈바람 지나면
곧 더 큰 봄
내 곁에 잠들겠지
시린 손
온돌방에 넣고 있는데
아직도 저만치서 손짓하는 봄
♧ 연꽃 1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
연화좌蓮華坐에 받친 임의 자취
연꽃대 올릴 때
꽃과 씨방 함께 올라온 연대蓮臺
그 광경
두 눈으로 보면서
무한자비도 생각했고
아침이슬가지도 거부하는 몸짓
세상사 인연 일순간 다 밝혔네
진구렁에 살아도
고고한 꽃을 내었으니
천상의 이름이어라
어디에도 물들지 않는 잠청潛聽의 덕
연꽃에 이는 여름 햇살을 받아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