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과 등심붓꽃
오늘은 ‘부부의 날’이라고 한다.
‘부부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제정한 날’이라는데,
부부의 해체를 막아야 고령화나 청소년 문제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취지로 제정되었고,
가정의 달인 5월에 ‘둘(2)이 하나(1)가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단다.
다음 올리는 두 개의 등심붓꽃의 포즈를 보면서
다시 한 번 두 사람의 상태를 점검하는 날이 되었으면 한다.
♧ 부부 - 배귀선
그녀는 아파트 자동문에 로고를 새긴다며
작은 칼로 열심히 글자 여백을 따내고 있다
경험 없는 남자는 평생 펜대만 쥐었던 고운 손을
서툴게 놀리며 그녀 곁에 서 있다
정년 후 바뀐 삶에 한마디 불평 없이 보조일꾼으로
육체의 노동을 한껏 경험한다
대쪽 같던 성격 어디가고 관리자의 재촉에 고분고분
거친 말에도 상한 마음 내색 않고
묵묵히 아내 일을 거든다
평생 입던 양복 벗은 몸 위로 거친 빗물 튀어 오르고
남자의 푸른 시절을 익히 알아서일까
노동을 바라보는 코끝이 찡하다
서로의 호흡 맞추는 손끝으로 애틋한 빗물 흐르고
비움과 채움
노년의 새로운 시작이 경건하다
♧ 부부 인연 - 박태강
男女가 만나 사랑하고 結婚함이
시이소오처럼 平衡평형이 맞아서만 아니고
서로의 잡고 있는 緣연에 의함이 크다
條件조건보다
어느 하나 둘이 모자란다 해도
보이지 않는 느낌이 因緣인연일수도
첫 만남
첫 느낌
마음의 움직임이 緣일수 있다
그 因緣이 씨앗을 틔우고
情이란 잎이 생겨
사랑의 고동이 울려 퍼진다
부부란 같은 배를 타고
서로 행동을 조절해야
아름답고 좋은 항해가 되는 것
때로 악풍을 만나 큰 풍랑이 일어도
부부가 방향계를 조절하여
행복의 꽃을 피우려 끝없이 노력하는 것.
♧ 부부어부의 삶 - 김귀녀
이승과 저승을 가로지르는
바다와 하늘 사이
수평선 바라본다
고요하고 적막한 세상
잠도 이루지 못한 슬픈 얼굴
자욱한 안개 밭 지나
어둠이 벗겨지는
샛바람이 부는 새벽바다로 가는
소망의 열쇠를 잡는다
슬프다 못해 가슴을 후비는
고독을 숙명으로 껴안고
힘차게 나아간다
싸늘한 부둣가 유모차에서 기다리는
새 생명을 위한 꿈과 희망
불끈 솟아오른다
♧ 주말부부의 배터리 사양서 - 전성규
휴일 내내
어렵사리 충전한 배터리를
객지생활 1주일만에 다 비우고
방전직전 상태가 되어
집으로 돌아간다.
1주일 내내 사용해도 방전되지 않는
성능 좋은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부부 1주일 홀아비 생활에도
중고품이 되지 않는
고효율 배터리는 없을까
주말,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생각해 본다.
내주에는 꼭 고용량 배터리를
장착하고 와야지
주말이면 빈털터리가 되는
배터리 잔량을
아내에게 들키기는 싫으므로.
♧ 노부부의 드라이브 - 공석진
뒷자리에 할머니를 태우고
자전거 드라이브를 즐긴다
할머니는 추억을 더듬듯
남편의 옷자락을 잡으며
소녀처럼 해맑게 웃었다
“딴디 보지 말고 단디 잡어”
한 평생이 다 가도록
자기만 바라보라는
할아버지의 지나친 욕심에
돌연 할머니는 시무룩해져
습관처럼
노인의 굴곡진 등짝만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秋岩 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