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 무렵 병솔꽃나무
이 나무는 조금은 더운 지방에 자라는 종자여서
올해 초 이상한파로 많이 얼어 죽어버렸다.
남은 것도 그닥 시원치 않아
꽃이 조금 늦게 피기 시작했다.
사진의 꽃은 전에 찍어 둔 것으로
하지 무렵의 꽃들이다.
병솔나무는 쌍떡잎식물 도금향과 병솔나무속 상록소교목인데,
높이 8m. 지름 10cm까지 자라는 넓은잎나무로
줄기는 잿빛으로 어릴 때는 매끄럽다가
나이가 들면서 세로로 갈라지는데, 가지와 잎은 버들과 비슷하다.
잎은 나비 1cm 전후, 길이 6~8cm 정도로 톱니가 없고
잎의 앞뒷면이 거의 구분되지 않으며.
잎과 가지는 불완전한 마주보기로 달린다.
꽃은 5~8월까지 피며 가을까지 이어지고,
꽃 모양이 독특한데 자귀나무 꽃 비슷하고
가느다란 수술이 모여 지름 5~6cm, 길이 15cm 전후의
진한 붉은 색의 꽃방망이를 만든다.
꽃이 병을 닦은 솔같이 생겨서
나무 이름은 ‘bottle brush tree’이며
우리 말로도 ‘병솔나무’라 한다.
열매는 콩알만 하고 꽃이 떨어진 자리에 달린다.
호주 동북부 해안이 원산지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에서 관상용으로 심는다.
♧ 하지 무렵 - 박종영
눅눅한 유월 한나절
햇빛이 낭창 하다
하루의 시간은 하지(夏至)가 지나야
겨우 한 뼘씩 줄어든다는데,
늘 희망하지 못한 나태함으로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언젠 가의 이별처럼 지루한 시간이다
하지 무렵,
무논의 벼가 땅심 얻어 풋대를 곧추세울 때쯤
논병아리 맑은 하늘 바람 물어
골마다 토해내는데,
어찌 이처럼 해맑은 풍경을
지루하다 하랴.
♧ 하지夏至 - 오정방
밤이라고 하기엔 밖이 너무 밝고
낮이라고 하기엔
저녁 시간이 꽤나 깊어있다
백야白夜같은 하지夏至
낮이 가장 길다함은
밤이 가장 짧다는 말
하루의 주어진 같은 시간
시계는 멈추지 않고 제 갈길을 가건만
태양은 저 혼자 밤을 즐기려는듯
가던 길을 멈추고
태연히 지구촌을 내려다보며
조용히 홀로 따갑게 미소 짓는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밤은 짧고 짧은데…
♧ 하지 - 임동윤
어머니 눈물져 떠나온 고향집에선
이 여름도
봉숭아가 주머니를 부풀립니다.
간장 항아리 놓였던 자리에
잡초 무성한 마당귀 우물가에
화르르, 화르르
석류처럼 꼬투리를 터뜨립니다.
인적 끊긴 집 둘레로
고추잠자리만 비행할 뿐,
먼지 낀 헛간에는 녹스는 농기구들.
허물어진 돌담을 끼고
해바라기만 줄지어 서 있고
그 무표정한 그늘을 딛고
토실토실 물이 오른 봉숭아 몇 그루,
듬성듬성 버짐이 핀 기와집 처마 밑에
해마다 둥지 트는 제비와 놀며
흰색 분홍색으로
여름을 부지런히 피워 올립니다.
그런 날,
어머님 손톱에도
문득 바알간 꽃물이 돕니다.
♧ 하지(夏至) - 최원정
장맛비 잠시 멈춘
하늘 사이로
자귀나무 붉은
꽃등을 켰다
주먹만 한 하지감자
뽀얀 분 나게 찌고
아껴 두었던 묵은지
꺼내는 순간
어디선가 들리는
매미의 첫 울음소리
놋요강도 깨질듯 쟁쟁하다
♧ 夏至하지 - 김수우
창문을 열고 집어낸다
무릎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만큼 덜어지는
나의 죄
바늘강 같은 매미울음 속으로
떠가는구나
시름없이 육체를 벗어나는
내 혼의 실오라기
어제의 바람이
어제의 하늘이
하지 감자알로 굵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