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강정 생명평화 대행진
‘평화야! 고치 글라’라는 기치를 내건
2016년 강정 생명평화 대행진이
7월 31일 전야제를 열고,
8월 1일부터 6일까지 제주도일원에서
펼쳐집니다.
한국작가회의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행사는
동진과 서진 두 진영으로 나누어 실시되는데,
동진은 8/1(월) 강정 - 서귀포시내 - 효돈(18km)
8/2(화) 효돈 - 위미 - 남원 - 표선(21km)
8/3(수) 표선 - 신산 - 성산(21km)
8/4(목) 성산 - 구좌 - 김녕(19km)
8/5(금) 김녕 - 함덕 - 조천(12km, 문화제)
8/6(토) 조천 - 제주시내 - 탑동광장(16km)
서진은 8/1(월) 강정 - 중문 - 안덕(18km)
8/2(화) 안덕 - 대정 - 한경(22km)
8/3(수) 한경 - 금능 - 한림(16km)
8/4(목) 한림 - 곽지 - 애월(11km, 문화제)
8/5(금) 애월 - 하귀 - 신제주(14km)
8/6(토) 신제주 - 탑동광장(7km)
그리고 끝나는 날인 8/6(토) 17시에는
양 팀이 제주시 탑동광장에 함께 모여
생명평화문화제 ‘평화야! 고치 글라’를 엽니다.
삼복더위에 펼쳐지는 이 행사가
고난을 뚫고 평화롭게 진행되어
기대한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고
아름다운 결실을 맺길 기원하며,
제주작가회의 김경훈 시인의 시집
‘강정은 4·3이다’의 시로 응원합니다.
"힘내라, 강정!"
♧ 지금은 - 김경훈
-강정에서
지금은
비가 더 많아야겠다
큰내 아끈내 세차게 확 흐르게
지금은
바람이 더 거세야겠다
쇠붙이 쎄멘덩이들 싹 쓸어가게
지금은
마음이 더 모여야겠다
불안 체념 절망 탁 털고 일어서게
저 너른 바다에는
원시의 평화가 있고
그것은 그대로 미래다
저 깊은 하늘엔
참된 정의가 있고
그것은 땅에서 현재다
그리하여 지금은
오직 생명만 넘쳐나게
결기의 피 더 끓어야겠다
♧ 강정 모내기
해군, 너희들은 죽음을 먹고 살지만
그래서 전쟁이 평화를 가져온다고 우기지만
그러나 웃기지 마라
유사 이래 전쟁이 우리에게
밥을 먹여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밥은, 그 생명의 밥은
그 모든 전쟁의 쇳덩이를 갈아엎어
평화의 씨앗을 뿌리고
평등의 가지가 자라고
정의의 열매가 맺어
저녁노을 속 밥 짓는 연기 사이로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할 때
한 끼 넉넉한 상생의 식사가 되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여기 생명평화의 강정마을에
평화의 모를 심으며
잠수함을 녹여 보습을 만들고
군함을 녹여 탈곡기를 만들어
우리, 그 거대한 공동체의 쌀
밥의 평화를 만들고 있다
생명 나눔의 평화를 만들고 있다.
♧ 자존을 위하여
누가 강정이 4·3 아니라고 하는가
눈 못 감고 죽어간 영령들이
부릅뜬 눈으로 강정을 호곡하고 있는데
누가 감히 강정을 4·3 아니라고 말하는가
4·3에서 평화와 인권을 배웠다는 이들이여
인권이 낭자히 유린되고 평화가 유혈로 깨지는데
왜 강정은 4·3이 아니라고 하는가
제주의 자존이 구겨진 휴지처럼 뒹구는데
방관과 안일로 역사의 무덤을 파는 자들이여
그 무덤엔 후손들이 풀 하나 뽑지 않을 터이니
4·3을 거느려서 화해와 상생을 말하지 말라
왜 강정이 4·3인지도 모르는 이들이여
♧ 법은 가진 자의 이익이다
우리는 먼저 인간이어야 하고, 그 다음에 국민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 내가 떠맡을 권리가 있는 나의 유일한 책무는, 어떤 때이고 간에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일이다.
-헨리 D. 소로우
예난 제나
법은 가진 자의 편이다
법의 여신이 재는 것은 진실의 형평(衡平)이 아니라
그들의 이익으로 눈금을 미리 당긴다
보라, 오늘 강정의 모든 판결을
그래서 4.3 때도 항상 탄피수보다 죽음이 더 많았다
법의 지엄한 그 원칙대로
♧ 미국
4.3때
미군정은,
“사건의 원인에는 흥미가 없다,
나의 사명은 진압뿐이다!”
지금
미국은,
“지들끼리 싸우든 말든,
다만 우리 지시대로 기지를 만들면 된다!”
♧ 의義, 양윤모*
강정 구럼비와 미타쿠예 오야신**
삶과 죽음을 같이 하는 사람이 있다
옳지 않은 일을 우겨대는 것들에 맞선
목숨 건 창의倡義의 단식
모든 생명을 위해 자신을 던져
그대로 역사가 되려는 사람이 있다
이 시대 야윈 의義의 부활을 위하여
스스로 야위며 바위가 되려는 의인義人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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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윤모 : 영화평론가. 해군기지 건설공사를 막으려다 2차 구속된 후 무려 71일간의 단식을 결행했다. 3차로 구속되자 옥중에서 40일 넘게 단식을 이어갔다.
** 미타쿠예 오야신 : ‘우리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라는 뜻으로 아메리카 인디언 라코타족의 말.
♧ 역사를 산다는 것
오늘의
강정은 역사적 현실이다
눈앞에서 역사가 쌓여가고 있다
우리의 의로운 족적이 그대로 역사가 된다면
먼 훗날
강정은 평화의 진원지라고
후손들은 또랑또랑 역사를 읽을 것이다
제주4.3의 정의(正義)의 역사가
그대로 미래의 평화인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