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와 숭어처럼
♧ 고등어 - 송정숙(宋淑)
꿈을 꾸었다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하늘을 날다
엷은 회색 언어 쏟아 놓는 억새능선 앉아
깃털 다듬고 또 날았다
가을 해는 성큼 서산에 다달고
나의 미소는 어떤 이 뚫린 가슴 목련 되어 피기를
“아파하지 말고
불쌍해하지도 말고”
죽었다 살아나는 파도처럼 나 또한 그러리라고
짧은 생이어도 내 흰 살점에 입맛 돌아
반짝이는 눈빛 가질 수 있다면
행복하다 기꺼이 말 할 수 있다
꿈을 꾸었다, 파란 하늘로 날아가는 꿈을
♧ 숭어Ⅰ - 주대생
싸늘한 바람이 숭어의 비늘을 스친다
뼈 속까지 시린 차가움에
숭어의 비늘은 불가항력으로 곤두선다.
나를 바라보는 눈.
저 눈.
하얀 속살을 갈기갈기 찢고
내장을 쓰레기통에 쳐 박는다.
내 마음은 한낱 들짐승의 한끼 먹이가 되고
살들은 흔적도 없이 흩어져 간다.
숭어는 피하지 않는다
날카로운 바람을 몰고
숭어들을 옭아매는 그물에
아무런 저항 없이 사로잡혀 준다.
나는 다른 놈들처럼 살려달라고
애처롭게 눈을 깜박이지도
힘차게 움직여 포만을 주지도 않는다.
그저 한번 뻐끔 웃어준다.
♧ 민어나 숭어처럼 - 김상현
숭어가 가장 어렸을 때는 모치라고 부르고
좀 더 자라면 참동어라고 부르고
그 보다 더 자라면 홀떡백이라고 부른다
민어의 어렸을 적 다른 이름은 감부리,
좀 더 자라면 통치라고 한다
나는 한 번도 내 이름을 버린 적이 없이
날마다 허락해 주신 새 날을
그저 그 날이 그 날이거니 하며 살면서도
부끄럼을 몰랐다
더 넓은 곳을 향해
더 깊은 곳을 향해
나아가지 못하고
제 자리에서 매암 돌면서도
게으름인줄 몰랐다
이제라도
누가 나를 다른 이름으로 불러다오
전혀 다른 삶에 도전할 수 있도록
제발 나의 이름을 다르게 불러다오
숭어나 민어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