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정작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설날이 지나지 않으니
새해를 맞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신년이 다 가고
정유년 첫날 아침에야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드나든 분들께
어제 찍은 싱싱한 한라산 사진으로
세배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설날 아침에 - 김설하
동녘이 환해지며
먼동이 터오는 설날 아침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꽃 활짝 피는 복된 새해 새날입니다
소복소복 쌓여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눈처럼
우리 가슴에도 순백의 폭설이 내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순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정답게 살 것을 약속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을 만나도
아름다운 이웃으로 지내며
즐겁고 활기차게 살겠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 가득하시고
올해는 웃는 일 많이 생기시고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불끈 솟아오르는 저 붉은 태양의
열렬한 기운을 모두 받으셔서 부자 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 설날 풍경 - (宵火)고은영
아버지 정갈한 두루마기 앞섶이
유난히 차 보이고
대님 매던 서툰 손놀림에
여명의 장 닭소리 아직 생생한데
희망을 두레질하는 차례상에는
언제나 생소한 얼굴들이
낡은 액자에 오랜 고화로 박힌 채
살폿 웃거나 근엄하다
쪽진 머리 저 여인은 고조 할매
흑백의 두루마기 아스름 저 시무룩한 고조 할배
구레나룻 여덟 팔자 유난히 쌔근한
저 남자 우리 할매 멋스러운 지아비
서른한 살 과부든 우리 할매
할배 바라보는 눈매가 붉어 애처롭다
묵시적 가족사
태어나 얼굴 한번 구경 못했다
피붙이라고 살가운 말 한 마디 없었다
어느 시공에도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던 운명 호적에나 묶여 있을까
설날 아침
휘적휘적 저 눈길을 걸어 온 조상들
우리 집 안방에 진귀한 고화 전시에 나란히 앉아
한껏 밝은 얼굴로 따끈한 떡국을 드시는 중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