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 일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김창집 2017. 1. 28. 00:08


정작 2017년 새해가 밝았지만

설날이 지나지 않으니

새해를 맞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병신년이 다 가고

정유년 첫날 아침에야

지난 1년 동안 열심히 드나든 분들께

어제 찍은 싱싱한 한라산 사진으로

세배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설날 아침에 - 김설하

 

동녘이 환해지며

먼동이 터오는 설날 아침

오순도순 정겨운 이야기와

웃음꽃 활짝 피는 복된 새해 새날입니다

 

소복소복 쌓여 하나의 세상을 만드는 눈처럼

우리 가슴에도 순백의 폭설이 내려

서로 얼굴 붉힐 일 없는 순한 마음으로

따뜻하고 정답게 살 것을 약속합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감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인연을 만나도

아름다운 이웃으로 지내며

즐겁고 활기차게 살겠습니다

 

올해는 좋은 일 가득하시고

올해는 웃는 일 많이 생기시고

올해는 가족 모두 건강하시고

불끈 솟아오르는 저 붉은 태양의

열렬한 기운을 모두 받으셔서 부자 되세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설날 풍경 - (宵火)고은영

 

아버지 정갈한 두루마기 앞섶이

유난히 차 보이고

대님 매던 서툰 손놀림에

여명의 장 닭소리 아직 생생한데

 

희망을 두레질하는 차례상에는

언제나 생소한 얼굴들이

낡은 액자에 오랜 고화로 박힌 채

살폿 웃거나 근엄하다

 

쪽진 머리 저 여인은 고조 할매

흑백의 두루마기 아스름 저 시무룩한 고조 할배

구레나룻 여덟 팔자 유난히 쌔근한

저 남자 우리 할매 멋스러운 지아비

서른한 살 과부든 우리 할매

할배 바라보는 눈매가 붉어 애처롭다

 

묵시적 가족사

태어나 얼굴 한번 구경 못했다

피붙이라고 살가운 말 한 마디 없었다

어느 시공에도 우리는 서로 만나지 못했고

만날 수 없던 운명 호적에나 묶여 있을까

 

설날 아침

휘적휘적 저 눈길을 걸어 온 조상들

우리 집 안방에 진귀한 고화 전시에 나란히 앉아

한껏 밝은 얼굴로 따끈한 떡국을 드시는 중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마운 것이라 생각하라.

 

세상은

험난하고 각박하다지만

그러나 세상은 살 만한 곳.

 

한 살 나이를 더한 만큼

좀 더 착하고 슬기로울 것을 생각하라.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