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나무 장터 - 이명
김창집
2019. 7. 30. 10:23
♧ 나무 장터 - 이명 남대천 둔치 묘목들이 웅성댄다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 바람이 몰려온다 장꾼들이 무얼 알랴 이 지구의 주인이 나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남천, 여린 잎들이 문장처럼 펄럭이는데 흐릿하게 잎맥이 보이고 그것은 후기 고생대의 후일담을 엮은 문집처럼 소소하다 한계령을 지키는 나무들은 열병하듯 부동자세로 서 있는데 팔려 다니는 몸이 아니라고 자부심 강한 비타민나무 고래고래 고함지르는 소리가 남대천 물소리만큼 우렁차게 들리는 장터 나무들의 항거에 바람이 주변을 돌며 온종일 남대천 모래들을 흩뿌리고 강물을 불러 세워 소리지른다 바람의 속성을 꿰차고 있는 최 선장도 몸을 웅크리고 돌아서는데 장터 사람들은 그런 줄도 모르고 무슨 봄바람이 이렇게 세냐며 들릴 듯 말 듯 흩날리는 소리로 인사 한 마디씩 건넨다 묘목들 왁자지껄한 소리가 남대천 물소리보다 높다 *『산림문학』2019년 여름호(통권 34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