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안상근 시집 '한 컷 제주 100'
김창집
2019. 11. 18. 23:26
♧ (9)
한가운데
한라산은 줄기와 굴곡 없이
지금은 겨울을 만나 휴식을 취하고 있다.
♧ (51)
하얀 꽃잎 피어나는 묵숨 질긴 문주란(文珠蘭) 토끼섬을 아시나요
그 속에 숨어 있는 해녀들 콩 이야기를 아시나요
식솔 늘어나는 것이 두려워 뱃속 태아를 지우려 먹었던 목숨 질긴 해녀콩 이야기 말이외다.
♧ (55)
쉐를 모아 두었던 곳이라 하여 쉐둔에
백중날 돈네코 할망들 때린 물 흘러내려 소(沼)가 되었다네
그 끝에 바다와 만나니 이제는 젊은 연인들의 쇠소깍.
♧ (79)
제주초가는 바람이다
하늘과 땅에 자신을 낮추어 앉게 하는
용마름도 없고 모도 나지 않게 꽁꽁 동여맨 채로,
♧ (87)
오늘도 제주 바당 해녀들은
칠성판 지엉 나상 곱닥ᄒᆞᆫ 우미바당 속 걷당 보민
물 밖은 태왁만 동동.
♧ (90)
한국 천주교 최초의 신부이자 순교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라파엘 호’를 타고 귀국하다가 표착한 곳, 용수리 해안
고구에서의 첫 미사를 봉헌한 곳, 용수리 해안.
* 안상근 시집『한컷 제주 100』(다층현대시인선 166)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