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원 시인의 '개마고원'
♧ 개마고원 – 김광원
초등학교 때부터 알게 된
그 고원에 나는 문득 가고 싶어.
언젠가 지리산 뱀사골산장에서 보았던
그 쏟아지는 별들이 내 혈관을 돌게 되면서
난 그 별빛 감동을 개마고원에서
다시 느끼고 싶던 거지.
그렇게 한 달쯤, 아니
단 일주일만이라도 머무를 수 있다면
난 너울너울 그냥 좋겠네.
거슬러 거슬러 고구려와 백제가 하나가 되고
고구려와 신라가 하나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무엇이리.
내 생전 개마고원에 머물게 되면
어느 한쪽에 둘레둘레 감자를 심고 싶어.
하얀 감자꽃 피우고 싶어.
압록강 물소리도 끝없이 들려오는 곳,
쏟아지는 별들 속에 꿈처럼 서 있고 싶어.
*동인시집 ․ 8호『포엠만경』(포엠만경, 2019)에서
-필자도 어느 해 여름 지리산 종주를 위하여 뱀사골산장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다. 전날 조금 일찍 도착해서 어두워질 때까지 와운교 건너서 골짜기를 찾아 꽃을 찍으며 시간을 보내었는데, 그날 밤 별을 본 기억은 없다. 아마도 관심이 없었거나 여름이어서 구름 때문에 못 봤을지도 모른다.
작가가 초등학교 때 알게 된 개마고원. 지도엔 아마 짙은 흑색으로 표시되었겠지. 어쩌면 그런 곳에서 열흘만이라도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까?
작년 같으면 분위기가 ‘얼마 없어 남북교류가 트이고 관광이 활성화 되어 북한에 있는 아름다운 곳을 맘껏 돌아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북한이라고는 금강산에 한 번 다녀온 게 다인데, 두 번째로 아는 사람들을 이끌고 다시 가려고, 여행사에서 금강산으로 돈까지 송금하고 기다리다 아쉽게도 일주일 전에 돌려받은 적이 있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로는 아무래도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매듭이란 게 풀리게 되면 쉽게 풀리는 법이다. 끈을 놓아버리지만 않는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