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

'우리詩' 3월호의 봄 시편

김창집 2020. 3. 16. 11:59

 

♧ 봄 날 – 김정인

 

금요일까지 당신이 무엇을 했던

그건 궁금하지가 않아

중요한 건 오늘

당신과 밤새 내가 함께 있다는 거야

 

꽃샘추위에도 꽃들은 피고

한 십 년도 아닌 일 년쯤이야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마

어쩌면 그들도 견디고 있을 거니까

 

당신이 잠들지 않는 몇 날의 밤이

허공일지라도 추락하진 말자

중요한 건 당신과 내가

지금도 견디고 있다는 거야

 

내일은 쉬어도 되는 일요일이야

물론 쉽진 않아

하루를 버텨낸다는 건

곰곰이 생각해 보면

희망이 생기는 거니까

 

월요일이 오면 웃어 봐

그럼 나도 웃을게

누구도 당신이 웃는다고 묻지 않으니까

오늘이 지나가는 거지

 

 

♧ 제비꽃 - 호월

 

세라복에

말총머리 여중생

흘끔흘끔 훔쳐보던

수줍은 고일(1)은

결국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그 애를 떠나보냈다

 

버스 정류장에

다시는 나타나지 않은 애

아마 고등학교를 다른 데로 갔던지

아버지가 전근되어

타지로 이사했던지 둘 중에 하나

그 이외에는 상상하기 싫다

 

오랜 세월 지났는데도

그 제비꽃

아직도 망막 어디에 숨어 있다가

가끔 불쑥 나타날 때가 있다

특히 들판에서 제비꽃 만나게 되면…….

 

 

♧ 똥섬 ․ 1 - 정태남

 

봄까치꽃이 하늘빛 손을 흔들어 준

바람이 여기저기 흩어지길래

하트모양으로 묶어 가슴 한켠에 두었다

 

마중물 올려 씻은 우유바람

머위바람 딸기바람 종다리바람

심장에 가둘수록

일어나는 몰입 참을 수가 없다

 

봄빛 움켜쥐고 나면 갯물이 잡히고

갯물 풀어주고 나면

출렁거리는 조금씩은 다른 물결

 

동백꽃으로도 피고 진달래꽃으로도 피고

어디선가 깊어지는

무심히 흐르는 물살을 물빛으로 오려내고 싶다

풍덩, 발을 담근다

 

 

                                                          *월간『우리詩』(2020년 3월호)에서

 

 

-- 다시 한 주의 일과가 시작되는 월요일이다.

    하지만 주변이 조용한 것으로 보아

    사람 사는 월요일 같지가 않다.

 

    우선은 학생들의 움직임이 없다.

    나라가 제대로 가려면 세상 돌아감이 원활해야 할 터.

    오늘 따라 쓰레기차의 소란스러움도 없다.

 

   어제는 삼다수 숲길을 걸었는데

   바람이 세찬 대신 새소리는 못 들었다.

   그렇지만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있었다.

   변산바람꽃이 자취 없이 사라지고 노루귀가 한창이다.

 

   번영로 입구 주유소 옆의 벚꽃 한 그루는 만개했고

   개나리 노란색이 점점 짙어진다.

   서귀포에  진달래까지 피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봄은 벌써 와 있는 것이다.

 

   오늘은 밝은 차림으로 밖으로 나와 기지개도 켜 보고

   동네 소공원도 한 번 걸은 뒤,

   재래시장에 가 할머니가 캐온 봄나물을 사다

   냉잇국이라도 한 그릇 끓여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