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3)

김창집 2022. 7. 8. 00:22

*흰어리연

 

손지오름 양지꽃 양시연

 

아장아장 손지오름

옹알옹알 솜양지꽃

 

눈 녹은 그 자리에

갓난쟁이 다녀갔나

 

손말로

못다 한 고백

빛깔로나 하나보다

 

 

 

하필이면 오순금

 

하필이면 커피에 하트를 띄웠을까

반지나 목걸이를 그려주면 안 되나?

이끌려 들어선 찻집

끼니 같은 커피 값

 

 

 

아네모네 바람꽃 - 오은기

 

한 사발 꽃차 보내듯 메시지 보내 왔네

내 생일 삼월인데 유월에 생일 축하?’

새하얀 그 거짓말을 꽃차처럼 받았네

 

아네모네, 아네모네 나도 날 아네 모르네

휴대폰 속 그 여자의 닉네임도 아네모네

단 한 번 사랑이라더니

덧없는 말이었나

 

한 때는 나를 홀려 세상이 나를 홀려

내 남편 모르겠네, 진짜 남의 편만 같네

지금은 그 꽃의 시간

아네모네 바람꽃

 

 

 

참깨꽃 택배 - 이미순

 

가야지 가봐야지 몇 년째 별렀는데

섬에 산단 핑계로

올해도 또 못 갔네

오늘은 어머닌 생신

내가 선물 받아드네

 

이 골 저 골 방물장수

마흔에 산 자갈밭

산골짝 비틀비틀 논틀밭틀 그 길마저

참깨꽃 어정칠월에

어정어정 피었을라

 

산새소리 백구소리 그리고 냇물소리

그 소리 빻아 짜낸 이홉들이 참기름

덤으로 신문에 실린

고향 소식 받아드네

 

 

 

골갱이로 그리다 - 장재원

 

어느새 내 이모도

골갱이 닮아간다

오전엔 콩밭으로 오후에는 바다로

산방산 노을을 풀고 온몸으로 그린 그림

 

그냥 가지, 그냥 가지

43, 그냥 가지

한 생애 가파도를 업고 안고 살았어도

때로는 밭갈쇠 소리 이랑이랑 묻었다

 

칠월 한때 콩꽃은

꽃이나 실컷 피우지만

이 세상 꽃 한 송이 피웠는지 못 피웠는지

이제는 누구 밭인가

내 이모의 명화 한 폭

 

 

                             * 정드리문학회 제10바람의 씨앗(황금알, 2022)에서

                                                         * 사진 : 흰어리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