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3)
♧ 손지오름 양지꽃 – 양시연
아장아장 손지오름
옹알옹알 솜양지꽃
눈 녹은 그 자리에
갓난쟁이 다녀갔나
손말로
못다 한 고백
빛깔로나 하나보다
♧ 하필이면 – 오순금
하필이면 커피에 하트를 띄웠을까
반지나 목걸이를 그려주면 안 되나?
이끌려 들어선 찻집
끼니 같은 커피 값
♧ 아네모네 바람꽃 - 오은기
한 사발 꽃차 보내듯 메시지 보내 왔네
‘내 생일 삼월인데 유월에 생일 축하?’
새하얀 그 거짓말을 꽃차처럼 받았네
아네모네, 아네모네 나도 날 아네 모르네
휴대폰 속 그 여자의 닉네임도 아네모네
단 한 번 사랑이라더니
덧없는 말이었나
한 때는 나를 홀려 세상이 나를 홀려
내 남편 모르겠네, 진짜 남의 편만 같네
지금은 그 꽃의 시간
아네모네 바람꽃
♧ 참깨꽃 택배 - 이미순
가야지 가봐야지 몇 년째 별렀는데
섬에 산단 핑계로
올해도 또 못 갔네
오늘은 어머닌 생신
내가 선물 받아드네
이 골 저 골 방물장수
마흔에 산 자갈밭
산골짝 비틀비틀 논틀밭틀 그 길마저
참깨꽃 어정칠월에
어정어정 피었을라
산새소리 백구소리 그리고 냇물소리
그 소리 빻아 짜낸 이홉들이 참기름
덤으로 신문에 실린
고향 소식 받아드네
♧ 골갱이로 그리다 - 장재원
어느새 내 이모도
골갱이 닮아간다
오전엔 콩밭으로 오후에는 바다로
산방산 노을을 풀고 온몸으로 그린 그림
그냥 가지, 그냥 가지
4․3아, 그냥 가지
한 생애 가파도를 업고 안고 살았어도
때로는 밭갈쇠 소리 이랑이랑 묻었다
칠월 한때 콩꽃은
꽃이나 실컷 피우지만
이 세상 꽃 한 송이 피웠는지 못 피웠는지
이제는 누구 밭인가
내 이모의 명화 한 폭
* 정드리문학회 제10집 『바람의 씨앗』 (황금알, 2022)에서
* 사진 : 흰어리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