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7월호의 시(5)와 물양귀비

김창집 2022. 7. 25. 07:37

 

어떤 식사 김명옥

 

지하철 출입문에 바짝 붙어 서서

등을 돌리고 꾸깃한 은박지 속에

김밥 한 덩이 손으로 입에 욱여넣는다

무슨 죄라도 지은 듯이

 

코로나 시국

지하철 내에서 대화도 금지되어 있는데

조금 내린 마스크 틈새로 또 한 덩이 욱여넣는다

물 한 모금도 없이

 

부스스한 머리카락

축 늘어진 낡은 배낭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 3시에

생의 목줄을 바짝 쥐고

 

희망 한 모금 건네지 못하고

못 본 척 시선을 거두는

내 목이 꽈악 멘다

 

 

 

아름답게 보이기 윤태근

 

이 가시꽃아부르니

장미의 아름다움이 사라졌다

 

이 독기 품은 요부야하니

백합의 향기가 무서워졌다

 

저런 거짓말쟁이들손가락질하니

정치가가 모두 사기꾼으로 보였다

 

이름을 아름답게 불러보라

세상이 환하게 빠뀌어 보인다

 

 

 

내 몸에 비늘 같은 - 이은래

 

사직서 낸 유부장과 소주 한잔하자고

횟집을 갔네

수족관 물고기들

늙은 개처럼 엎드려 있거나

벽을 따라 꿈틀거리고 있었네

물고기도 꿈을 꾼다면

젖은 몸을 말리고 있을까

내 꿈은 몸을 덮고 있는

비늘 하나하나 지폐가 되는 것이라네

허허 소주잔을 채울 때

욕망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

헛된 꿈으로 하루 살아갈 힘을 삼는

이 좁아터진 수족관

뜰채에 담겨서야 수족관을 벗어나

비늘 다 벗겨내고

조각조각 맑은 살점으로

소주잔 옆에 앉는

 

 

 

모래성 위 불꽃 김정식

 

소라는 이국땅에서 왔다

 

소라는 두꺼비 손으로 긁어 조약돌을 모았다

조약돌에 묻어 있는 고동 소리

조약돌로 집을 짓고 돌담도 쌓았다

 

하얀 모래 물결선을 그려 보고

그 위에 시를 쓴다

허물고 쌓고,

파도가 밀려와 모래성을 지운다

 

부표에 걸려 넘어지며 끊어지는 파도의 언어,

오똑한 콧날에 백옥같이 밀려드는 포말의 하얀 피부,

푸른 눈동자를 가진 바다의 엄마에게

갈매기 소리를 띄운다

 

무너진 모래를 모아

다시 성을 만들어 본다

 

파도가 밀려온다

 

파도의 모음과 자음에

머나먼 우크라이나를 그려본다

 

 

 

김혜천

 

주홍글씨를 새기지 않고

 

사막을 건널 수 있는 자 손 들라

 

그러므로 무수한 손가락은 마땅히

 

자기를 가리켜야 하리라

 

삶은

 

원죄를 천형처럼 물려받은 내림굿

 

노을이 산을 넘을 때

 

한 판 춤추고 돌아가는 씻김굿

 

 

                                    * 월간 우리20227월호(통권 409)에서

                                                      * 사진 : 물양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