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정드리문학 제10집 '바람의 씨앗'의 시조(6)와 풍란

김창집 2022. 7. 28. 00:10

 

쌍아래아 - 오승철

 

 

 

새별오름의 가을 - 문순자

 

멜 들었져 멜 들었져

오름에 멜 들었져

 

와글바글 가을 햇살

와글바글 억새 무리

 

그물에 걸려든 바다

윤슬로 파닥인다

 

 

 

이제는, - 조영자

 

분꽃이 제 몸 사려 꽃잎을 오므릴 때

혼자 된 친정어머니 손톱을 깎고 있다

마당귀 볕살을 바라 실눈을 가만 뜨고

 

가난으로 범벅이 된 아득도 한 젊은 시절

기제사 스물 몇 번 종가를 받드느라

팽팽한 생의 이랑엔 손톱 자랄 틈도 없던

 

새벽별 그림자에 푸른 힘줄 세우던 손

끝도 없이 쌓이는 일 손금조차 다 닳았다

아흔 살 기도하는 손, 이제야 피는 꽃잎

 

 

 

거부반응 - 강현수

 

습관처럼 야근하고

습관처럼 돌아온다

연장 근무하듯

늦은 밥상 또 차리면

고등어

망가진 살 점

생각 하나 침투한다

 

푸석하고 졸아들고

빛이 다한 물결 한 점

내 몸에 푸들푸들

지느러미 되살아나

밤새껏 너를 벗어날

비상구만 찾는다

 

 

 

꿀 따는 날 - 김영순

 

때죽나무 숲속에 전쟁이 났나 보다

벌이 훔쳐온 꿀 내가 다시 훔치는 날

돌돌돌 자동 채밀기, 전리품을 챙긴다

 

그런 날은 어찌 알고 외삼촌이 찾아온다

가래떡 몇 줄 사 들고 건들건들 저 너스레

첫 꿀에 찍어 먹으면 바람기 도진다나

 

한때는 서울에서 전당포를 했다는,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삼촌삼촌 한량삼촌

외갓집 거덜내버린

어머니의 푸른 통점

 

푸른 통점,

벌침 한 방 쐰 것 같은 그 자리

탈탈 털린 벌장에 벌들이 돌아올 무렵

숲은 또 어루만지듯 꽃불을 켜는 거다

 

 

                               *정드리문학 제10바람의 씨앗(황금알, 2022)에서

                                                             *사진 : 풍란(소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