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산지를 그리는 하루
오늘처럼 푹푹 찌는 날은
시원한 나무 그림자 어리는
청송의 주산지를 생각하며
더위를 식힌다.
주산지의 물은 주산현(注山峴) 꼭대기 별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흘러 주산지에 머물렀고,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300년쯤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 물과 나무의 힘으로
오늘 하루 더위를 이겨 볼까나.
♧ 청송으로 가는 길 - 김종제
어느 날 네가 선 자리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삶에게
결별이라는 수갑으로
덜컥 손목 채우고
발목에는
안녕이라는 쇠고랑 채우고
아무도 모르게 그곳으로 떠나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다가
죄라는 죄는 모두 다 저질러
청송이라는 땅으로
지나버린 시간을
문득 묻으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거진 생生의 수풀을
휘적휘적 헤치고 가다가
손으로 건드린 것들 참으로 많았고
길도 아닌 생生을 걸어가다가
발로 차 버린 것들 억세게 많았으니
구불구불 주왕산 산길을 걸어 올라
주산지注山池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뼈속 깊이 뉘우치라는 것이다
물속에 뿌리박고 서 있는
왕버드나무를 바라보며
그와 똑같이 반성의 자세로
삶을 다시 꺼내 반추해 보라는 것이다
물속 독방에 홀로 갇혀
찾아올 누구 없이
고요하게 적멸해 보라는 것이다
♧ 주산지의 왕버들 - 권영호
시간의 속도를 끊임없이 기억하는
주산지의 왕버들 모자들,
백 년 동안 서로의 발을 묶고 사는 30수
외골수들이 모여 부동면이 된건 아닐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한 편의 영화 출현으로 셀 수 없는
발걸음들 불러 모아 살랑살랑
온 몸 흔들어 길을 넓힌다
왕버들이 쉼없이 판 한우물, 주산지
한 계절이 알록달록 곱게 차려 입고
손 배웅을 하는 뒤편에서 알게 모르게
적막의 깊은 뿌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애써 모른 척, 못 본 척 돌아선다
♧ 청송 주산지 - 靑山 손병흥
밤새 봄비가 내리다 그친 이른 아침나절
그리 가파르지 않은 경사길 올라 만나본
물속 잠긴 경이로운 향연 주산지 왕버들
흐릿한 하늘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
울창한 숲 우뚝 선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져
푸르고 맑아 더욱더 깨끗한 아름다운 신선세계
경북 청송 부동에 위치한 사계절 신비로운 호수
신선의 본향으로 고즈넉한 태백산맥에 똬리 튼
속세 멀리하려는 듯 산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곳
산보하기가 좋은 몽환적인 분위기 천혜의 관광지
남쪽 바윗골에 자리 잡은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 주왕산 - 제산 김대식
깊고 깊은 산골
산 너머 또 산
굽이굽이 산으로 덮인
사과 고추 유명한 고장 청송
주왕산 입구
기암이 우뚝 솟아
장승처럼 오는 산객 반긴다.
대전사 들러 부처님께 합장하고
잘 다듬어진 등산로로 산길을 오른다.
아기자기 우람한 산 멋있는 기암괴석
시원스레 흐르는 주방천을 따라
여기저기 시원한 굴속 같은 협곡길
넘어올 듯 기암절벽이 병풍이구나.
이렇게 시원스런 폭포를 보았는가.
이렇게 멋있는 폭포를 보았는가.
장쾌하고 시원한 굴속 같은 제일폭포
아름다운 선녀탕 제이 제삼폭포
그냥 흐르기 심심하여 휘돌아 흐른다.
산속엔 낡은 절 개울가에 절 있다.
산 깊숙이 햇볕 잘 드는 곳
아담스런 마을 있다.
평화스런 마을 있다.
주산지를 가보라
고요한 연못에 물속의 왕버들
조용히 머리 감고 다소곳이 서 있는데
원앙새 물오리들 조용히 떠다닌다.
물속에도 산 있고 하늘이 있다.
물속에도 왕버들 늘어져 있다.
달기약수 마셔보라
톡 쏘는 그 맛 신기한 그 맛
천연의 사이다가 땅속에서 솟는다.
♧ 나무가 사람에게 28 - 고광식
-주산지(注山池) 버드나무
시퍼런 물속이다.
어느 해 봄 잠결에 떠돌던 내가
주왕산 바위를 휘돌아 지금은 푸른 물 가득 찬
주산지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내 목숨이
깊은 물에 수장되어 물 밖으로 반쯤 드러나 있다.
왕이 되려다 꽃으로 피었다 한다. 주나라 재건을 꿈꾸다가 이 곳까지 쫓겨와 죽음을 맞은 주왕. 하늘로 치솟는 바위와 은밀한 굴속의 어둠이 산을 물어뜯고 있다. 계곡마다 밀착되어 꽃송이 후끈 피워 올리는 그 생명력에 그대들은 주왕산 가득 꽃잠 자는 전설을 깨우고 있다.
그러나 보아라. 물속에 수장되어
물관부의 뜨거운 몸부림으로 꽃 피우는 것을
4월의 숨결처럼 둘러쳐진 바위틈으로
끝없는 입속말에 귀기울이다가
그대들은 눈뜨지만 사실은
가파른 우리의 목숨들이 전설의 옷 짜는 것을
산의 치맛자락을 들춰보며 그대들은
사르락사르락 뿌리내린 우리를 닮기 위하여
깊어 가는 욕망만큼 전설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은 물위에서 가벼워진다. 하늘 끝으로 흩어지는 꽃향기가 낮게 낮게 산의 어깨를 문지르고 있다. 비가 내려 주산지 물 불어나도 우리의 꿈은 깊어 가는 물만큼 꽃송이 피워낸다. 주왕산 치솟는 바위마다 입속말 떠돌지만 꽃은 핀다. 시퍼런 물을 밟고 참을 수 없는 갈증으로. 살아야겠다.
꽃이 핀다.
---
* 300년 된 저수지 주산지(注山池)에는 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 사진 : 청송 주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