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월간 '우리詩' 10월호의 시(1)

김창집 2022. 10. 12. 07:18

 

 

오도깝방정 김석규

 

 

대통령 들어간 지 몇 달이나 되었다고

벌써부터 다음 대통령을 놓고 설왕설래니

거 참! 안달에 성미 하나 끝내주는구나

화롯가에다 엿을 붙여놓고 나왔나

무슨 졸갑증이 토사곽란이라도 만났나

 

 

 

처서 이후 홍해리

 

 

종일 내린 비에 씻겼나

귀그물[耳網]이 성글어졌나

풀벌레 소리 투명하여

귀에 걸리지 않네

맑다 못해 외려 푸른 하늘

마음도 널어 바지랑대 곧추세우니

무더위 끝 서늘한 바람

나락 크는 소리 개가 짖는데

시를 읊지 않아도 가까이 보이고

책을 읽지 않아도 손에 잡히네

 

 

 

웃통을 벗어 던지고 - 서량

 

 

  겨울과 봄 사이에 증세가 악화됐어 웃통을 훌렁 벗은 사내가 야구공을 치는 자세로 치는 징, 징 소리 살갗에 샛노란 버터를 처바른 커다란 달덩어리가 나뭇가지 사이에 걸려 있구나 큰 테러 사건이 터지기 전, 한참 전부터 시간과 시간 사이에 찡겨 빼도 박도 못하면서 울리는 징, 징 소리가 마냥 울린다 고막이 아파요

 

  꿈의 안과 밖 사이를 과도기 현상이라 부른대 겨우내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하며 오늘과 내일 사이를 파고드는 환상, 수상한 환상만 쫓다가 봄기운 본능으로 험악한, 하주 험악한 자세를 취하는 겁니다 열 올라 내 생각이 틀림이 없단 말이야 살갗을 홀랑 태우는 여름 땡볕의 위력을 미처 예상하지 못한 관계로 날이 가면 갈수록 증상이 도지고 있다네 생각과 생각 사이를 그냥 내버려두기로 했다

 

 

 

산눈시山眼詩12 - 김영호

 

 

나 나무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나무의 귀로 중생의 신음을 들으며

나무의 손으로 사람들 상처를 만지네.

 

나무는 나의 눈을 통하여 세상을 보고

나의 귀를 통하여 중생의 신음을 들으며

나의 손으로 사람들 상처를 만지네.

 

산이 나의 시로 세상을 보고

나의 시로 중생의 신음을 들으며

나 산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산의 귀로 중생의 신음을 들으며

산의 가슴으로 사람들 상처를 만지네.

 

 

 

낙양동천이화정! - 홍인우

 

 

바짝 마른 여름 빨래에 퍼붓는 소나기

석 장 한꺼번에 쥔 고스톱판

망설이다 망설이다 주춤주춤주춤 내딛는 아기의 첫발

잘 익은 수박에 다가간 칼

고양이 졸고 있는 한낮 골목에 울리는 구급차 사이렌 소리

-익 뜨거운 불판에 얹은 돼지고기처럼 세상에 내동댕이쳐진 1964

 

얼쑤!!

 

 

 

                                *월간 우리202210월호(통권412)에서

                                                        *사진 : 억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