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향기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의 시(12)

김창집 2023. 1. 2. 01:50

*봄을 기다리는 들꽃들 - 복수초

 

단골

 

꽃이 그리 많아도

눈길 가는 색이 있다

 

들꽃이 그리 짙어도

손길 가는 향이 있다

 

선술집

최고라지만

발길 닿는 맛이 있다

 

 

*변산바람꽃

 

늦은 결심

 

 

71세 되는 아침에

딱 하나

결심했다

불같이 복받쳐도

침을 꿀꺽 삼키자

 

화내면

쌓은 공덕 모두

한꺼번에

날아감을

 

 

*분홍노루귀

 

참 어렵다

 

 

얼큰하다와 칼칼하다를

구별 못하는 바보 시인

먹기는 잘 먹는다

부끄럽지도 않는가 봐

 

, 맵다

그까진 알겠는데

그 다음은

표현 못 함

 

 

*개불알풀(봄까치꽃)

 

 

 적당히

 

 

이젠 정리하며

적당히 살아야지

70 넘은 아침

굳게 다짐했었다

온종일

생각해봐도

적당을 모르겠다

 

일은 몇 시간 해야

휴식이 달콤한지

책은 얼마를 읽어야

가슴에 담기는지

드디어

오늘 알았다

적당이 무엇인지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감나무 전정하고

잔디밭 금창초 솎고

평상에 허리 펴면

화선지

먹물 번지듯

쉬는 맛 익어간다

 

 

*양지꽃

 

49년생

 

 

49년생 누구는

국무총리 한다는데

 

나는 대체 무엇일까

이름 없는 시인이다

 

꽃무릇

화려함에 취해

비틀비틀

와 이리 좋노

 

 

*흰광대나물

 

 

거슨새미 둘레길

 

1.

 

비자나무 숲 지나

삼나무 그늘에 서다

 

호젓함

이 또한 좋아

혼자 웃다 또

웃다

 

난 들꿩

도토리 줍다

 

햇살 꽉 찼다

 

 

2.

 

거슨새미 둘레길에

애인 하나 생겼다

꼭 껴안고 입 맞추면

향기 어찌 그윽한지

한 아름

비자나무가

늘 그 자리 지켜 섰다

 

 

3.

 

굼부리 절반 돌아

거슨새미 정상이다

안돌 밧돌 체오름까지

손 뻗으면 와 닿을 듯

옹달샘

맑은 전설은

왜 거슬러 흐르는가

 

 

*솜나물꽃

 

오죽하면

 

 

뜻대로 안 되는 세상

외려 그걸 즐기나 보다

네 실수가

내 즐거움

픽 웃으며 고소해하는

돈 주며

야구장 간다

안 되는 걸 보는 재미

 

 

              *고성기 시집 이제 다리를 놓을 시간(한그루, 2022)에서

                              *사진 : 봄을 기다리는 들꽃들

 

 

*백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