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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철 시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6)
김창집
2023. 4. 7. 00:40
♧ 혼자 우는 오름
온다 간다 말없이
억새 물결 갔다니
온다 간다 말없이
장끼마저 갔다니
양지꽃
등을 끄려나
저 혼자 남은 오름
♧ 바람이 끌고 온 석굴암 단풍아
산아 산아 한라산아 절아 절아 석굴암아
바람이며 등반대가 끌고 온 한 줄기 단풍
여기를 오간 가슴들 그 불은 누가 끄나
♧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 두자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두자
끄다 만 집어등같이
솔째기 바다빛 살빛 얼비치는 하늘 한켠
눈 감거나 뜨거나 그저 그런 밤이었을까
가시처럼 박혀있는 이야기가 남았는지
갯마을 올레길 돌아 눈을 뜬 듯 감은 듯
♧ 눈물 창창
바다 불빛 바다가 켰나
하늘 불빛 하늘이 켰나
바다엔 불빛이 창창
하늘에도 불빛이 창창
이 섬이 날 가둬 놓고 눈물 창창 그러네
♧ 섬벌초
끊어야지 술 담배 끊듯 그렇게 끊어야지
명절 두 번 제사 한 번 그것도 모자라서
해마다 벌초도 두 번 뻔뻔스레 잘도 밭네
뼈와 살을 줬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끊어야지 세상 인연 이제 끊고 가야지
가난한 어느 별인들 밥술이나 굶겠느냐
명절보다 벌초 땐 꼭 가는 섬사람들
봄 벌초 가을 벌초 다 놓치고 맞은 추석
오늘 밤 어느 산소에 달무리 핑 뜰까 몰라
*오승철 시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 (황금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