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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철 시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의 시(6)

김창집 2023. 4. 7. 00:40

 

혼자 우는 오름

 

 

온다 간다 말없이

억새 물결 갔다니

 

온다 간다 말없이

장끼마저 갔다니

 

양지꽃

등을 끄려나

저 혼자 남은 오름

 

 

 

바람이 끌고 온 석굴암 단풍아

 

 

산아 산아 한라산아 절아 절아 석굴암아

 

바람이며 등반대가 끌고 온 한 줄기 단풍

 

여기를 오간 가슴들 그 불은 누가 끄나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 두자

긁다 만 부스럼같이

 

에라

그만두자

끄다 만 집어등같이

 

솔째기 바다빛 살빛 얼비치는 하늘 한켠

 

눈 감거나 뜨거나 그저 그런 밤이었을까

가시처럼 박혀있는 이야기가 남았는지

갯마을 올레길 돌아 눈을 뜬 듯 감은 듯

 

 

 

눈물 창창

 

 

바다 불빛 바다가 켰나

하늘 불빛 하늘이 켰나

 

바다엔 불빛이 창창

하늘에도 불빛이 창창

 

이 섬이 날 가둬 놓고 눈물 창창 그러네

 

 

 

섬벌초

 

 

끊어야지 술 담배 끊듯 그렇게 끊어야지

명절 두 번 제사 한 번 그것도 모자라서

해마다 벌초도 두 번 뻔뻔스레 잘도 밭네

 

뼈와 살을 줬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끊어야지 세상 인연 이제 끊고 가야지

가난한 어느 별인들 밥술이나 굶겠느냐

 

명절보다 벌초 땐 꼭 가는 섬사람들

봄 벌초 가을 벌초 다 놓치고 맞은 추석

오늘 밤 어느 산소에 달무리 핑 뜰까 몰라

 

 

               *오승철 시집 다 떠난 바다에 경례(황금알, 2023)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