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서귀포시 '하영올레' 1코스(3)

김창집 2022. 1. 29. 07:59

□ 새연교에 올라

 

  이제는 독특한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새연교. 이름 그대로 새섬과 연결된 다리이다. 가만히 살펴보면 제주의 전통 떼배인 테우의 돛과 연결되는 버팀기둥을 세우고 섬에 또 한 기둥을 세워 만든 사장교이다. 사장교(斜張橋)는 교각이 없이 양쪽에 버팀기둥을 세워, 위에서 비스듬히 내려뜨린 케이블로 도리를 지탱하는 구조인데, 주로 물 흐름이 빠르고 수심이 깊은 곳에 놓는다.

 

  새연교는 그렇게 특이한 설계로 새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길이 169, 47의 다리로, 2009928일에 준공했고, 이틀 뒤인 930일에 새섬공원과 함께 공식 개통되었다. 이 다리의 출현으로 새섬을 공원으로 활용하면서 악천후에 쉽게 출입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 평상시에는 일출 시간부터 밤 10시까지 개방한다.

 

  새연교에 오르면 한라산과 서귀포항은 물론, 패류화석지의 절벽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풍경이 수려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면 서귀포 앞바다와 문섬, 범섬 등의 펼쳐지면서 고기잡이배들과 어우러진 풍경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석양의 모습과 사방으로 보이는 밤풍경은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새섬 공원

 

  새섬은 초도(草島)’라 하여 원래 제주의 초가지붕을 덮는 인 띠[]가 많이 나서 붙은 이름이라 한다. 그러나 지금은 서쪽과 남쪽의 바위들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나무가 우거지고 가시덤불을 이룬 곳도 있다. 전체 넓이는 104,137에 이르며, 이 섬 덕택에 서귀포항은 천혜의 양항이자 미항을 이루게 되었다고 한다. 태풍에 열악한 남쪽 포구를 감싸주고 있기 때문이다.

 

  새섬의 나무들을 살펴보면 해송이 주조를 이루는 가운데 상록수들이 섬을 차지하고 있다. 그 중 핵심이 되는 것은 후박나무, 참식나무, 까마귀쪽나무, 아왜나무, 좀굴거리, 돈나무, 우묵사스레피, 동백나무, 사철나무, 팔손이 등이고, 보리밥나무, 상동나무, 송악 같은 덩굴성 식물과 대나무도 번져 있다.

 

  전에 띠가 많았다고 하는데, 흙이 깊지 못한 곳에는 억새와 갈대, 잡초가 무성하고, 야생 초화류로 맥문아재비, 참나리, 털머위, 해국, 후추등, 밀사초, 며느리배꼽 등이 눈에 뜨인다. 기후의 영향으로 식생이 점차 변하고 있어, 앞으로 생태공원으로도 한 몫 할 것으로 보인다.

 

김광협 시비

 

  섬을 천천히 돌아 나와 다시 세연교를 건너 천지연 하류를 걸으며 물과 나무가 어우러진 경치를 즐기면서 천지연 입구에서 되돌아 다른 길로 나오게 된다. 마침 겨울철이어서 철새들이 물에서 노닐고 있다. 눈에 먼저 띄는 게 흰뺨검둥오리와 원앙이다.

 

 

  돌아오는 곳엔 크고 작은 돌하르방과 서귀포가 낳은 시인 김광협의 유자꽃 피는 마을시비가 서있다. 옆에 유자나무를 몇 그루 심었는데, 열매가 많이 떨어져 있으나 아직 그 향기는 잃지 않았다.

 

  ‘내 소년의 마을엔/ 유자꽃이 하이얗게 피더이다./ 유자꽃 꽃잎 새이로/ 파아란 바다가 촐랑이고/ 바다 위론 똑딱선이 미끄러지더이다./ 툇마루 위에 유자꽃 꽃잎인 듯/ 백발을 인 조모님은 조을고/ 내 소년도 오롯 잠이 들면/ 보오보오 연락선의 노래조차도/ 갈매기들의 나래에 묻어/ 이 마을에 오더이다./ 보오보오 연락선이 한 소절 울 때마다/ 떨어지는 유자꽃/ 유자꽃 꽃잎이 울고만 싶더이다./ 유자꽃 꽃잎이 섧기만 하더이다.’ -김광협 유자꽃 피는 마을전문.

 

천지연 기정길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걸어 나온다. 나오는 중에 2005년 서귀포시 지정 향토기념물 유산 제1호인 천지연 생수궤를 지난다. 들어가 볼 수는 없고 앞에 안내판을 보면, 너비 270cm, 높이 600m의 바위그늘집자리이다. 1975년 영남대 정영화 교수팀이 지표조사를 했는데, 긁게 1, 돌날 3, 박편 2, 홈날석기 1점 등 모두 7점의 유물을 수습했다고 한다.

 

*태고의 노래

  기정길 입구엔 태고의 노래라는 독특한 모양의 설치예술작품이 있다. 양미경과 안병근의 공동작으로 제주의 자연과 삶, 그리고 파괴되는 자연의 아픔에 대해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노래한 작품이라 한다. 철망으로 말과 돌하르방을 제작했다. 그 속에 더러 소라껍질을 채워 놓았는데, 눈을 감은 말의 모습이 애처로워 보인다.

 

  거기부터 태평로 오르막길 오른쪽 벽의 돌담을 무척이나 공들여 쌓았다. 매끈한 것으로 보아서는 꼭 인공적인 돌로 보이나 꼭 같은 무늬가 없는 것으로 보아 진짜 돌인 것 같다. 제주 화산석 현무암을 이렇게 공들여 잘 쌓아 놓은 것을 예전엔 본 적이 없다. 바닥도 온통 돌로 깔아 걷기에도 편하다.

 

아랑조을거리

 

  태평로를 따라 서문로터리에 이르기 전 샛길로 중정로에 나와 동쪽으로 조금 가면, 올레6코스 종점이자 7코스 시작점인 여행자센터에 이른다. 그 곳에서 계속 걸어 천지동주민센터에서 천지로로 들어선 곳에서 서문로와 만나는 주변 일대가 아랑조을거리다. 제주어로 알아서 좋을 거리라는 뜻인데, 쉽게 말해 새롭고 깨끗한 먹자골목으로 보면 된다. 먼저 독특한 상호와 산뜻한 간판들이 관심을 끈다.

 

  이 골목을 조성하기 위해 서귀포시에서는 많은 정성을 기울였다. 깨끗하고 아름다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하고 품격을 높이기 위해 전선 지중화 사업과 간판정비부터 나섰다. 이 사업은 행정자치부에서 주관한 2015년도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사업비 4억여 원을 확보하고 대대적인 사업을 벌였다. 사업구간인 2번가 1일대 노후간판을 정비하여 특색 있게 디자인해 새로 걸면서, 주민들의 노력을 더한 아랑조을거리는 서귀포시의 대표적인 음식특화거리로 거듭나게 되었다. <계속> * 다음은 2코스로 이어집니다.

 

*새섬에서 본 문섬
*뉴제주일보 2022년 1월 25일(화요일)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