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길 이야기

서귀포시 '하영올레' 1코스(1)

김창집 2022. 1. 15. 08:40

*서귀포에서 본 한라산

서귀포를 아시나요

 

  제주시에서 출발하는 281번 시외버스를 타고 가 옛 버스터미널이 자리했던 서귀포 중앙로터리에 내렸을 때, 오랜만에 여행의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 19로 섬을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 있던 2년의 시간을 딛고, 여행 차 낯선 소도시에 첫발을 디딘 느낌이랄까.

 

*출발점 서귀포시 제1청사

  길을 건너 서귀포시 제1청사로 가는데, 건물 바깥벽을 반쯤 차지한 녹색식물이 색다르게 다가온다. 출발점에 안내지도가 잘 구비되어 있어 일행과 함께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 1코스를 목표로 첫걸음을 뗀다. 그리고는 서쪽으로 조금 걸어 나와 코스 따라 남쪽 길로 접어들었다. 제주시와는 다른 밝고 따뜻한 기운이 감돈다.

 

*곳곳에 피어있는 동백꽃

  이제까지 같은 섬에 살면서도 서귀포로 일을 보러 오거나 지나다가 식사 정도 했지, 오래된 골목 곳곳에 숨어 있는 진짜 서귀포의 정취를 안다고는 말할 순 없다. 천지연이나 정방폭포 같은 관광지 정도 부분적으로 다녀갔을 뿐이면서 서귀포를 다 안다고 했던 것 같아 부끄럽다. 지난 번 올레 코스를 탐방하면서 걸었을 때는 그냥 한 번 스친 정도로 하고, 이번 하영올레를 걸으면서 속속들이 들여다 볼 참이다. 새삼스럽게 1970년대에 유행했던 조미미의 노래 서귀포를 아시나요가 입가에 맴돈다.

 

*골목길을 장식하는 그림

서귀포의 정수를 거치는 하영올레

 

  서귀포시가 올 7월에 전면 개장한 웰니스 관광 상품 하영올레는 원도심과 주변 관광지를 잇는 도보 투어로 공원도 하영, 물도 하영, 먹거리도 하영있는 올레길이다. ‘하영많이라는 뜻의 제주어로 가는 곳마다 공원과 물과 먹거리가 이어진다는 뜻이겠다. 3개의 코스 총 22.8km로 구성되어 있는데, 올레 7코스와 더러 겹치기도 한다.

  1코스는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출발하여 남서쪽을 누비게 되는데, 천지연의 물길을 따라 걷다가 다시 서귀포시청으로 돌아오는 8.9km의 코스이다. 법장사골목길 걸매생태공원 ~ 천지연폭포 ~ 칠십리시공원 ~ 새연교 ~ 새섬공원 ~ 천지연기정길 ~ 제주올레 여행자센터 ~ 아랑조을거리 ~ 서귀포시청 제1청사로 돌아오는 길로 구성되어 있다.

 

*물길 따라 걷는 길

  2코스 역시 제1청사를 출발하여 서귀포 남동쪽을 돌게 되는데, 정방폭포로 내려갔다가 서귀포항과 이중섭거리를 거쳐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6.4km의 코스로, 바다와 문화, 사람의 발견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태평근린공원 ~ 무량정사 ~ 정모사쉼터 ~ 서복불로초공원 ~ 서복전시관 ~ 소남머리 ~ 자구리해안 ~ 서귀포항 ~ 서귀진성 ~ 이중섭미술관 ~ 이중섭거리 ~ 매일올레시장을 거쳐 원점으로 돌아온다.

  3코스도 제1청사를 출발하여 서귀포시 북쪽지역을 도는데, 솜반천과 지장샘, 동흥천을 거치는 7.5km의 코스로, 하천과의 만남을 특징으로 하는 길이다. 거치는 주요 지점은 솜반천, 변시지 그림공원 ~ 지장샘 ~ 면형의집 ~ 산지물 ~ 동홍천 힐링길 등이다.

 

* 법장사 골목길 입구

법장사 골목길

 

  골목길을 걸어보면 오래된 집들은 울타리가 제주시보다 낮은 느낌이고, 나무와 화단에 심어있는 꽃 역시 제주시와는 달라 보인다.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 채 그대로 있는 키위와 담장 가득 그려놓은 소나무 그림이 인상적이다.

  오른쪽 연외천을 내려다보며 걷는 길을 풍경이 있는 오솔길로 꾸몄다. 인상적인 것이 이중섭의 그림을 바탕에 깔아 액자처럼 받치고 서귀포의 명승지나 역사적인 사진으로 꾸며놓은 벽면이다. ‘무지개 핀 천지연’, ‘파도와 외돌개’, ‘귤림추색’, ‘천지연 무태장어’, ‘새섬’, ‘옛 오일시장’, ‘올레길 7코스’, ‘하논등의 사진이 보인다.

 

*이중섭 그림 바탕에 올레길 7코스의 사진

  천지동주민자치위원회에서도 한쪽에 정자를 마련하고 풍경이 있는 오솔길을 꾸몄다. 아닌 게 아니라 오른쪽으로 탁 트인 풍경은 멀리 한라산부터 삼매봉까지 거침없다. 오래전부터 가꾸어온 숲은 단풍과 꽃으로 치장하여 나그네를 가을 정취에 흠뻑 젖게 한다. 아래 계곡까지 가득한 온갖 나무들이 벌이는 색채의 향연은 서귀포가 왜 아름답다고 소문이 났는지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다.

 

걸매생태공원

 

  긴 오솔길은 오른쪽 걸매생태공원으로 이어진다. 계단을 내리다 안내판을 보니, 주민들이 양삼을 심고 이산화탄소 이젠 안녕!’이라 써 놓았다. 아프리카 원산인 아욱과속에 속하는 양삼1년생 초본으로 생육기간이 짧고(120) 이산화탄소 분해 능력이 일반식물보다 5~10배나 되며,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을수록 성장속도가 빨라진다고 했다. 용도는 대체 신재생 에너지 원료, 가축의 조사료, 종이 펄프, 단열재, 플라스틱 대체재 등 다용도로 쓰인다고 한다. 그 정성만으로도 감동이다.

 

* 천지연으로 흐르는 연외천

  걸매생태공원을 흐르는 냇물은 연외천으로 바로 천지연의 상류다. 건천이 대부분인 제주에서 몇 안 되는 상시천으로 수량도 풍부하여 멋진 폭포를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공원수로 조성한 나무도 있지만 원래 자생하고 있던 나무들도 많아 경관이 뛰어나며 다양한 생태를 연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 멀구슬나무 열매가 있는 걸매생태공원

  서귀포에서 자주 보이는 통탈목 아래로 냇물이 힘차게 흐르고, 멀구슬나무에 열매가 노랗게 익었다. 다람쥐는 없는지 종가시나무 도토리가 수북이 떨어져 그대로다. 천지연 아래로 내려가면 자생지가 천연기념물이 되는 담팔수도 붉은 잎을 하나둘 떨구고, 겨울이 너무 따뜻한지 참꽃나무가 철없이 꽃을 피웠다. 문득 이곳 서귀포 출신 김용길 형의 시가 떠오른다.

 

 ‘한 사나흘/ 묵은 바람 맞으며 걸어봤음 좋겠네/ 시벌건 살덩이/ 햇빛에 타건 말건/ 소문처럼 뻗어오는 꽃그늘 향내/ 벌떡 일어나 달리는/ 바람난 꽃/ 뒤척이는 꿈 하나/ 등불처럼 매달고/ 저리 환한 길을 걸어봤음 좋겠네.’ -김용길 제주 참꽃전문. <계속>

 

* 참꽃나무의 꽃

* 뉴제주일보 2021년 12월 28일자에서(필자가 연재하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