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남쪽으로 이어지는 골목길
하영올레 2코스는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서귀포중앙초등학교 옆을 지나 태평근린공원에서 정방폭포 물길로 서복 불로초 공원과 서복전시관, 소남머리, 자구리해안, 서귀포항, 서귀진성을 거쳐 이중섭미술관과 이중섭거리, 매일올레시장을 돌아오는 6.4km 코스다. 이는 서귀포의 동․남쪽 일대, 즉 서귀포 1청사를 축으로 정방폭포를 돌아오는 코스로 ‘바다와 문화, 사람의 발견’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먼저 출발점인 서귀포시청 제1청사에서 나와 중앙로타리에서 일주동로 쪽으로 길을 건넌다. 가끔씩 골목길에서 바라다 보이는 한라산이 너무나 가까워 보인다. 마침 겨울눈을 이고 있어서 어디 알프스나 히말라야로 오르는 길목의 소도시에서 보는 산 같다고나 할까. 그 우람한 모습이 제주시에서 보는 한라산과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이 길을 걸으며 한라산의 봉우리의 전모는 보기 힘들겠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건물이나 전신주, 전선들이 아쉽다.
그러나 2코스의 아기자기한 맛은 골목길로 접어들면서부터 시작된다. 한적한 골목길은 밝게 그려 놓은 벽화에서 드러난다. 특히 중앙로 72번 길의 벽화는 사진 같은 풍경화로부터 고기잡이, 굴렁쇠 굴리기, 뻥튀기 기계의 소음에 놀라면서도 귀를 막고 기대에 들떠 있는 가족의 모습까지, 어쩌면 만화 같고 민화 같지만 가끔씩 이어지는 벽화가 독특한 서귀중앙초등학교 인근 길은 그렇게 추억으로 남을 만하다.
□ 태평근린공원에서
동흥로에서 서귀포시 자기주도학습 지원센터가 있는 길쭉한 집 아래로 걸어 들어가니, 바로 태평근린공원이다. 우리가 흔히 ‘근린공원’이라 하는 곳은 도시화 과정에서 휴식공간의 확보를 목적으로 도시 주거지 근처에 설치한 공원이다. 그러기에 크게 기대하지 못하지만 요즘 같이 아파트가 들어서고 주거지역이 밀집된 곳에서는 그저 나무가 있고 휴식 공간만 있어도 제주말로 ‘어디 십디강’이주마는 욕심 같아서는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좀 독특하게 꾸몄으면 어떨까.
본래 있던 소나무 몇 그루 살리고, 담팔수나 먼나무 몇 그루 심고 조그만 정자에다 의자 몇 개 설치하고 마는 곳이 아니라, 동네의 특색을 살려 운치 있는 나무들이나 꽃을 심어 꽃필 때가 되면 동네 주민들이 모여 간단한 축제라도 벌일 수 있는, 그리고 그것이 부러워 다른 곳에서 사람들이 그걸 보려고 몰려드는 그런 곳이면 좋겠다. 흙이 드러난 조그만 화단에 피기 시작한 조그만 냉이 꽃 몇 송이에서 봄기운을 느껴본다.
공원에서 남쪽으로 걸어 나온 곳 서귀포 동흥교회의 건물 구조가 독특해 눈에 뜨이고, 태평로 건너에 있는 무량정사의 다보탑과 석가탑도 이채롭다. 이 절에서는 어떤 연유로 불국사의 것과 닮은꼴의 탑을 세웠을까. 무량수전의 단청과 울타리에 쳐놓은 안전망 때문에 그 모습을 온전하게 담지 못하는 게 아쉽다.
□ 정방폭포 물길의 정모시 쉼터
올레길은 무량정사 앞으로 교묘하게 길을 내어 동흥천으로 내려가도록 했다. 이곳에 이르면 수량도 제법 많아지고 숲도 울창하다. 여기서부터 약 500m 구간은 하영올레 2코스가 자랑하는 이색구간이다. 제주의 도심에 가까운 곳에 이런 자연이 있다는 것이 정말 축복받은 지역이다. 멈춘 듯 흐르는 물도 맑고 곳곳에 피어난 수선화의 향기도 짙다.
정방수원지를 지날 무렵 왼쪽으로 나무다리를 놓아 ‘정모시 쉼터’를 만들었다. ‘정모시’는 ‘신동국여지승람’에 정방폭포를 ‘정모연(正毛淵)’이라 기록했다는 데서 그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여기 저기 쉴 곳을 만들어 놓았고, 한쪽에 서귀포 김용길 시인의 시 ‘섬과 산이 둘이 아니듯이’란 제목의 시비를 세워 놓았다. 그곳에서 갖고 간 차 한 잔을 하며 여유를 즐겨본다. 하영 올레가 웰니스 관광을 지향해 만들었다는데, 이처럼 맑은 물과 나무들 속에서 어찌 힐링이 안될 수 있겠는가.
□ 서복 불로초 공원에서
물길과 올레길은 정방교 아래로 통하고 그곳에서 나오면 서복 불로초 공원이다. 공원 울타리도 재미있게 꾸몄고 중국식으로 지은 노란 지붕의 육모정 정자가 특이하다. 옆의 조그만 연못에는 겨울이어서 꽃은 안 보이지만 ‘백련’, ‘홍련’, ‘수련’ 같은 것이 있다는 명패가 보인다. 올레길 코스를 돌 때 보니, 이 공원에 작약과 모란 같은 약초를 심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서복 불로초 공원에는 전설로 ‘2200년 전 진시황의 사자인 서복(徐福)이 시황제의 불로장생을 위한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동남동녀(童男童女) 오백 명(혹은 삼천 명)과 함께 대선단을 이끌고 삼신산(三神山)의 하나인 영주산(瀛洲山)을 찾아 정방폭포 해안에 닻을 내리고 영주산에 올라 불로초를 구한 후 돌아가면서 정방폭포 암벽에 서불과지(徐市過之)라는 마애명(磨崖銘)을 새겨 놓았는데, 서귀포라는 지명도 여기에서 유래되었다 한다.’라고 적고는 ‘서복불로초공원은 이러한 전설을 바탕으로 정방폭포의 암벽 위에 조성되었고 공원에는 맥문동, 삼백초, 사철쑥, 술패랭이꽃, 흰민들레, 약모밀(어성초), 방풍, 유자나무, 섬오가피 등의 약용식물이 식재되어 있다.’고 써놓았다.
전설의 내용이나 심은 약재는 쉽게 수긍이 가질 않는다. 이곳에 심었다는 약재 역시 중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들이어서 제대로 된 고증이 아쉽다. 하지만 전설은 전설일 뿐 거기서 사실 관계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일 터. 중국문헌에서 시작된 서복(徐福)은 한때 한․중․일 여러 곳에서 발현이 되어 문화관광의 모티브로 협의체를 구성하고 학술대회를 열더니, 요즘 들어 잠잠한 느낌이다. <계속> (김창집 , 본지 객원 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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