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첫째 주도 서서히 끝을 향해 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주 토요일은 어린이날이어서
모처럼 연휴를 맞이한다.
지금 산에 들에는 고사리가 한창이고
찔레꽃이 피기 시작했다.
보리도 한 달 뒤의 망종을 앞두고 서서히 누런 색으로 변하고 있어
봄나들이하기에 알맞은 시기인데 비가 온다니까 어떨는지.
둥굴레는 외떡잎식물 백합목 백합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괴불꽃·황정(黃精)·황지(黃芝)·소필관엽(小筆管葉)·죽네풀·진황정이라고도 한다.
산과 들에서 자라며 굵은 육질의 뿌리줄기는 옆으로 벋고
줄기는 6개의 능각(稜角)이 있으며 끝이 비스듬히 처진다.
6∼7월에 녹색빛을 띤 흰색 꽃이 1∼2개씩 잎겨드랑이에 달리며,
열매는 장과로 둥글고 9∼10월에 검게 익는다.
봄철에 어린잎과 뿌리줄기를 식용하는데, 생약의 위유는 뿌리줄기를 건조시킨 것이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번갈·당뇨병·심장쇠약 등의 치료에 사용한다.
♧ 등 푸른 산잠 - 박남준
밤새 등뼈를 파고 달려드는 냉기로 새우잠을 웅크렸다.
깊은 산중 갈 길 정하여 있어 내일 해가 짧은 것도 아닌데
이루지 못하는 단잠을 두고 잠자리의 심사를 탓하였다.
그래, 벌써 고요와 편안의 산잠을 바란다면 살아온 날들이
비웃겠구나. 씁쓸한 자조로 일어나 아직 먼 햇살의 밖을
나서니 너도 간밤 추위에 떨었느냐. 허리 굽은 둥굴레
여기저기 가득한데 가만, 바라보니 나 뒤척이던 밤 맑은
개울물 따라 저리 걸었을까. 방울방울 꽃 청청한 경문으로
둥굴레꽃 맺혔구나. 작은 벌레들 낙엽 사이를 헤집고
삶으로 분주하고.
♧ 둥글레꽃 - 허수경
우리 동네 이 서방네 소가 한 마리 살았는데예
그놈에 볼기짝은 칠팔월 신작로 애기똥 말라붙듯 비썩치만
눈 하나는 둥글레꽃 모양 벙그러졌지예
이 서방네 거덜난 살림
그놈 하나가 벙구굿 메장고인지라
아껴 일 데려가도 팍팍한 뒤평밭 쟁이다보모
둥글레꽃 눈에 백태 끼이기 예사였지예
미안타 미안타 내 속에 젖 담기가 백 번 낫제
니놈 눈에 백태 끼이는 거
못 보것다 못 보것다
느티나무 쉴참에 기대 쇠파리 쫓다
털 헐헐 빠져나간 꼬랑지 곧추세우며
으음메 긴 소리 한 마디 할 즈음엔
그 놈 언저리에 순하디순한 둥글레꽃이
바람이란 바람 다 뭉개며
몸내를 피워대는데
와 그리 눈물바람으로 나자빠질꼬
이서방아
♧ 각시둥굴레 - 김승기(夕塘)
어디서 들리는가
별빛 조으는 밤
도란도란
수런거리는 소리
끊겼다가 이어지고 다시 끊기고
귓가를 간질이는
한낮에도 들리던 소리
궁금증으로 뒤척이다
마당가로 나섰더니
화단머리 풀숲에서 나는 속삭임
아, 그만
새아씨 화촉 밝히는 밀어
살그머니 엿보고 말았네
쉿, 들킬라
얼른 돌아섰더니
아뜩해지는 머릿속
은은하여라
하늘에 걸린 상현달
그림자 찍힌 발자국 빨리 지우라고
손짓 발짓 재촉하네
소록소록 눈에 밟히는 영상
오늘밤 잠 이루기 틀렸네
♧ 유리(琉璃)의 길 3 - 이기철
개미를 보면 나는 너무 멀리까지 와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비를 보면 나는 너무 많은 악에 길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잔디를 보면, 냉이꽃을 보면 나는 너무 많은 봄을 놓쳐버렸다는
생각이 든다
나생이 둥굴레풀 꽃다지 민들레
고사리 우엉잎 도꼬마리 이질풀
아, 나는 너무 많은 이름들을 놓쳐버렸다
구름을 보면 나는 아직도 내 앞에 걸어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강물을 보면, 파도를 보면 나는 아직도 내 앞에 출렁일 것이
많이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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