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제주어 글 45

김섬 시 '지와븐 성산' 외 3편

♧ 지와븐 성산/ 지워버린 성산(城山) 바당이 키왓주/ 바다가 키웠지 ᄇᆞ름 ᄀᆞᇀ은 아이덜/ 바람 같은 아이들 ᄆᆞᆫ 어드레 가불어신고/ 다 어디로 가버렸나 ♧ 엿말/ 옛날 이야기 그 전에 알카름 살아난 상군 ᄒᆞ나/ 그 옛날 아랫동네 살았던 상군 하나 사태 피해보젠 대마도ᄁᆞ지 물질ᄒᆞ레 가신디/ 사태 피하려고 대마도가지 물질하러 갔는데 거기서 일본 서방 만난 물질ᄒᆞ멍 사는디/ 기기서 일본인 남편 만나 물질하며 사는데 서방이 ᄂᆞᆺ 반반ᄒᆞᆫ 각시를 의심ᄒᆞ영/ 남편이 얼굴 반반한 각시를 의심해서 느량 매질을 ᄒᆞ엿덴/ 허구한 날 매질을 하엿다네 낭중에 밑에를 불로 다 지젼/ 나중에는 밑에를 불로 다 지져 거기 구데기가 꿰단 죽엇댄 ᄒᆞ는디/ 거기 구더기가 들끓다 죽었다는데 시신이라도 고향에 묻어달..

제주어 글 2021.04.14

김섬 시 '손들어 봅서' 외 1편

♧ 손들어 봅서 – 김섬 코로나 바이러스가 야생동물신디서 웽겨온다는 거 몰르는 사름 손들어 봅서 집 에염에 호랑이 사자 코끼리ᄀᆞᇀ은 맹수덜 ᄒᆞᆫ 500ᄆᆞ리 풀어놓앙 귀경ᄒᆞ고정ᄒᆞᆫ 사름 손들어 봅서 으남 ᄀᆞ득 찬 눈 덮어진 중산간더레 끗어온 아프리카 맹수덜 땅설고 물설고 부모 기립곡 성제 기리왕 맨날 울멍 벵들어가는 거 보고졍 ᄒᆞ는 사름 손들어 봅서 17만평 곶자왈* 선흘**에 터 잡안 잘 사는 하간 생명덜 멩수덜 울음소리에 주눅 들엉 ᄃᆞᆯᄃᆞᆯ 털멍 죽어가는 거 보고졍ᄒᆞᆫ 사름 손들어 봅서 ‘세계자연문화유산’, ‘생태습지ᄆᆞ을’로 지정ᄒᆞ여 놓은 건 생명덜을 ᄉᆞᆯ리켄 ᄒᆞᆫ 말인지 죽영 읏이데기켄 ᄒᆞ는 말인지 아는 사름 손들어 봅서 손 번쩍 들어 봅서 --- *곶자왈 : 숲을 뜻하는 ..

제주어 글 2021.03.29

만경 선생의 '제주어 시조' 4수

우연한 기회에 인쇄소에 갔다가 친구 아버님 문집(文集)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아버님은 돌아가시기 전 학창시절에 친구네 집을 많이 방문해 자주 뵈었기로 아들 친구로 스스럼없이 대하셨다. 말하면 잘 아실 정도의 직장 책임자로 일도 많이 하셨고, 취미삼아 하시던 시조창으로 명인 칭호를 받으셨던 분이시다. 이제 우리가 그 나이가 되어 돌아보니 참 인생을 부지런히 사셨던 분으로 생각된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조문 가서 받은 문집 ‘만경집’이 있다. 처음에는 시조창(時調唱)에 매료되어 전국민요경창대회에서 장원을 여러 번 계속한 끝에 명인(名人)이 되셨다. 두 번째는 서예(書藝)다. 집에 가보면 마루에 줄을 여럿 매어놓고 글씨 연습한 종이를 널어놓은 것이 끊기는 날이 없었다. 아버님이 훈장(訓長)을 하시고 명필(名..

제주어 글 2020.10.30

김종두 선생의 제주어시 '뚜럼' 3편

♧ 뚜럼 1 아명 요망지게 사노랜 ᄒᆞ여도 살당 보믄 뚜럼 뒈느녜. 길력 이성 나상 댕길 때사 다 요망지고 뒈망지주만 그것도 ᄒᆞᆫ 시절. 나이 들엉 늙어지믄 ᄌᆞ식 눈치 붸려지곡 젭저 놓은 거 엇이믄 이리 주왁 저리 주왁 갈 디 올 디 엇인 뚜럼 되엄시녜. 젊음도 ᄒᆞᆫ 때 이성 삶도 ᄒᆞᆫ이 이신 거 야게기 심주는 거들거림도 지낭 보믄 다 철딱서니 어신 허세. 아- 뚜럼 뒈젱 살암신가. 살젠 ᄒᆞ난 뚜럼 뒈엄신가. --- *뚜럼 : 바보스런 사람 *아명 : 제아무리 *요망지게 : 야무지게 *사노랜 : 산다고 *길력 : 근력, 힘, 기운 *젭저 놓은 거 : 접어둔 것. 몰래 모아둔 것. *주왁 : 기웃 *야게기 : 목 *뚜럼 뒈젠 : 뚜럼 되려고 ♧ 뚜럼 7 ᄒᆞ건 살아 보젠 눈 뜨믄 어가라 나상 뎅겸..

제주어 글 2020.0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