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2714

10월말 한라산 기슭의 단풍

어제 일요일은 단풍을 만나러 한라산 둘레길 2코스 돌오름길에 다녀왔습니다. 늦은 태풍 때문인지 단풍잎이 떨어지거나 상처가 나서 말라버리거나 예전만 못하였지만 그래도 언감생심 감사하며 즐기고 왔습니다. 사진은 실력 부족 탓으로 돌리겠습니다. 다 단풍나무가 아니여서 졸참나무, 서어나무, 검노린재나무, 등을 구별해서 보시면 좋습니다. 열매는 덜꿩나무(위), 청미래덩굴(아래)입니다. 클릭해서 조금 더 크게 보세요.

디카 일기 2022.10.31

그래도 한가위만 같아라

넉넉잡아 1년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19’는 아직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를 귀찮게 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듯이 큰소리치던 정치적 인간들은 여태 뉘우치는 기색도 없이 모든 게 정체된 가운데 다시 추석을 맞습니다. 올해는 세상에 유례 없는 태풍까지 겹쳐 큰 상채기를 남기고 앞으로 마음 놓고 살 세상이 있겠냐 싶게 우리의 삶을 옥죄고 있습니다. 흉흉한 세상일수록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데, 이 나라를 앞에서 이끌어 나가겠다던 사람들은 이전투구에다 상대방을 곤경에 빠뜨리려고 획책하며, 고물가에 다 찌그러진 민생은 내팽게치고 헤게모니 쟁탈에 골몰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시국이 그럴지라도, 올 추석에 우리들은 바쁘다고 아니면 혼자 잘 살아보겠다고 다른 사람들이야 죽이 되든 말든 외면..

디카 일기 2022.09.10

주산지를 그리는 하루

오늘처럼 푹푹 찌는 날은 시원한 나무 그림자 어리는 청송의 주산지를 생각하며 더위를 식힌다. 주산지의 물은 주산현(注山峴) 꼭대기 별바위에서 계곡을 따라 흘러흘러 주산지에 머물렀고, 울창한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300년쯤 된 왕버들 2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이 물과 나무의 힘으로 오늘 하루 더위를 이겨 볼까나. ♧ 청송으로 가는 길 - 김종제 어느 날 네가 선 자리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삶에게 결별이라는 수갑으로 덜컥 손목 채우고 발목에는 안녕이라는 쇠고랑 채우고 아무도 모르게 그곳으로 떠나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다가 죄라는 죄는 모두 다 저질러 청송이라는 땅으로 지나버린 시간을 문득 묻으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거진 생生의 수풀을 휘적휘적 헤치고 가다가 손으로 건..

디카 일기 2022.08.20

열대야에 시원한 풍경을 보면서

♧ 지구가 아프다 - 조남명 별, 지구에 열이 있다 빙하, 빙산이 무너져 내리고 북극곰이 피난 다닌다 높아진 해수면에 수몰 걱정 나라 많고 미세먼지는 공기를 다 먹었다 한반도에 아열대화 바닷고기 달라지고 육지 식물 계절을 헷갈리는 사이 열대식물이 북으로 올라온다 소한 추위에 비가 내리니 대한이 소한네 집에 가다 얼어 죽을 일은 희미하다 겨울눈은 흙길 보듯 귀하고 사라진 삼한사온 꽃이 제철을 이탈하며 핀다 이 모든 것 주범은 인류다 나서서 지구 온난화를 치료해야 한다 그리 않으면 대가代價는 뻔하다 ♧ 지구의 독백 - 권오범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태양 짝사랑하느라 허송세월할지라도 화끈한 느낌만으로도 족해 가지가지 생명체를 잉태할 수 있었다 고생대 중생대 신생대 위태위태하게 버티고 우여곡절 끝에 중심 잡았건..

디카 일기 2022.07.31

산수국에 꽂혔던 날

제4호 태풍 에어리의 영향으로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가 있던 날,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하려 숲으로 간 곳이 족은노꼬메와 그 주변 숲길이었다. 숲에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풀냄새와 꽃향기가 서서히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조금 햇볕이 드는 길이나 숲 사이에는 온통 산수국이 이어진다. 아시다시피 산수국은 아주 작은 꽃들이 편평꽃차례로 피어나고 무성꽃(클로버처럼 생긴 나비나 벌을 모으기 위한 꽃)이 꼭 꽃처럼 크게 피어 나댄다. 그리고 진짜 꽃들의 꽃가루받이가 끝나고 열매가 맺히면 무성꽃은 임무를 다하고 뒤집어져 버린다. 그런데 그 중에 진짜 꽃으로는 종자 번식이 모자라는지 무성꽃 가운데에 진짜의 작은 꽃들을 달아 피우는 것들이 있다. 그런 산수국을 ‘탐라산수국’이라 이름 붙였는데 물론 다른 꽃들 중에도 어느 정..

디카 일기 2022.07.04

임인년 설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2년 새해가 밝고, 벌써 2월이 되었지만 정작 설이 지나지 않으니, 새해를 맞은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가 뚜벅 뚜벅 걸어 사라지고 굳센 호랑이가 등장하는 임인년(壬寅年) 설날 아침에야 지난 1년 동안 이 방에 열심히 드나든 분들께 세배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리고 좀 참고 기다리며 주사도 꼭 맞아서 여름에는 우리 마스크 벗고 마음껏 돌아다닙시다. 그리고 만나서 한 잔 합시다. ♧ 설날 아침에 - 김종길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 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쉬고 파릇한 미나리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오늘 아침 따뜻한 한 잔 술과 한 그릇 국을 앞에 하였거든 그것만으로도 푸지고 고..

디카 일기 2022.02.01

새로 6월의 달력을 걸며

봄이 지나는가 했더니 어느덧 더위를 부르는 6월이네요. 6월은 현충일이 있어 나라를 위해 숨져간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과 동족상잔의 비극인 한국전쟁의 아픔이 떠오릅니다. 전쟁이라고 하는 것은 어떻든 피아간의 희생이 따르기에 어떻게 해서든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모처럼 오후 2시에 병원에서 예방접종을 했는데, 아직 아무런 증상이 없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서둘러 접종을 해서 빨리 마스크 벗는 날을 맞읍시다. 이제 속도를 빨리해서 우리도 거리를 가까이 당깁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 6월의 청춘을 벗어 놓고 - (宵火) 고은영 아픔과 고통의 진실을 각혈하며 총과 칼에 흩뿌려지던 비애만큼이나 진실로 사랑과 그리움을 부르다 죽어 갔을 그들의 찰나적 절규 유월엔, 스스럼없이 청춘을 잃은 사..

디카 일기 2021.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