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꽃밭에서 들리는 향기

김창집 2007. 6. 17. 01:48

 

어제 저녁 여섯 시 학생문화원 소극장에서는
제8회 제주청소년 문학 한마당이 펼쳐졌다.
'꽃밭에서 들리는 향기'는 거기서 나누어준
시혼 동아리들의 시집 제목이다.

 

제주작가회의가 주최하고

제주시내 고교 문예부 연합모임인 '시혼(詩魂)'이 주관한 이 날 행사에서는
제7회 제주청소년 문학상 시상식과 김수열 시인의 문학강좌,
그리고 학생들의 시 낭송과 동아리극이 있었다.

 

작가회의 회원이어서 자리를 메운다기보다도
고등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친다는 사명감 말고라도
풋풋한 젊음과 함께하는 것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으며 함께 즐겼다.
아직 설익었지만 풋풋한 시를 내보낸다.  

 

 

♧ 기차 - 김도은(대기고)

 

기차가 달린다.
세월이 흐르듯이

기차가 한 역 한 역 지날 때마다
우리는 나이를 먹겠지

기차가 달린다.
물이 흐르듯이

기차가 한 역 한 역 지날 때마다
물은 바다로 떠나겠지.

이렇듯 우리의 인생은
한순간에 지나지 않겠지.


 

♧ 상처 - 임현주(제주사대부고)

 

지나가던 꼬마가
길을 가다 넘어졌다.

엉엉 울며
엄마 품으로 달려가면
토닥토닥 달래주는 손길에
울음을 뚝 그친다.

하지만 다리에 상처는 그대로다.

엉엉 울다가
비에 젖고 바람에 치이고
흘러가는 시간에 이끌려
이제는 웃는다.

하지만 내 마음 속 상처는 그대로다.

 

 

♧ 동화(同化) - 김나영(중앙여고)

 

나비는 소녀의 꿈이 되었다.
봄날의 따뜻한 바람 향기 속에서
나비의 꿈을 꾸고 있었다

 

그 날개 짓 하나하나에
시선을 담아 보내며 자신의
마음에도 노오란 물을 들이고 있었다.

 

소녀는 나비의 삶이 되었다.
새침데기 꽃들의 부름만을 기다리던
자신에게 다가온 그 하이얀 소녀.

 

소녀의 두 눈 가슴 깊이 날아가
작디작은 날개로 포근히 감싸 안아
불빛 환히 비춰주었다.

 

하늘 가득 연분홍 젖어든 그 날
서로의 설레임 웃음을 나누고
세상 가득 행복함을 심고 있었다.

 

 

♧ 함박눈 - 고운산(남녕고)

 

아픔이 가득한 세상에 눈이 내립니다
따스하고 포근한 함박눈이 내립니다
눈이 이 세상에 솜이불을 덮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아픔을 감싸주는
따스하고 포근한 솜이불을 덮습니다

 

솜이불 속에서 편안히 잠들며
아픔의 상처를 깨끗이 지웁니다
따스한 솜이불에서 나와
다시 세상으로 돌아갈 때
세상은 따스하고 포근한 함박눈을
닮아갈 것입니다…


 

♧ 고목나무 -  현수아(제주여고)

 

무엇을 기다리는 걸까
구부림을 잊은 듯 꼿꼿이 선 채

 

자신의 태어남과 죽음에 태연하게
생과 사를 잊은 듯 초연하다.

 

나무가 기다리는 것은
어디 있는 것인지…

 

땅에 있어 뿌리를 내리고
하늘에 있어 가지를 뻗는 것일까?

 

나무는 한 곳에서
스쳐 가는 비와 바람, 공기와
기다림을 함께 한다.

 

지나가는 새의 슬픈 노래 소리엔
홀로 눈물짓는다

 

나무 꼭대기에 외로움이 있다.

 

나무 뿌리 끝에 서린 그리움이 있다.

 

 

♧ 돌 - 고효정(제주여고)

 

뼈를 깎는 모진 바람에도
끝없이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너만은 묵묵히 견디어 내리라
생각했다.

 

파도의 세찬 채찍질에도
사람들의 거센 발길질에도
너만은 여유로운 웃음을 남기리라
믿고 있었다.

 

너라고
눈 내리고 바람부는 겨울날이 춥지 않고
누구 하나 없는 시커먼 밤이 두렵지 않았을까?

 

아니다.
너도 추위를 알고
무서움을 느낀다
다만
너는
겨울 뒤에 올 봄을 알고
밤이 가고 나면 새벽이 온다는
바로 그 사실을 알았을 뿐.

 

나는 보았다.
너의 얼굴빛 사이로 새어나온
고통을, 아픔을, 그리고 슬픔을

 

그리고 함께 보았다.
너의 무지개빛 희망도

 

 

♬ May each day - Andy William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