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보물 창고

무궁화가 아름답던 날

김창집 2009. 7. 11. 00:03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 하루였다. 어젯밤 나는

9시 강력 백신을 다운 받고 2시간 동안 검사를 받아 바로 12시가 되어 안심하고

블로그를 올리고 잤다. 학교 컴퓨터도 뉴스에서 일러준 대로 켜자마자 F8을 누르고

안전모드로 돌려 일자를 7월2일로 되돌리고 나서, 로그오프 한 뒤 백신을 다운 받고

다시 두 시간 검사를 받았다. 무슨 별 볼 일 없는 사진이 그렇게도 많은지…


별도봉으로 가다가 이 무궁화를 만났다. 사실 원예종은 잘 안 찍는데, 싱싱한 꽃이

너무 멋있어서 다다닥 찍고 말았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꽃 무궁화(無窮花)는

아욱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2~4m 정도이며, 잎은 늦게 돋아나고 어긋나며

달걀 모양인데 잎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분홍, 다홍, 보라, 자주,

순백의 종 모양 꽃이 잎겨드랑이에 하나씩 달려 핀다. 이것은 백단심계이다.



 

♧ 무궁화 - 박두진


빛의 나라 아침 햇살 꽃으로 핀다.

머나먼 겨레 얼의 굽이쳐 온 정기,

밝아라 그 안의 빛살

은은하고 우아한,

하늘땅이 이 강산에 꽃으로 핀다.

초록 바다 아침 파도 물보라에 젖는다.

동해, 서해, 남해 설램 오대양에 뻗치는,

겨레 우리 넋의 파도 끓는 뜨거움,

바다여 그 겨레 마음 꽃으로 핀다.


무궁화, 무궁화,

낮의 해와 밤의 달

빛의 나라 꿈의 나라 별의 나라

영원한 겨레 우리 꿈의 성좌 끝없는 황홀,

타는 안에 불멸의 넋 꽃으로 핀다.


그 해와 달

별을 걸어 맹세하는 우리들의 사랑,

목숨보다 더 값진 우리들의 자유,

민주, 자주, 균등, 평화의 겨레 인류 꿈,

꽃이여 불멸의 넋 죽지 않는다.



 

♧ 무궁화 - 이경자


투사인 아빠

흘린 씨앗 꽃이 피면

어느새 벌레의 밥

악어의 입에 끼어 질긴 시간

하나 둘 꽃잎 접어

떠나란다.

모자란 젊음이

한 계절 지나면

다시 와 꽃이 필거라 했다.



 

♧ 무궁화 단상 - 김경곤


간밤의 풀잎 새들 소란 떨어

밤 잊은 몽중인도 잠 깨이더니

새벽이슬 소리에도 몸부림치더이다


이슬 한 모금 받아

새초롬히 피어난 무궁화

오늘도 일편단심 지키려나

곱게 치장한 새색시 마냥

연분홍 곱게 물들이고

여명의 새신랑 맞이한다


내일 다시 피어나더라도

한 송이 한 태양 섬기려

지고 또 피는 무궁화

바람 따라 떠도는 풍향계처럼

갈피 못 잡아 헤매는 육신

한갓 미물 앞에 부끄럽지도 않더냐?


오늘도 무궁화는 피는데

한마음이라던 이 말이 없고

가식으로 빛나던 눈동자

핏발만 가득하다.



 

♧ 은근과 끈기의 사랑이어라 - 명위식

-무궁화 無窮花


뻐꾹새 우는 봄날

고향집 울타리, 거친 들판

어디서나

화사한 미소 순수한 빛으로

새로이 피고 지고 또 피어

어지러운 세상 모진 풍파 견디며

아늑하고 즐거움으로 자족하는

그대는 무궁의 꽃이어라


한 송이 한 송이

아침나절 이슬 머금고 함박피어

해질 무렵 소리 없이 지는

정결한 아름다움이여

단단한 껍질을 가졌음에도

꺾이지 않는 유연함을 지녔으니

그대는 정녕 겨레의 슬기를 닮았음이라


햇살 따사로운 봄 화려한 미소로 다가와

찬바람 불고 서리 내리는

가을날에도 찬란한 영광으로

배달의 혼 불 밝혀 주는

그대는 은근과 끈기의 사랑이어라



 

♧ 무궁화 - 정일남


나무의 몸이 할 말이 있어 꽃을 밖으로 내보냈다

한 송이의 꽃이 상징하는 의미가 여러 겹이다

많은 말의 봉오리가 매달려

어제 피었던 아침이

오늘 여전히 날빛으로 피어난다

저것이 유구한 대물림이다

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피 흘리며 책임을 다한 뒤에

떨어진 목숨은 제 추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우산 말아 접듯 곱게 몸을 오므려 마지막을 장식한다

죽은 뒷모습이 아름다운 혼례 같다

어떤 종말이 저런 흉내 낼 수 있을까

꽃 핀 아침보다 떨어진 고요의 저녁이 눈부시다

가장 약한 존재를 문장처럼 표현하는 것

꽃 피고 꽃 지는 하루가 유정하고 무궁하다

너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으니까

오늘 해가 떨어져도 내일 다시 필

봉오리의 힘이 터질듯 팽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