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홍성운 선생으로부터
‘역류’ 동인 10주년 기념 시선집인
‘13현의 푸른 선율’이란 제목의
자선 15편과 작품론을 모은 책을 받았다.
실린 글들이 마음 깊은 곳까지 닿아
한 분 한 분 작품을 틈나는 대로
이곳에 모시고 있다.
이요섭 시조시인은
1961년 전북 정읍 출생으로
원광대 물리학과,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1982년 ‘시조문학’ 추천 완료. 전국민족시짓기 장원
1985년 ‘한국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
시집 ‘아침 산책’(1993, 푸른 숲)
‘산이 와서 새소리 놓고 가네’(2001, 태학사)
저서 ‘한국의 특수박물관’ 출간
현재 국회의원 보좌관, (사)한국비보이협회 사무총장
돌콩은 콩과의 한해살이풀로 온몸에 털이 있고
줄기는 가늘고 긴데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잎은 어긋나고 세 쪽의 겹잎이다. 여름에 나비
모양의 붉은 자주색 꽃이 총상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콩과 비슷한 털이 많은 협과이다. 들에서
나는데 우리나라, 일본, 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 모악산 1 - 이요섭
우리 형제 팔남매처럼
줄줄이 거느리고
만경강 가장자리
끝둥이 산
못 미더워
해 지는 서녘 하늘에
눈물 훔쳐 쌋더니
구름이 자욱한 날
허리 저린 능선 아래
금산사 범종 소리
문빗장 거는 걸까.
팔 형제
품에 모으고
뜬 눈으로 날 새우네.
♧ 시인의 아들
돌아가신 석정(夕汀) 선생님
산 부르는 메아리
애틋한 그리움이
대를 이어 받았던가.
저리도
눈물 어려든
사슴 같은 저 얼굴.
문만 열면 산이 와서
새소리 놓고 가는
부안 땅 생가에서
문고리 잡고 앉아
세세히
빛살져 오는
풀꽃들을 보고 있다.
남겨진 시첩 속에
꽃 피던 목련나무
지나간 세월만큼
테 굵은 밑둥어리
가신 님
뜨락에 남아
이 봄 다시 태우신다.
♧ 삐비꽃
못 쓸 땅
암 데서나 꽃이라 피던 꽃이
가느라니 목을 뽑아
바람에도 날리데.
하얗게
쇠어 핀 꽃이
효험 있는 약이라네.
한겨울
토방 가에 코피 쏟던 할머니
꽃물 다려 드시더니
나들이엔 그만이데.
목도리
감아 두르고
들 지나는 허연 모발.
♧ 시인진단
세상은 나더러
게병에 걸렸단다.
손 촉수의 감각으로만 사고하는 눈치병에다 파도가 밀려간 갯바닥에 엎드려 그리 먼 아쉬움과 고뇌에 깡마른 각질병에다 늘 삐딱하게 행동하는 선천성 횡보병에다 말라 비틀어진 베레모 하나 쓰고 집 근처만 배회하는 방황병에다 촉촉한 가랑비와 물소리와 억새밭을 그리워하는 애수병에다…….
눈물은 바다로 보내고
햇볕으론 등살을 데우고
밀물 썰물 그 언저리 살면서도.
♧ 철산동 땅 따먹기
백사발 깨진거나
투가리 조각도 좋다
떡고물처럼 철가루 뒤덮인 땅에 앉아 상대편 사금파리를 맞히면 그 영역까지 내 것이 되는 기쁨,튕기는 집게손의 힘과 방향을 정확히 고누는 기술만이 땅 따먹는 우리들의 재주다.순전히 아버지들이 하는 투기나 권력남용으로 얻어내는 부정이 아니다.꿈 많은 국민학교 운동장을 따먹다 잃어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땅보다 붉은 땅거미 기어들어 우리의 영역에서 승부를 가리면 툴 툴 털고 일어나
이긴 자 교장 선생님보다
더 큰 웃음을 웃는다
♧ 대흥사의 봄
늦가을 뵈올 적엔 삭발승 두륜산이
꽃동백 고깔모에 푸른 가사 두르고
엇박자 염불소리로 일주문을 나가시네
영산홍 자산홍은 발뒤꿈 높이 들고
부도전 고요 털고 꽃 배달 온 진달래
소승은 삼배 합장을 화단 가에 심고 있네.
염원을 태우다가 촛농처럼 주저앉은
초의·완당 두 부처 다담상 마주하고
별리의 그 많은 봄을 밤새 우려 드셨겠지.
♧ 모악산 8
동진강 벽골제도
바짝 말라 부르터서
구성산 학선암 쪽
기우제 지내는 날
동생과 머릿고기 먹으러
졸레졸레 따라갔다.
♧ 모악산 9
영원을 떠돌다가 지친 신이 쉬러 온 곳
귀신사(歸信寺) 늦가을엔 주먹만한 홍시들
절문 밖
동네 초입부터
연등처럼 걸린다.
문도 활짝 열어두신 대적광전 부처님
시장기도 잊으시고 환하게 웃으신다.
스님은
때도 모르고
감나무만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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