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마귀머루
오늘부터 2박 3일 동안 강원도 오대산 월정사,
정선 아우라지, 민둥산 일대로 답사 떠납니다.
오름해설사 5기 수료기념 여행이 될 이번 답사는
29명이서 티웨이 항공편으로 제주를 떠나 서울로
간 다음 대형 버스를 이용, 강원도로 이동한 후
첫날은 오대산 상원사 저난무 숲길 걷기 및 경내
유적답사, 영동고속도로로 7번 국도로 나와 정동진,
추암, 묵호항을 거쳐 정선 아라리에서 1박합니다.
2일째 되는 날은 우선 에일바이크 타기, 민둥산 등반,
정선 5일장, 강원랜드를 돌아모는 시간을 갖고,
마지막 날은 선돌 및 선암마을, 장릉, 청령포를 보고
다시 서울로 가서 갔던 비행기로 제주로 돌아옵니다.
* 탱자
♧ 오대산 기행 - 김남극
일주문 지나
전나무 숲에 버렸다
상원사까지 걷기로 했다
개울은 동안거에 든 지 오랜데
살아있다고
가끔 숨구멍에서 허연 입김이 오른다
능선을 오르다 숨 고르는 듯 선 나무들
겨울에도 자라는 지
갈비뼈 같은 나이테가 눈 위에 찍혔다
비로봉 관목숲
하늘 무서운 지 알아 더 자라지 못한 나무들
바람이 무수히 목을 쳐도 엎드렸다
관목숲에 버렸다
월정사까지 덜컹거리는 버스를 탔다
흔들거리는 고개, 끄덕거리는 고개
잠잠해지는 숨결
질펀하게 녹는 몸
전나무 숲을 나오며 다시 주웠다
일주문을 나섰다
* 누리장나무
♧ 추암촛대바위 - 이애리
동해, 추암촛대바위를 보러 올 때는
자존심 따윈, 횡성휴게소 아가위나무에 매달아 놓고
끝남 곧 시작인 수평선 가운데 솟는 일출만 기억해
바닷가 삶이란, 늘 바람 잘날 없는 비린 해풍 같은 것
적요한 지 오래지만, 소금바람이 몹시 애면글면
불끈한 팔뚝처럼, 빳빳하게 선 촛대바위곁에 좀 누워
오롯한 뱃길 아니면, 물마루 높이를 재지 마라
해연풍 연연하게 불고, 사람의 바다도 속 깊은데
그래도 명심할 건, 소갈머리없이 바람 심한 날엔
해일경보를 던지다, 투항한다는 걸
동해에서 해를 보고 갈 땐, 산사나무에 걸어둔
자존심을 질근질근 씹어 바닷물에 아주 던지며
눈자위 붉은 산사주酒로 작별하자
* 꾸지뽕나무
♧ 해후 - 김은숙
햇살 가득 안은 한자락 웃음으로
저 너머 시간 건너 다가오는 그대여
언젠가 우리는 벗이었지요
오래된 정물같이 정지된 시간 열고
켜켜이 묻어있는 풍경들이 살아날 때
성하(盛夏)의 삼옥물에 헹구어낸 추억들이
반짝이듯 뛰어가는 팔매질만은 아니지요
아우라지 정선 물은 한 줄기로 흐르나요
뱃사공 꾸지람도 가락으로 흘러가고
아리이이랑 아리이이이랑 아아라아리이요오오오
바람 안은 빗물마저 한 소절 가락될 때
정겨운 그림자는 또 어디로 흐르나요
그대여
정선 아라리이 한 소절 함께 안고
굽이치는 산자락자락 휘어돌다
솔가지 걸린듯 고개 마디 큰숨무늬 놓는 건
한 하늘 구름만은 아니어요
돌아서 물로 고이는
그리운 벗이여
* 구기자
♧ 아우라지 아라리 - 김종제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동산에 뜨는 해는
뜨고 싶어서 뜨느냐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이 물길 저 물길 헤쳐 놓고
남의 창문 다 열어 놓고
주인이었는지 하인이었는지
발걸음만 재촉하는구나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가 났네
여름에는 얼음 얼고
겨울에는 불을 지르니
휘돌아 가는 인생이
정선 아우라지만 같아라
스리랑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산을 넘어야 강을 건너야
닿을 사람 하나 있는데
높고도 깊은 것이
더디게 걷는 마음이로구나
아리랑 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낳기는 세상이 쑥 나아도
가시에 손이 찔리고
가슴은 못에 박히며 길렀는데
인사도 없이 잘도 떠나가네
아리랑 스리랑 아리리가 났네
청산도 나를 멀리 하고
녹수도 나를 외면하니
논밭에 밥 같은 살을 묻고
들판에 찬 같은 뼈를 묻어
한 상 가득 차려 놓았으니
어서들 와서 베어 가시게나
아리 아리랑 스리 스리랑
아우라지 휘돌며 아라리가 났네
* 녹나무
♧ 민둥산 억새나 되어 - 임삼규
1
허옇게 삭은 실밥 맥없이 툭툭 터지더라.
야윈 허리 꼿꼿이 세워
제 생의 무게 지켜보더라.
이젠 더 욕심 없다며 그냥 허허 웃고 말더라.
2
달랑 한 장만 남아 흔들리는 달력이거나
우북한 검불은 훑는 다 식은 날빛이거나
어쩌면
붓 꺾어버린
늙은 시인의 금이 간 마음
* 꽈리
3
면벽 십 년 만에 문득 한 소식 들었던가.
푸석푸석 마른 육신
한낱 솜털로 날려 보내는.
이순에 내보일 이력
나도 저리 가벼울까.
이리 저리 부대끼며 바람그네나 타는 날들
서 있는 이 자리가 정녕 내 뜻이 아니라면
마지막 가야할 때가
어디 따로 있을까.
늦은 풍장의 시간
소지 올리는 이쯤에서
바스라진 그림자마저 바랠대로 다 바랜 후
땅거미 지는 이승을 희끗희끗 건너갈까.
* 마가목
♧ 장릉 가는 길 - 김은숙
저기 저 돌아가는 산굽이 따라
쏟아지는 햇살 너머
창연한 시대를 넘으면
연두빛 물로 고이는
가아득한 그리움
그대여
너른 뜰 굽어보는 높은 침묵자리
수풀 무성한 그늘 아래 사위어가는 그대여
바람소리같은 울음 오롯이 삼키며
아픔 거두는 어두움으로 돌아서는 그대여
그대여, 어린 그대여
청령포 물소리 가슴에 안고
서녘 하늘 구름되어 흐르는 그대여
서러움 서리서리 풀어내지 못해
빗장 닫힌 세월 속에 서성이는 그대여
이제 오늘은 돌아서
넉넉한 산자락 휘어도는 바람처럼
한껏 풀어풀어 눈물 흘려 볼꺼나
진홍빛 설움 모두 한 겹 한 겹 접으며
오늘은 해맑은 이슬로 일어나
핏빛 눈물 모두 모두
씻겨 보내 볼꺼나
* 화살나무
♧ 청령포에서 - 하현식
물길은 굽어돌아 산을 가두고
산맥은 또한 휘어돌아
물길을 막는다.
잔잔한 물살에 발을 적실 때
어느새 푸른 물길을 열고
충신 엄홍도가 물장구치며
앞질러 헤엄쳐 가고 있다
목메인 마음 전마선에 오르면
물건너 풀섶에 열여섯살 노산군이
서성거리는 모습도 보인다
그대 울부짖는 애처러운 목소리는
이제 솔바람으로 살아 있어
멀어버린 귓가에 닿지도 못한다
배가 모래톱에 올라서는 순간
오솔길은 재빠르게
솔숲으로 달아나고
여기저기 범접 못할 표지들이
송곳처럼 솟아올라 발길을 막는다
어린 단종이 끝내 숨어버린
물푸레나무 잎새에선
아직도 수양숙부를 바라보던
애틋한 눈빛이 서려있다
반천 년 늙은 소나무 등걸
찢어진 가지 사이로
지어미를 부르던 목청이
애닯은 오디새 울음되어 흐르고
그 옛날 그대 허덕이며 오르듯
가파른 벼랑에 올라서면
물굽이는 산을 가두고
산굽이는 또한
구슬픈 내 그림자를 가두고 있다
* 아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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