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꽃
시조시학 봄호는
이 계절의 시인으로
오승철을 지목했다.
그의 신작 ‘판’외 4편과 함께
‘그리움도 하나의 죄’라는
박진임의 평론을 실었다.
여기 그 시와 함께
요즘 피어난 봄꽃들을 실었다.
* 개불알풀
[시작 노트] 왜 이렇게 허기지는가
몇 차례 일본의 오사카에 찾아간 적이 있다. 그때마다 제일동포 소설가 김길호 선생을 만나 쓰루하시나 조선이찌방에서 재일동포들의 삶을 얘기하며 술에 취했다. ‘이쿠노 아리랑’의 저자인 그는 단언한다. 재일제주교민들의 역사는 ‘밀항의 역사’이자 ‘눈물의 역사’라고.
재일제주교민들이 오밀조밀하게 점포를 형성하고 있는 ‘한인타운’을 걸으면서 왜 나는 이곳에 밀항했다가 돌아가지 못한 내 누님의 모습이 눈에 밟히는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그는 말한다. 이제 우리라도 그 밀항의 역사를 쓰고, 그 분들의 한을 조금이라도 달래드리자고.
그런 뜻에서 판은 태어났다.
형식적인 면에서도 최근 일부 시인들에 의해 ‘단형시조’, ‘양장시조’들이 시도되고 있는데, 시대 조류의 바람직한 반영이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평시조, 엇시조, 사설시조까지 곁들여 보았다. 한 편의 시조에 다섯 가지의 형식을 담은 것은 ‘가을이 어쨌기에’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이 작품을 세상에 밀어내면서 왜 나는 이렇게 허기지는가.
* 복수초
♧ 판
1.
칠흑의 하늘에겐들 허기가 왜 없겠는가
2.
허기가 왜 없겠는가 칠흑의 가슴에겐들
제주도 칠성로 돌아 별자리로 걸린 국자
3.
국자도 나무국자 손금처럼 금이 가도
별 방향 가늠해야 섯다 끗발 난다면서
밤새껏 북극성 따라 고쳐 앉는 자리하며
4.
따져보면, 밀항이리.
벽랑국 세 공주도
또 그렇게 세 공주와 눈 맞춘 탐라 사내의 첫날밤도
생 한 번 걸어도 좋을
판을 벌일 것이니
5.
팔자 사나운 게
사람만의 일이겠나
제주와 일본 사이 일본과 제주 사이 ‘죽을 운 속에 살 운 있다’는 밀항의 바다, 현해탄 그 허기의 바다, <4.3>이며, <재팬 드림>, 끝내 못 돌아온 내 누님의 별 하나
엎어적 갈라적하며
칠성 끌고 가는 밤
* 산자고
♧ 시월
그냥
넙죽넙죽
받기만 하느냐고?
천만에,
나도 가끔은 ‘이쁘네’ 말공양 했다
잘 여문
모감주 열매
받아든
이 가을날
* 산자고
♧ 봄날
붉은오름
아침 놀
은숟갈 빛
산마을
상여 메듯
그것들을
떠메고 온
새 몇 마리
말좆이
늘어진 봄날
유채밭
건들고 가네
* 노루귀
♧ 까딱 않는 그리움
어느 산간
어느 폐교
종소리
훔쳤는지
쇠잔등 굽은 오름
도라지꽃 한 송이
그리움
까딱 안 해도
쇠울음만 타는
가을
* 할미꽃
♧ 추렴
이따금
섬잔대 떼 오름 건너는
방어철
세상에서 한 발짝씩
물러앉은 불빛들이
낙향한 애월의 밤을
추렴하고 있었다
새 대가리 말 대가린
바람 쪽을 향한다는데
종호 선생 석희 선생
창집의 형 성운이 시인
비틀랑
시조 종장을
끌고 가는 밤이었다
* 양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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